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장애인 아이스하키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 이탈리아전에서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우리나라의 이종경(왼쪽 두번째)이 환호하고 있다.
한민수(52) 감독이 이끄는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3월 9일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꺾었다. 미국, 캐나다를 상대로 조별 예선 2연패를 당한 뒤 이번 대회 첫 승을 거두면서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2연속 패럴림픽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4년 전 패럴림픽 사상 첫 파라아이스하키 동메달을 따냈던 ‘그때 그 선수들’이 다시 한번 일을 낸 셈이다.
이날 우리나라는 저돌적인 보디체킹과 기동력으로 시작부터 이탈리아를 몰아붙였다. 1피리어드 초반 장동신(46)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날린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골대를 뚫어냈다. 평창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장동신이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장동신은 2피리어드 때도 송곳 패스로 정승환(36·강원도청)의 득점을 도우며 펄펄 날았다. 우리나라는 3피리어드 시작과 동시에 이종경(49·강원도청)이 추가골을 넣었고 장동신이 피날레 골을 장식했다. 장동신은 이날 2골 1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신의현이 3월 8일 중국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미들 좌식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연합
“파라아이스하키 한국 골리 활약 놀라워”
수비 또한 안정적이었다. 우리나라는 패스 실수로 이탈리아에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내줬지만 골리 이재웅(26·강원도청)과 최혁준(50·서울특별시)이 선방쇼를 펼치며 골문을 틀어막았다. 상대의 유효샷을 수차례 막아낸 둘은 지난 캐나다전에서도 상대팀 주장 타일러 맥그리거로부터 “특히 한국 골리의 활약이 놀라웠다. 우리 슈팅이 42개였는데 엄청난 선방으로 다 막아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이날 승리로 이탈리아와 팽팽했던 상대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통산 19전 10승 9패. 2018년 이후 이탈리아를 상대로 이어오던 기분 좋은 승리 행진이 3연승으로 늘어났다.
아이스하키와 장애인 스포츠 둘 모두 토양이 척박한 환경에서 파라아이스하키를 패럴림픽 강세 종목으로 일으켜 세운 대표팀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잘 곳이 없어 라커룸에서 잠을 자고 대관이 어려워 새벽 3시에 훈련하기도 했다. 국내 실업팀이 하나도 없어 2005년까지는 국제 대회에 나가기 위해 사비를 털어야 하기도 했다. 이번이 네 번째 패럴림픽 참가. 2012 노르웨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17 강릉 세계선수권 대회 동메달 등 여러 성과도 냈다.
역경을 함께한 세월을 담금질 삼아 대표팀은 ‘원팀’이 됐다. 단단한 팀워크를 앞세운 ‘원팀 코리아’는 2021년 6월 훈련 재개 40일 만에 참가한 체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며 베이징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평창 대회 때 백전노장 주장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한민수 감독은 “2년간 국제대회를 아예 못 나갔다. 4년 전과 비교해 70~80%의 전력이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4강에 올랐다”고 말했다.
▶3월 7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보드크로스 준준결승 경기에서 이제혁이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연합
아, 빗나간 6발… 신의현 바이애슬론 11위
신의현(42·창성건설)의 질주에 사격이 제동을 걸었다. 신의현은 3월 8일 중국 장자커우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10km 경기에서 34분 5초 7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19명 중 11위를 했다. 동메달을 딴 3위 타라스 라드(31분 26초 9·우크라이나)와 기록 차는 2분 38초 8. 이날 신의현과 함께 출전한 원유민(34·창성건설)은 38분 21초 8을 기록하며 17위를 했다. 금메달은 중국의 류멍타오(30분 37초 7), 은메달은 독일의 마르틴 플레이그(31분 23초 7)가 가져갔다.
신의현이 고전한 종목은 사격이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경기다. 10km 레이스에서는 산악 코스를 내달리며 2km에 한 번씩 4번 사격을 한다. 사격 한 번에 5발이 주어지는데 표적 하나를 놓칠 때마다 100m를 더 달려야 한다.
이날 신의현은 전체 20발 중 6발을 놓쳤다. 벌칙 주로 600m를 더 달린 것이다. 첫 1km 구간을 4위로 통과하며 쾌조의 출발을 한 신의현은 첫 번째 사격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5발 중 4발을 놓쳤다. 이어 두 번째 사격에서 한 발을 놓치고 3번째 사격은 모두 명중시켰지만 이미 뒤처진 순위를 끌어올릴 수는 없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바이애슬론 종목을 대비해 사격 훈련에 각별히 신경 썼던 신의현은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욕심부리면 안 되는데 주변 기대도 있고 해서 욕심부렸다”며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첫 사격이 잘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신의현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7.5km에서 우리나라 동계패럴림픽 최초 금메달, 15k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에서 금빛 질주의 재현을 노리고 있지만 장자커우는 고도가 높고 코스가 낯설어 적응이 쉽지 않다. 그는 앞서 3월 5일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6km에서 12위, 6일 주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18km에서 8위를 했다.
남자 스노보드 이제혁 준결승 진출 좌절
한편 장애인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제혁(25·서울시장애인체육회)은 3월 7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 준준결승에서 4조 4위로 결승선을 통과, 각 조 상위 2명에게 주어진 준결승전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제혁은 전날 예선에서 1분 04초 53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23명 중 10위에 올라 상위 16명이 나서는 본선에 진출했지만 준준결승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이제혁은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대회를 마친 뒤에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예선과 본선에서 내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오늘 너무 긴장했다. 나 혼자만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예선에서는 잘 타는데 4명이 함께 타는 본선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히거나 했을 때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순간적인 대응 능력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잘 보완하면 다음에는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 장애(SB-UL) 부문에 출전한 박수혁(22·대한스노보드협회)과 이충민(36·충청북도장애인체육회) 역시 준준결승 1조와 3조 4위를 기록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박강수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