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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 해가 기울어 오늘(11월 7일)이 벌써 입동이다. 입동이라면 겨울의 절기에 들어선다는 말. 그렇지. 이제부터는 겨울이지. 그런데 요즘도 모기들이 방 안에 들어와 사람의 피를 구걸하고 다닌다. 무언가 달라졌어도 많이 달라진 현상이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모기는 상강만 지나도 입이 삐뚤어져 피를 빨지 못한다”고 하셨다. 말하자면 서리만 내려도 모기가 죽는다는 말인데 요즘엔 입동에도 모기가 죽지 않고 날아다니니 어리둥절한 심정이다. 기후가 달라진 것이다.
적어도 온대성 기후인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 또는 준 아열대성으로 바뀐 증거일 터다. 이걸 어쩌나? 탓해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또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지구의 형편이 그렇게 됐고 우리의 삶의 환경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울기 시작한 지구. 망가질 대로 망가져가는 지구. 이러한 지구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와 나라끼리도 돈으로 잘살고 무기로 뽐내고 전쟁하고 다투는 걸로 자랑을 삼는데 과연 그게 얼마나 갈지! 나는 자연과학자도 사회학자도 아니라서 이 방면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의 짐작은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농촌의 논밭에서 작은 곤충이 사라진 것이 1970년대다. 1973년쯤 농촌의 작은 곤충이 깡그리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땅강아지, 귀뚜라미, 메뚜기, 방아깨비 같은 곤충부터 논에서 사는 우렁이나 새우, 붕어와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가 죽어버렸다. 농약 때문이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를 무작정 써왔는데 그것들이 농사에 도움은 됐으나 더불어 살던 미세동물들을 몰아낸 것이다.
하기는 그것이 과학이고 좋은 농사법이라고 말하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오늘날 지구의 날씨가 이렇게 변한 것도 실은 그동안 인류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그저 잘살고 편리하게만 산다면 무슨 일이든 망설이지 않았던 인류다. 그 결과가 오늘날 날씨가 아닌가 싶다. 예상치 못한 질병들의 유행 또한 그와 무관치 않다.
매우 비현실적인 안목으로 살아온 나와 같은 사람의 눈으로 볼 때도 오늘날 우리의 삶은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다. 지구의 형편 또한 심상치 않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잘살기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고 그만큼에서 만족하라는 말이고 속도를 늦추자는 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낭떠러지에서 추락만이 있을 뿐이다.
임계점이란 것이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온도인 100℃가 그것이다. 이미 우리의 지구는 기울기의 임계점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내가 1970년대 초 논두렁길을 가다가 논바닥에 허옇게 죽어 널부러진 미세동물들의 시체를 보면서 소름 끼쳤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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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