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 스타일>
많은 사람이 한류라 하면 K-팝이나 K-드라마를 떠올린다. 여전히 K-팝과 K-드라마가 한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2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류 모습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듯이 2021년 한류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모습을 띄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그것이다.
2005년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시작한 유튜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룡이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미디어로 불리며 그 영향력은 기존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커졌다. 특히 유튜브와 함께 성장한 10~20대 Z세대에게 유튜브는 단순한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기존 영상 미디어를 대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류 열풍의 일등 공신 유튜브
세계적으로 급성장한 유튜브는 그야말로 한류 열풍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유튜브는 몇몇 국가를 제외한 나라에 공통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려 한 번에 전 세계로 송출할 수 있다. 대표 사례가 한때 전 세계를 흥분시킨 유튜브 한류의 원조 가수 싸이다. 싸이는 유튜브가 만들고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로 전 세계에 전파됐고 유튜브 내에서도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다른 콘텐츠에 순위를 내줬지만 4년 8개월 동안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를 지켰다. 게시한 지 100일 만에 5억 뷰를 돌파한 최초 동영상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차트인 빌보드 차트에서 유튜브 조회수를 차트 집계에 반영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지금의 싸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현재도 유튜브는 한류 확산에 있어 중요한 채널이다.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K-팝을 비롯한 K-콘텐츠는 유튜브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전파된다. 유튜브 상위 채널에 K-콘텐츠 관련된 콘텐츠가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비 영어권 콘텐츠로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대부분 K-팝 팬의 소통 창구는 유튜브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유튜브 퀸이라는 별칭을 얻고 전 세계 소녀들이 닮고 싶은 사람이 된 배경도 유튜브의 영향이다.
K-팝이 그간 유튜브 한류를 이끌어온 중심축이라면 새로운 유튜브 한류를 이끄는 콘텐츠는 이른바 먹방이라 불리는 음식 콘텐츠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콘텐츠, 뷰티 콘텐츠 등이다. 특히 먹방은 ‘Mukbang’이라는 한글이 그대로 국외에서 통용될 정도로 우리나라 고유의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K-푸드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한 배경도 바로 먹방 콘텐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외에서 먹방을 본 다음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먹어보는 이른바 ‘한국 먹방 따라하기’ 콘텐츠가 생길 정도다.
▶핑크퐁 <아기 상어>
또 다른 한류를 이끄는 유튜브 콘텐츠들
키즈 콘텐츠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유튜브 보모’ 역할을 한다. 핑크퐁의 ‘아기 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키즈 콘텐츠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이 큰 인기다. 언어의 장벽이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린 키즈 창작자들이 영어 자막을 제공하며 국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린 것도 키즈 콘텐츠 한류에 큰 기여를 했다.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K-뷰티의 인기와 함께 뷰티 창작자들의 한류 바람도 심상치 않다. 2020년 코로나19를 뚫고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K-뷰티는 기존 K-팝과 K-드라마의 공도 크지만 뷰티 창작자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업계에서는 유명 뷰티 창작자들과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사례가 늘면서 광고 효과로 보자면 웬만한 한류 스타보다 낫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인적 교류가 뜸해진 2020년 유튜브는 한류가 다시 한 번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채널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많은 창작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이 작은 만큼 국외 시장 공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많은 창작자가 국외 시장을 노리기 위해 영어 자막을 다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인기 있는 창작자들은 팬들이 커뮤니티 자막 기능(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자막을 달 수 있는 유튜브 기능)으로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제공하는 등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노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국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많은 인프라와 자금, 시간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모든 과정을 손쉽게 해결해준다. 유튜브는 이전의 단순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다. 국외 시장으로 진출을 원하는 모든 기업이나 단체에 유튜브는 가장 큰 무기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_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해왔다. 현재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