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팝 아티스트인 레슬리 그레이스와 협업해 중남미 시장에서 직접적인 성공을 거둔 슈퍼주니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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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CJ ENM은 미국의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플랫폼인 HBO 맥스(Max) 등과 함께 K-팝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 SM 등 우리 기업이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해외시장 진출과 같은 맥락의 움직임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CJ ENM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하이브나 SM의 경우와 달리 스페인어권 시장, 다시 말해 중남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K-팝의 주력 시장으로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이 순차적으로 타진돼 왔지만 중남미는 아직 미개척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대중들에게 K-팝의 중남미 시장 공략은 여전히 낯설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중남미 시장은 K-팝의 세계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얼마나 상업적으로 유망한 시장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성장세 뚜렷한 중남미 팝 시장 잠재력 높아
중남미가 K-팝에 피해갈 수 없는 시장인 가장 명백한 이유는 시장의 규모와 성장세에 있다. 단일 국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중남미권 국가들은 아직 세계 10대 시장으로 분류되지 못한다. 음악산업에 관한 한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를 내놓는다고 볼 수 있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음반 시장의 크기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순이며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6위권으로 성장한 상황이다. 10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어권과 중남미에서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중남미 전체를 놓고 보면 성장세가 대단히 뚜렷하다는 점이다. 2020년 중남미 시장의 규모는 전년 대비 16% 가까이 성장했는데 이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가파른 추세다. 그 다음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아시아다. 성장세가 꺾인 일본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는데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폭발적인 성장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판단했을 때 매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며 한류와 K-팝 현상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와 잠재력이 높은 중남미는 가장 폭발력이 높을 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팝 시장의 트렌드는 장르적으로 보면 중남미의 강세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통 힙합과 록이 주춤한 사이 중남미에서 유래한 댄스음악들이 주류 팝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푸에르토리코에서 유래한 댄스음악인 레게톤과 여기서 파생된 일렉트로닉댄스음악(EDM) 장르인 뭄바톤을 들 수 있다. 이 장르들은 K-팝에도 적극 도입돼 방탄소년단(BTS)의 ‘피, 땀, 눈물’과 같은 히트곡들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는 다시 역으로 K-팝이 북미뿐만 아닌 중남미에서도 큰 반응을 얻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BTS나 엑소 등의 K-팝 그룹이 중남미풍의 음악들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이고 슈퍼주니어는 라틴팝 아티스트인 레슬리 그레이스 등과 협업해 ‘로시엔토(Lo Siento)’라는 곡을 발표해 중남미 시장에서 직접적인 성공을 거두기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여자)아이들, 카드(KARD) 등의 그룹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도 해외시장, 특히 중남미 시장에서 높은 지명도를 얻고 있다.
K-팝만의 폭발적 퍼포먼스, 중남미 정서와 통해
장르적으로 친숙한 음악을 한다는 것 외에 중남미 시장에서 K-팝 산업의 부상을 설명해줄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만의 도드라진 강점이 중남미 시장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K-팝이 역동적인 춤이 중심이 되는 퍼포먼스형 음악이라는 것이다. 라틴음악의 본령은 무엇보다도 열정적인 춤이다. K-팝 아이돌 음악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그 어떤 언어적·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매력이 된다. 이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부족한 일본팝이 왜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정복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동시에 K-팝은 미국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율이 강조된 음악인데 이는 중남미 대중들이 선호하는 낭만적인 정서와도 일치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K-팝이 지금 아이돌이라는 범주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미와 중남미에도 보이밴드나 걸그룹이 존재는 하지만 이는 K-팝의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진 아이돌에 익숙한 팬들에게 음악이나 퍼포먼스에서 어설픈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중남미 대중들, 그중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청소년층에게 있어 K-팝은 자국의 스타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음악인 셈이다. 동시에 K-팝이 가진 건전한 비주얼과 가사는 학부모들 입장에서 자식들에게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혹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K-팝의 본질이 크게 변하지 않고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는 한 중남미 시장에서 K-팝의 인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대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_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K-팝 연구로 음악학(Ethnomusicology)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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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