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맞지 싶다. 청년 시인일 때 들은 얘기가 있다. 곧고 정하기로 이름난 시인 김현승 선생 이야기다. 어느 날, 믿는 후배에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제 회갑을 넘긴 사람이 됐네. 이제부터는 내가 헛소리를 할지도 모르니 내 말을 곧이듣지 말게.”
이게 무슨 생뚱맞은 말씀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나이 먹은 자기 자신을 알고 스스로 언행을 조심하고 경계했음을 증명한 얘기다. 이런 어른이야말로 생애 후반에도 실수하는 일 없이 바르게 인생을 살다 가시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은 어떤가?
나도 이제 70대 후반, 배안엣나이로 쳐서 78세. 나이 든 사람의 입장으로 얘기를 좀 해도 좋을 나이가 아닌가 싶어 얘기하고자 한다. 대체로 요즘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가 나이 든 사람이란 생각을 될수록 잊고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젊게, 씩씩하게 사는 건 좋다. 젊은 시절에 이루지 못한 일을 새롭게 시도하고 그 일에 매진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잇값을 하면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젊은이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내가 문학 하는 사람이니까 문학상을 예로 들어 말해보겠다. 이것도 예전 어른 이야기인데 미당 서정주 선생은 회갑을 넘기고서, 자기는 이제 문학상 같은 것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적으로 말한 바 있다.
이것도 옳으신 일이다. 하지만 요즘 나이 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젊은 시절 받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받자는 식이고, 나이 든 대접으로 더욱 받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많이 민망한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문학상이나 문단의 일은 될수록 젊은이들에게 양보해 맡기고 나이 든 분들은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에게 지도력과 자생력이 생긴다. 정말로 요즘 나이 든 어른들은 연극이 끝났는데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 연극배우와 같다.
무엇이 나이 든 사람이고, 또 나이 든 사람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사람의 몸을 생각해보면 안다. 젊은 사람의 몸은 먹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엇이든지 많이 먹고 싶어 한다. 그만큼 활동이 많고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의 몸은 먹는 일보다는 배설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니, 배설이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먹는 것도 줄이고 조심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다. 나이 든 사람에겐 몸이 요구한다.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으라고. 버리는 것을 많이 하라고.
나이 들어 이것저것 욕심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건 좀 그렇다. 민망한 일이다. 그런 걸 노욕이라고 그런다. 나이 든 사람이면 문학상 같은 것도 자기들이 만들어 젊은 사람들에게 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말로 나이 든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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