▶메타버스의 개념을 활용한 ‘아바타’ 가수로 활동중인 걸그룹 에스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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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우리 대중음악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가 등장해 제법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가상의 캐릭터에 실존하는 무명가수가 목소리를 입혀 일종의 가상 ‘립싱크’ 가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가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우리가 지금 쓰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개념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그 이후로 약 20년간 아담을 이을 진정한 의미의 사이버 가수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새로운 걸그룹인 에스파를 내놓으면서 다시 사이버 가수의 가능성과 이것이 바꿀 K-팝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초월적 디지털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활용한 ‘아바타’ 가수로 활동할 것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인가?
메타버스 활용한 새로운 아바타 가수
에스파의 등장 이전에도 메타버스는 이미 문화 산업 곳곳에서 일련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그 영향권 안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 전 유행한 AR 게임 ‘포켓몬고’는 AR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끈 ‘동물의 숲’이나 ‘미토피아’ 같은 게임들은 ‘미(Mii)’라는 아바타를 활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MZ(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아우르는 말)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며 실제 인간관계만큼이나 아바타를 통한 소통에 익숙하다. 아바타는 이들의 새로운 정체성이 돼가는 중이다. 수년 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나 봤던 만화나 게임 같은 세상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여기서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메타버스는 기존에 존재하던 가상현실과 유사하지만 훨씬 복합적인 일종의 확장적 개념이다. 가령 가상현실이 실제와 유사한 것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하나의 공간 개념이라면 메타버스는 아예 현실과 분리된 초월적인 시공간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아직 보편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음악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그동안 시도됐던 사이버 가수가 단지 실제 가수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2차원(2D)이나 3D적인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쳤다면 메타버스를 활용할 새로운 형태의 아바타 가수는 실제 가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들의 분신이 더해지고 새로운 세계관으로 독립된 가상의 시공간에서 활동하며 이것이 다시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형태의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띨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에스파를 통해 SM이 시도하려는 개념 역시 이와 일치한다.
K-팝이 가진 본질을 기술로 구현
여기에서 ‘왜?’라는 질문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여기에서 K-팝, 특히 아이돌 음악의 본질과 그 매력을 새삼 떠올려본다. K-팝 아이돌은 이미 시작과 함께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가 실제로 구현된 것 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아이돌 그룹은 서로 다른 외모와 능력을 가진 멤버들로 이뤄져 있고 이들은 종종 신화·허구적인 세계관으로 새로운 인격을 부여받기도 한다. 실제 인물이 가상의 세계관을 대변하는 셈이다.
K-팝 아이돌은 외향과 음악에서 ‘무국적’에 가까운 중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통해 가변적이고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기술발전과 더불어 일종의 역발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와 아바타 가수는 K-팝 아이돌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측면을 기술로 구현하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K-팝이 구현하는 세계관은 메타버스 안에서 어떤 한계를 갖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는 데다 아바타 아티스트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절대다수의 팬들에게 개인적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게임, 광고, 그 외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와 시너지를 만들며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낼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기술이 결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산업 주체들이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일찍 도입 여부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메타버스와 아바타 가수,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도약이 K-팝의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청사진이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술 개발이 단지 편의나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은 어쩌면 단순히 ‘가능’하기 때문에 시도되며 이는 비단 음악 산업만이 아닌 인류가 고안해낸 모든 기술에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다. K-팝과 메타버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K-팝 산업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김영대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_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K-팝 연구로 음악학(Ethnomusicology)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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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