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 뮤직비디오│유튜브
방탄소년단(BTS)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빌보드는 6월 1일(현지시각) 공식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6월 5일자로 발표되는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HOT 100)’에 BTS가 최근 내놓은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Butter)가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BTS 단독으로 발매된 곡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에 이어 <버터>가 세 번째다.
미국과 영국의 음악 산업 상황이 일 년 전과 같지 않고 코로나19가 서서히 극복되면서 음악 산업이 다시 활발해지는 와중에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그런 외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굳건히 BTS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 음원 스트리밍 수치 등 초기 반응도 <다이너마이트>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추세를 보인다. 탄탄한 열성팬(팬덤)과 <다이너마이트>를 기점으로 부쩍 늘어난 인지도를 감안했을 때 실패를 예상하기 어렵다.
BTS가 정복하지 못한 목표
이 같은 폭발적이면서도 꾸준한 인기는 이들의 평판과 인지도로 이어질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BTS에게 어떤 새로운 평판이나 인지도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BTS가 현재까지 열정적인 소수를 중심으로 주변부에서 불을 지펴 중심으로 파고드는 혹은 아래에서 위로 서서히 점해가는 전술로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보수적인 주류 시장, 특히 외국 음악에 무심한 일반 대중은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목표다.
물론 완전히 정복되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잇따른 대중 히트곡을 미국과 영국 시장 중심으로 만들어냄에 따라 서구 주류 음악 시장에서 BTS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공고해졌다. 달리 말하면 단지 음악이 좋고 팬이 많은 스타 반열을 넘어서 ‘유명해서 유명해지는’ 인기의 가속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한류 시대에 처음으로 목도하는 독특한 흐름이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스스로도 ‘목표’라고 못 박아 놓은 그래미 어워드 역시 다시 한번 가시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초 BTS의 ‘후보 등극’을 ‘수상 실패’로 규정하는 일부 언론도 있었지만 설령 그것이 문자 그대로의 실패라고 한들 그것은 우리 대중음악 입장에서 혹은 BTS에게 있어 대단히 값진 경험이었다.
핵심은 그래미처럼 산업의 변화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단체에서 눈에 띄는 한 번의 기록적인 인기보다 누적된 인지도와 추세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특히 아시아권 예술가로서 인종 장벽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투표 인단에게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의 잇따른 인기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문화 주도권
BTS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주류 산업에서 성공은 한류의 확장과 지속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BTS는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완벽한 선례를 만들었다. 미국 팝 산업은 제2의 BTS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공식화해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는 BTS를 비롯한 K-팝 그룹을 모방하겠다는 의도지만 궁극적으로 K-팝을 자신들의 산업에 편입시켜 국제 산업이자 장르로 거듭난 K-팝으로 자신들의 주류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결국 수익이다. 영화에서 넷플릭스가 한류 드라마나 영화로 전 세계적인 엄청난 구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이 BTS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돈이 되는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위상을 확보하기 시작한 순간을 우리는 지금 지켜보고 있다. 이 변화는 당장 몇 년 안에 실체를 드러낼 것이며 진짜 변화는 10년 후 혹은 20년 후 음악 산업이 변화할 때 다시 한 번 확인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 주도권이다. K-팝은 문화 부문에서 하나의 기술이나 공식으로 진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주도권을 우리나라에 마냥 맡겨둘 만큼 서구권의 주류 음악 시장의 역사나 기득권은 만만치 않다. 아직 K-팝에 관한 우리나라의 도움과 노하우를 빌려 쓰는 상황이지만 그것이 얼마든지 자국의 음악으로 대체되거나 새로운 흐름으로 교체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BTS나 K-팝은 지금과 같은 대접이나 존중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한류 드라마가 넷플릭스로 성공했지만 결국 실질적 이득을 넷플릭스가 취하고 있는 것처럼 BTS나 K-팝이 단지 음악 산업의 빈곳을 메우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영리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영대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_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K-팝 연구로 음악학(Ethnomusicology)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