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으로 도약 이룬 바이오산업 K-글로벌 백신허브로 성장 가속화

2021.09.27 최신호 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8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K-글로벌 백신허브 전략 추진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은 세계 모든 나라를 예외 없이 강타한 전대미문의 위기다. 나라마다 대처방식이 다르고 사회·경제적 피해 또한 차이가 많다. 국민 생명과 건강 보호는 모든 국가의 핵심 가치이자 기본 임무인 만큼 코로나19를 통해 세계 각국 위기 대응 능력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
감염병 확산 차단과 인적, 물적 피해 최소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K-방역은 전 세계 모범 사례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우리나라를 코로나19 위기 대응의 선도국가 반열에 올렸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의 코로나19 현황(worldometers.info/coronavirus)을 보면 9월 15일 현재 전 세계 224개 국가의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평균 2739명, 사망자 수 57.2명이다. 환자 수 대비 사망자 수로 계산한 치명률은 100명 당 2.09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피해 통계를 풀이하면 100명 중 2명 이상 사망하는 무서운 감염병에 걸린 사람이 전 세계 인구 100명 가운데 3명에 가깝다. 지금의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연내 100명 중 4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코로나19 청정국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좋고 안정적인 보건의료 체계도 갖춘 것으로 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코로나19 충격은 더 참담하다. 9월 15일 현재 주요 37개 회원국의 누적 환자 수를 집계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누적 환자 수 평균 7753명, 누적 사망자 수 평균 136.5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피해는 다른 회원국에 견줘 코로나19 청정국에 가깝다. 누적 환자 수가 인구 10만 명 가운데 466명, 사망자 4.3명꼴이다. 다른 OECD 회원국의 처지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코로나19 안심 국가다. 치명률은 8월 11일부터 1명 아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미국은 누적 환자 수가 10만 명당 1만 1648명으로 약 25배, 사망자(194.1명)는 무려 45배 많다. 영국과 프랑스도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각각 40배를 넘는다. 유럽에서 모범 국가로 꼽히는 독일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환자 수 10배, 사망자 수는 25배 더 많다. 일본은 코로나19 통계의 정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구 대비 환자와 사망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각 2.3배, 2.9배 높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피해 상황이 덜한 나라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하지만 섬나라의 특수성이 있는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방역은 회원국들이 따를 만한 사례로 보기 힘들다. 뉴질랜드는 초기부터 강력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로 확산세를 막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대신 2020년 -2.1%의 역성장에다 2021년 성장률 전망치도 1%대에 머무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의 장점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이 -1.0%로 떨어졌지만 주요 선진 경제권에서 역성장 폭이 가장 적고 경제 회복 속도는 가장 빠르다. OECD에서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3.8%다.

▶국립의료원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 국립의료원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 가속화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중장기 대응 방식도 사뭇 다르다. 위기 대처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의료 체계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잠재력도 보인다. 의약품, 진단도구(키트), 주사기 등 의료기기, 보건 용품 등 바이오헬스 제품의 수출이 2020년 사상 처음 연간 100억 달러에 진입했고 2021년 들어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누적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76억 5000만 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특허 등록은 최근 5년 사이에 연 평균 20%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0년 신약 관련 기술 수출은 전년 대비 네 배 늘어 약 5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확인된 K-방역의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및 생산, 진단도구, 의약품 등 국내 바이오산업이 도약과 혁신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유지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 극복 단계의 주도권을 이어가려면 K-글로벌 백신허브의 지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병원체는 계속되는 변이 발생 때문에 완전 종식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확산세가 진정되고 치명률과 중중화율이 떨어지면 독감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여 주기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해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방역·의료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이런 전환을 뒷받침할 기능과 수단은 대부분 바이오헬스 산업이 제공한다. 특히 백신 개발과 생산 주도권 확보는 절실한 국가 과제이자 코로나19 위기 이후 선도국가로 도약할 발판이다. 정부가 전 세계 백신 공급의 중심지(K-글로벌 백신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을 수립해 범정부 차원의 추진 조직을 설치하고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 민간 역량을 모아 총력 지원에 나선 이유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한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8월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방문해 임상시험센터장 김병수 교수와 시료분석실을 살펴보고 있다. | 보건복지부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최적지
백신허브화 전략의 첫 번째 경로는 위탁생산이다. 백신은 관련 설비와 부자재 공급, 원료 생산, 완제품 제조, 품질 관리,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분업 생태계가 구축된 곳에서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제품까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서도 최적지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초기부터 생산 중이고 미국 노바벡스와도 기술 이전과 위탁 생산 계약을 맺어 승인·허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5월 미국 방문 당시 계약 성사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부터 미국 모더나사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백신도 국내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 네 곳,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여덟 곳의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참여해 연내 위탁생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정부는 백신 생산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원부자재 생산시설과 설비 구축에 기업당 최대 30억 원을 제공하고 자체 설비가 취약한 기업에 국제 표준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GMP)을 갖춘 공공시설 활용을 지원한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GMP 사전 검토 전담반을 설치해 GMP급 시설 구축부터 최종 평가까지 일대일 맞춤형 지원을 한다.
원부자재 자립화 촉진 방안도 마련했다. 2021년 6월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수요 조사를 했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우선순위를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세부 자립화 계획을 마련한다. 국산 백신 원료와 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교 시험과 성능 평가, 상용화 기술 연구개발(R&D) 등 패키지형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국산 백신 개발은 백신허브화 전략의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과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GBP510)의 임상3상 시험 계획이 8월 10일 식약처 승인을 받아 국산 백신의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상반기 내 1호 국산 백신의 등장을 목표로 범정부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진행 중인 기업과 연구소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큐라티스, HK이노엔,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모두 7곳이다.



정부,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다양한 혜택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범정부 백신 임상시험 지원 태스크포스(TF·특별팀)를 운영하면서 부처별 지원 사항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기업이 신속하게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2상 종료 이전부터 개발 기업과 일대일 맞춤 상담·사전 검토로 임상 3상 설계를 돕는다.
또 WHO와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비교임상에 필요한 대조 백신 확보를 지원하고 표준물질 검체 분석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정부의 임상 3상 지원 체계는 환자(피시험자) 모집과 접종, 검체 분석, 허가와 심사, 상용화 지원 등 단계별로 나누어 진행한다.
3상 시험을 들어간 기업에 대해 정부가 국가임상시험재단을 통해 임상시험 의향자 약 3000명을 확보해 참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 참여자 확보가 관건인 만큼 정부는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또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의료진이 지속해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부작용 발생 시 신속 의료 조치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위한 배상책임보험을 지원한다.
검체 분석과 유효성 확인 작업은 국립보건연구원 주관으로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화학연구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한다. 또 3상 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 식약처가 전담 조직을 통한 사전 검토를 하는 등 허가·승인 신청에서부터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4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시설·장비 투자비, 원부자재 선주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재원으로 일부 선구매를 추진하고 신속한 상용화와 해외 진출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산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국민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현재 임상시험 진행 중인 기업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의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기업도 끝까지 지원해 우리 보건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고 글로벌 백신허브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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