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스컴의 보도를 보자니 겨우살이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문과 방송 보도에 따르면 겨우살이가 그야말로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을 놓고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습니다. 겨우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초꾼들이 매스컴을 타고 주장하는 겨우살이의 효능이란 것들이 전부 입증된 것은 아니며, 여러 관계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사뭇 다를 때도 많답니다. 그러므로 주변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만, 서양 역사를 살펴보자면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겨우살이가 대단한 만병통치약으로 대접받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답니다.
“드물게 참나무에 붙은 겨우살이가 발견되면 드루이드 사제들은 한달의 시작이자 30주년의 시작으로 여기는 태음력의 제6일을 기다려 이것을 채취한다. 우선 나무 아래에서 제사 준비를 마친 다음 한 번도 멍에를 맨 적이 없는 흰 황소 두 마리를 그 자리로 끌고 온다. 이윽고 때가 되면 흰 옷을 입은 사제가 나무 위로 올라가 황금 낫으로 겨우살이를 자른 다음 이를 흰 천에 싸서 내려온다. 그러고 나서 사제들은 신에게 소를 제물로 바치고 신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불로장생약인 겨우살이로 만든 음료가 불임이 된 가축들에게 생식력을 회복시켜 주고 모든 독을 해독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상은 로마의 박물학자 대(大)플리니우스(A.D. 23~79)가 <자연사(Naturalis Historia )> 속에서 갈리아인들의 풍습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요즈음처럼 스산한 겨울날이라면 나무들이 죄다 낙엽을 떨군 숲속의 모습이란 살풍경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겨우살이들만 추위를 아랑곳하지도 않고 시퍼런 녹색으로 생기를 뽐내고 있으니, 고대인들에게조차도 필경 이것은 경이로운 정경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 겨우살이가 다른 나무도 아닌 최고 신 제우스의 표상인 신성한 참나무에 붙어 자라는 모습은 더욱 신령스럽게 보였겠지요.
그래서 고대의 드루이드 사제들은 희생 제물까지 바쳐가며 조심스럽게 겨우살이를 채취했던 것입니다. 성스러운 겨우살이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황금으로 만든 낫을 사용했으며, 채취한 다음에는 겨우살이가 땅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는군요. 그랬다가는 당장 효험이 사라진다고 믿었거든요. 그다지 볼품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기생식물 하나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았다니 믿기 어려운 사실입니다만, 역사를 넘어 신화시대 속으로 들어가면 점입가경입니다.
겨우살이는 북유럽의 신화에서처럼 불사의 신을 죽음에 빠뜨리는 막강한 신물이 되는가 하면, 로마의 시인 버질에 의하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스러운 부적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겨우살이가 사랑과 평화의 상징물이 되어 왔답니다. 겨우살이 가지 아래에서 남녀가 입을 맞추는 장면을 영화에서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전쟁터에서는 병사들끼리 겨우살이 아래에서 휴전을 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겨우살이 열매가 빠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요즈음 남획으로 겨우살이가 수난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신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하늘을 찌른다 하더라도, 장구한 겨우살이의 역사가 설마 여기서 끝나겠습니까? 어떤 식물을 보더라도 그저 몸에 좋다는 약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세월을 되새겨본다면 내면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데 더 보탬이 되리라 믿습니다. 겨우살이를 만난다면 차라리 고대인들처럼 이렇게 고백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입니다.
글과 사진·김태영(자연생태연구가·<한국의 나무> 공저자)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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