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스키 신의현│한겨레
감동은 계속된다
이제는 패럴림픽이다.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3월 4~13일)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뒤를 이어 감동의 스포츠 무대를 연출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 파라아이스하키, 휠체어컬링 등 총 6개 종목에서 50여 개국 1500여 명의 선수단이 경쟁한다. 올림픽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 3개 지역에서 대회가 열린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판다 마스코트 ‘빙둔둔’이 있었다면 동계패럴림픽에는 등불을 본딴 ‘쉐룽룽’이 있다. ‘쉐’는 새하얀 눈을, ‘룽’은 포용·관용과 융합·친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6개 종목 모두에 척수·시각·뇌병변·절단 및 기타 장애인 선수 32명, 임원 50명 등 82명을 내보내 동메달 2개를 목표로 열전을 펼친다. 17명의 선수로 구성된 남자 파라아이스하키가 가장 규모가 크며 이어 휠체어컬링(5명), 알파인스키(4명), 크로스컨트리스키·바이애슬론(3명), 스노보드(3명) 순으로 선수들이 출사표를 냈다. 최연소 선수는 알파인스키의 최사라(19), 최고령 선수는 휠체어컬링의 윤은구(53)다.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핀란드·뉴질랜드와 함께 공동 16위에 올랐다. 당시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7.5km에서 우리나라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신의현이 2연패를 노린다. 신의현은 2월 13일 노르딕스키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담감도 즐기려고 한다. 평창 때는 첫 패럴림픽이라 잠도 잘 못 자고 많이 떨었는데 이제 경험이 있으니 심적으로는 편한 것 같다”며 “2연패를 하고 싶다. 더 나아가 바이애슬론에서 60발 만발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평창에서 동메달을 딴 파라아이스하키 팀도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한다. 당시 주장이었던 한민수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8년 평창 대회에선 4강에 올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아랫줄 왼쪽에서 세번 째)이 2월 22일 경기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해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이 선수를 주목하라
1992년 알베르빌동계패럴림픽에 선수 2명과 임원 3명을 파견해 동계패럴림픽 무대에 처음 나섰던 우리나라는 이후 대회에 한 차례도 빠짐없이 출전했다. 2018 평창 대회(금 1, 동 2)를 포함해 통산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일궜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패럴림픽은 선수들의 투혼이 팬들의 눈길을 끈다. 경기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패럴림픽 알파인스키에서는 결승점 통과 기록이 아니라 그 기록에 선수 스포츠 등급에 따른 핸디캡(경기 성적에 너무 큰 차가 생기지 않도록 등급에 따라 사전에 주어지는 조건) 요소를 곱해서 최종 점수를 산정한다. 또 시각장애인 스키 선수는 안내자(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며 질주해야 한다. 휠체어컬링에서는 남녀 혼성 한 종목만 열리며 빗자루질 없이 경기가 이뤄진다. 비장애인 국가대표 출신의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돕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알파인스키 최사라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대한장애인체육회
‘평창의 영웅’ 신의현 두 대회 연속 메달 도전
이번 대회 주목할 선수로는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 두 종목에 출전하는 ‘평창의 영웅’ 신의현(창성건설·42)이 꼽힌다. 교통사고로 인한 좌절을 딛고 일어선 신의현은 평창 대회에서 금 1개(크로스컨트리 좌식 7.5km), 동 1개(크로스컨트리 좌식 15km)를 거머쥐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두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조준한다. 신의현은 바이애슬론 좌식 7.5km·12.5km, 크로스컨트리 좌식 10km·15km와 스프린트에 출전한다.
신의현은 2월 중순 국내에서 열린 전국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와 7.5km에서 금메달을 땄고 크로스컨트리 스키 3km와 4.5km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평창 때보다 몸상태가 좋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어려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장애인체육 귀화 1호 선수로 돌아온 원유민(창성건설·33)도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 무대에 선다. 그는 “첫 패럴림픽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고 말했다.
썰매를 타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는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정상을 향해 뛴다. 우리나라는 A조(한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에 속해 있는데 조별리그를 벌인 뒤 4강에 오르는 게 1차 목표다. 우리나라는 2021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2018 평창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3피리어드(피리어드 당 15분씩)로 진행되는 파라아이스하키에서는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나는데 휠체어럭비로 다져진 김상락(43·경기도)이 전방에서 몸으로 막고, 장애인 육상에서 주목받았다가 전향한 골리 이재웅(26·강원도청)이 최후의 수문장으로 골문을 지킨다. 결정력이 좋은 장동신(46·강원도청),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정승환(36·강원도청), 4회 연속 패럴림픽에 나서는 주장 장종호(38·강원도청)도 듬직하다.
알파인스키 최사라 “꼭 시상대 설 것”
알파인스키에서는 시각장애 B2 부문에 출전하는 최사라(19·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가 주목을 받는다. 최사라는 2015년 대표선수 꿈나무로 뽑힌 뒤 2019년 프랑스 바흐에서 열린 국제대회 회전, 대회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시력이 극도로 약한 최사라는 앞서 달리는 가이드가 무선 헤드셋으로 매 순간 코스 상황을 알려주면 그 신호에 따라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간다. 최사라의 가이드를 맡은 스키 국가대표 출신의 김유성 코치는 “비장애인 국가대표로 뛰었지만 따지 못한 메달을 최사라 선수와 같이 따 오겠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대회에는 나이 제한 때문에 시범선수로만 참여한 최사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경기에 임해 시상대에 꼭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B3)를 갖고 있는 장애인육상 선수 출신의 황민규(26·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도 평창 대회 회전 13위를 넘어 입상권에 도전한다.
알파인스키 활강, 회전, 대회전 등에 출전하는 지체장애 LW12-1 등급의 한상민(43·국민체육진흥공단)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우리나라에 설상 종목 첫 메달(은)을 안긴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그는 “마지막 패럴림픽으로 생각하고 있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둬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박수혁│한겨레
▶휠체어컬링 대표팀│대한장애인체육회
‘벤쿠버 은메달’ 휠체어컬링 “큰일 낸다”
스노보드에 출전하는 이충민(36·충청북도장애인체육회)은 군 제대 뒤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어 상지 장애 UL 등급에 출전한다. 학창 시절 다재다능한 운동 능력을 자랑했던 그는 2021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태권도 겨루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는 “본업이 농부인데 농사로 다져진 힘을 보여주겠다. 후회없이 즐기고 오겠다”고 밝혔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최연소로 참가한 박수혁(22·경기도)도 두 대회 연속 스노보드에 출전해 기량을 뽐낸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휠체어컬링도 ‘큰일’을 낼 준비를 마쳤다. 선수들의 정신력 코칭을 담당하는 장창용 교수(안동대)는 “대회가 다가오면 선수들이 압박감으로 면담 요청을 많이 하는데 이번 베이징 팀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넉넉한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고승남(37·의정부롤링스톤)이 스킵을 맡았고 여성 출전자인 백혜진(39·의정부롤링스톤)이 리드로 첫 투구를 담당한다. 선수간 소통과 호흡이 장점인 만큼 휠체어컬링팀이 우리 선수단에 메달을 안길 것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기대하고 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장애인 스포츠 권리 신장 노력
동·하계 올림픽 동반 개최로 결실
장애인올림픽은 영어로 패럴림픽(Paralympic)으로 불린다. 패러라는 접두사는 “함께” 또는 “나란히”라는 뜻이며 여기에 올림픽을 붙여 올림픽과 평행하게 개최되는 패럴림픽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첫 패럴림픽 대회는 1960년 로마에서 시작됐고 이 때부터 4년마다 올림픽 개최 장소에서 하계패럴림픽이 열렸다. 1976년에는 스웨덴의 외른셸스비크에서 1회 동계패럴림픽이 열리면서 동·하계 패럴림픽이 정착됐다.
이후 1988년 서울패럴림픽 개최를 계기로 1989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탄생했고 IOC의 모든 권리를 승계받은 IPC가 패럴림픽과 세계대회 등을 직접 관장하게 됐다. 특히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대회 때 IOC와 IPC 위원장이 서명한 협약을 통해 동·하계 올림픽 유치국가는 반드시 패럴림픽을 동반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문화했다.
1948년 영국 런던에서 2차 세계대전 참전 상이용사를 모아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뒤 매년 행사를 진행했던 루트비히 구트만 박사의 장애인의 스포츠 권리 신장 노력이 최고의 엘리트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한편 이번 패럴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올림픽과 같은 연금과 포상금을 받는다.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연금 월 100만 원이나 일시금 6720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은메달은 월 75만 원(혹은 일시금 5600만 원), 동메달은 월 52만 5000원(혹은 일시금 3920만 원)을 받는다. 메달을 여러 개 따면 추가 기여도에 따라 장려금이 나온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금메달(6300만 원), 은메달(3500만 원), 동메달(2500만 원) 수상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지도자도 다양한 혜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