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2020년 10월 인도 일간지 <이코노믹 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한류가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대유행에 인도에서 큰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급성장한 한류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은 봉쇄 기간 직전인 2020년 1월 인도 음원 누리망 <지오사븐> 음원 순위 68위에 머물렀는데 2020년 10월 기준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도 음원 누리망에서 별다른 홍보 없이 BTS의 순위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으로 K-드라마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한류 불모지’였던 인도에 서서히 한류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매력 넘치는 미지의 시장 인도
이 기사를 접하고 몇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콘텐츠 제작자들 사이에서 인도는 조금 과장하자면 ‘엘도라도’같은 곳이었다. 인도 시장에 대해 자세히 모르지만 너도나도 그곳에는 엄청난 황금이 있으리라 믿었고 몇몇 용감한 이는 저마다 콘텐츠를 들고 인도로 향했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가 침체됐을 때는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가 대체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제작자가 인도 시장 규모에 현혹돼 용감히 뛰어들었다가 큰 벽만 느끼고 돌아섰다. 물론 모든 콘텐츠가 그랬던 건 아니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 <허준>과 2017년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몽골계가 많은 북쪽 지역만 알려졌을 뿐 인도 전체 시장에서 한류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인도는 콘텐츠 선진국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보기술(IT)에 강한 나라답게 게임이나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력한 문화 인프라 덕분에 자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고 아시아권이지만 서양 문화 선호 사상도 있어 K-콘텐츠들이 자리 잡기가 무척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거기에 인도 특유의 문화 감성이 있다 보니 해외에서 날고 기는 대작 콘텐츠도 인도에만 들어가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최근 한류가 점점 확산돼 가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인도 역시 봉쇄 기간에 많은 이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나섰다. 봉쇄 기간 중 인도 내에서 OTT 사용자는 2020년 4월에만 500만 명이 늘어 2020년 7월 기준 누적 가입자만 3000만 명에 달했다. 인도 전체 인구에 비하면 작은 숫자지만 공유 사용자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리라 예상한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코로나19 속에서 타오른 한류의 불꽃
이런 상황에서 <더 킹: 영원의 군주>, <싸이코지만 괜찮아> 등 넷플릭스에서 소개된 K-드라마들이 연달아 넷플릭스 인디아 톱 10에 들면서 K-드라마의 인기는 서서히 높아졌다. 현재도 송중기 주연의 <빈센조>와 이동욱, 조보아 주연의 판타지 호러물 <구미호뎐>이 순항 중이다. 미국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개성으로 품질 좋은 K-드라마의 매력이 인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 바람에 덩달아 신이 난 건 인도 진출을 했거나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이다. 한류로 우리나라 이미지가 좋아져 덩달아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는 반사 효과를 얻는 것이다. 특히 K-뷰티 같은 일반 소비재와 K-푸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여러 소비재와 음식 문화에 인도 젊은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운 음식을 즐겨하는 인도사람인 만큼 김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매운 음식이 큰 인기다. 코트라(KOTRA) 자료에 실린 현지인 인터뷰에 따르면 “예전에는 K-푸드를 잘 몰랐다. K-드라마를 보고 K-푸드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치와 라면을 처음 접했고 다른 국수까지 도전해봤다. 김치를 먹을 때는 꼭 젓가락을 쓰려고 한다.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배웠다”며 K-드라마와 K-푸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 밖에도 K-뷰티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K-드라마로 시작한 우리나라 소비재를 향한 관심 덕분에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인도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열심히 노력한 것에 견줘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제는 한류가 우리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타오르는 한류의 불씨는 많은 콘텐츠 제작자와 기업들에 망망대해의 등대 같은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_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해왔다. 현재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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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