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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이 나돌 때 저 말이 무슨 말인가, 의아스럽게 여긴 적이 있다. 나중에야 내막을 알고 아 그 말이 그런 뜻이었구나, 알게 된 일이 있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언론매체에 떠도는 말을 자꾸만 배울 필요가 있다. 이제껏 전혀 들어본 일이 없는 말들이 나돌기 때문이다.
가령 인플루언서란 말도 그렇다. 인터넷 사전을 들여다보면 ‘누리소통망(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많은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설명이 나와 있다. 이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러는 중량감 있는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말들도 있다.
배우 김혜수가 처음 사용했다는 ‘멋지다’ ‘매력 있다’란 뜻을 지닌 ‘엣지있다’란 말. 이 말은 영어와 우리 말의 합성어라고 한다. 영어의 ‘엣지(Edge·날카로움)’에 우리 말의 ‘있다’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 이른바 ‘콩글리쉬’인 셈인데 그 말이 참 재미있다. 언어란 그렇게 언어 대중, 언중(言衆)의 뜻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리라.
나는 나이 든 사람이지만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 끝없이 젊은이들의 말을 배우고 듣고 느낀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네 인생은 명사로 시작해서 동사로 끝나는 것 같다. 명사는 ‘무엇’에 해당하고 동사는 ‘어떻게’ 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무엇이 먼저란 얘기다. 무엇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인생의 시작이고 출발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꺼낸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 알아본다. 물론 이 말은 ‘미투’ 현상과 함께 새롭게 출현한 용어다. 역시 사전적 의미는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나는 이 말 대신에 ‘타인인지 감수성’이란 말을 새롭게 만들어 쓰고 싶다. 이제 세상은 나의 입장만 고집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타인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로가 팍팍해서 살 수가 없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아, 어지럽던 대통령선거도 얼마 전 끝났다. 시계를 돌려 대선 다음날로 바꾸고 싶던 마음도 가라앉았다. 이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쪽도 겸허할 필요가 있고 그렇지 못한 쪽도 상한 마음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 그러함에 있어 타인의 입장을 십분 고려하는 마음과 태도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가 좋은 나라의 성숙한 백성이라 말하기 어렵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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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