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현한 ‘세계태권도연맹 산하 시범단’의 퍼포먼스가 심사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유튜브
가끔 한류의 원조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겨울 연가〉나 배우 배용준을 한류의 원조로 꼽는다. 틀린 건 아니지만 엄연히 따지면 진짜 한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태권도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스포츠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한 나라만 210개국이며 2020년 기준 세계 태권도 인구는 약 2억 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 7월 미국의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태권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태권도연맹 산하 시범단’이 예선에 참여해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태권도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다.
태권도, 미국인의 눈을 사로잡다
2006년부터 시작된 〈아메리카 갓 탤런트〉는 미국 방송사 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주로 일반인들이 참여해 춤, 노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며 회당 평균 1200만 명이 시청하는 대표적인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현지시간 6월 15일에 방영된 ‘시즌 16’ 세 번째 오디션 방송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인 22명으로 구성된 시범단이 태권도 특유의 송판 격파와 공중 곡예를 선보였다.
이 광경은 현장에 있는 사람과 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3분 30초의 공연 이후 시범단은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골든 버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골든 버저는 예선에서 심사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라이브 쇼 라운드인 준준결승으로 진출하는 ‘직행 티켓’이다. 골든 버저를 받을 만큼 퍼포먼스가 대단했던 것이다.
한 심사위원은 “내 인생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정말로 날아다닌다는 걸 볼 줄이야”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반응이 뜨거웠다.
얼핏 가녀린 소녀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송판을 격파하고 부서진 파편이 날아가는 모습은 영화의 특수 효과나 와이어 액션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그야말로 “리얼 히어로 무비”였다며 극찬을 했다. 이 퍼포먼스를 지켜 본 많은 미국인이 태권도 시범단을 이번 시즌의 결승전에 진출할 유력 후보로 지목했으며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우승 예상 투표에서도 빼놓지 않았다.
태권도 한류의 역사
태권도는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1970~80년대 국외로 진출한 우리나라 이민자들이 세계 각국에 도장을 열고 태권도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초기 많은 외국인은 일본의 가라테와 태권도를 구별하지 못했다. 태권도 대신 ‘코리안 가라테’로 부르던 시기도 있었다. 미국 등지에 진출한 수많은 재외동포의 노력으로 1970년대 이후 태권도가 미국체육회에 공식 가입하면서 일본 가라테와 다른 한국 무술로 인정받았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스포츠가 됐다. 이는 태권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 덕분이었다. 현재는 인식이 바뀌어 이탈리아나 멕시코 등에서 일본의 가라테를 ‘재패니즈 태권도’라 부른다고도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태권도의 열풍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 형태로 태권도를 세계에 알리는 태권도 시범단의 역할도 크다. 이번에 골든 버저를 울린 시범단은 202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이탈리아 갓 탤런트〉에서도 골든 버저를 울리고 결선에 진출했으나 코로나19로 결선을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탈리아에서 활약을 본 미국 제작진이 시범단을 초청한 것이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 배경이다.
태권도의 성장은 그간 한류의 성장이 보여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한 그간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다른 국가의 무술이 여전히 전통이나 관습에 사로잡혀 자국 내 갇혀 있는 동안 태권도는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화했고 ‘코리안 가라테’로 불린 과거를 딛고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술로 세계에 알려졌다. 한류가 한 나라의 문화가 아닌 세계 만국이 공통 콘텐츠로 향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태권도 시범단의 ‘우승’을 간절히 응원해본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_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해왔다. 현재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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