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뮤직어워드>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 4년 연속 수상자가 된 방탄소년단│유튜브
미국 현지 시간으로 5월 23일 저녁에 열리는 ‘2021 빌보드 뮤직어워드’의 최종 후보가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로컬’(지역)에 불과한 이 음악 시상식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름 아닌 BTS를 비롯한 K-팝 예술가들의 수상 여부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 시상식과 연을 맺어온 BTS는 이번에 무려 네 부문의 후보로 지명됐다. 기존에 수상한 바 있던 탑 듀오·그룹 부문과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 외에도 탑 송 세일스 아티스트, 탑 셀링 송 부문에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BTS가 음악 시상식에 지속해서 호명되는 것은 수상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다. 뒤돌아보면 K-팝은 한류시대라 부를 수 있는 2000년대 초반 이후로 계속 북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상당히 오랜 기간 소수의 열성팬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하위문화의 위상을 넘지 못했던 K-팝은 비로소 BTS를 통해 주류 산업에서 관심 받는 문화로 급성장했다.
미국 레코드 회사들이 한국 회사와 협력해 K-팝을 직접 제작·유통하는 상황까지 발전한 이유도 BTS가 주류 시장에서 인기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BTS가 일반 대중에 광범위하게 침투된 다이나마이트(Dynamite) 같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같은 대중 시상식에서 지속해서 호명되는 것이 K-팝 산업 전반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수치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현상이다.
빌보드 시상식에서 아시아인의 약진
K-팝 입장에서 더 주목할 점은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의 후보군이다. 총 다섯 팀의 후보 중 K-팝의 이름이 무려 세 팀이나 올라와 있다. BTS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블랙핑크와 보이밴드 세븐틴이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 아이돌 그룹인 SB19의 등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미국의 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이렇게 아시아인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리소통망(SNS)에서 팬 활동과 투표를 기반으로 삼는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얼마나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느 쪽도 쉽게 대답할 수는 없는 질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기의 척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음악이나 예술가의 인기는 음반의 판매량과 텔레비전(TV) 및 라디오 등을 통한 방송 횟수에서 근거를 찾았다. 많이 팔리고 많이 나오는 음악을 우리는 흔히 인기 음악이라 부른다. 문제는 대중음악에서 누구나 즐겨 듣는 음악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음악이 향유되는 방식, 팬들이 규합하는 방식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중음악의 인기는 더 이상 라디오와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대중에 심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음원 서비스 등으로 듣고 싶은 음악, 지지하는 가수들의 음반만 반복 재생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방송이 아닌 SNS 활동이다.
SNS는 개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또한 그들의 팬심을 가장 활발하고 무제한적으로 발산하고 연대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대중음악의 가장 적극적인 고관여층이 모여 있는 곳이 SNS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단순히 방송에 많이 나오는 음악을 인기 음악이라 부르기는 애매하다.
K-팝이 선도하고 있는 것
SNS에서 인기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성질을 갖는다. ‘소셜 지수’는 단순히 화제라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을 홍보하기 위한 팬들의 일당백 노력이 수치화돼 나온 것에 가깝다. 소극적인 청자들이 음악을 한두 번 들을 때 이들은 해시태그 공세를 통해 예술가나 노래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캠페인에 가까운 이 활동이 만들어내는 소문을 전통 의미의 인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소극적인 팬이 다수 존재하는 것과 적극적인 팬 소수가 존재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것이 한 예술가의 위상을 올바르게 설명해주는 척도냐는 질문은 여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K-팝 예술가 여럿이 후보에 올랐다는 이유로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의 의미가 퇴색될 수는 없다. 엄밀히 이 상은 K-팝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상이 아닌 미국 내에서 변화하는 대중음악의 소비 패턴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팝 아이돌 저스틴 비버는 이 부문이 처음 만들어진 2011년부터 무려 6년간 수상을 독식했다. BTS가 저스틴 비버의 독주를 깨고 4년 연속 이 상의 수상자가 됐다고 한들 그 본질이 바뀔 수는 없다.
BTS는 미국 현지 가수들을 제치고 미국 내, 나아가 전 세계 SNS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활발한 열성팬을 가진 예술가로 등극했고 이제 그 뒤를 다른 K-팝 그룹, 심지어 K-팝에 영향을 받은 필리핀 아이돌이 가세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흐름이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저변의 인기와 흐름, 지금 그것을 BTS와 K-팝이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대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_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K-팝에 대한 연구로 음악학(Ethnomusicology)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