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병원 선도모형 주관 의료기관 가운데 하나인 경기 용인세브란스병원의 통합병원상황실(IRS) |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 기술로 더 강해진 K-바이오
전통적인 감염병 대응 수단은 고립과 단절을 초래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망이 더 커지고 강화된 나라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서도 디지털 대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방역을 포함한 보건의료 영역 전반에 적용하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한국판 뉴딜의 주요 과제로 채택한 이유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첨단 컴퓨터공학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두루 묶어 부르는 용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바일 헬스, 인공지능(AI) 치료, 개인 건강기록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의료, 착용할 수 있는(웨어러블) 기기, 원격진료,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등을 디지털 헬스로 분류한다.
세계 주요국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핀란드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글로벌 인텔리전스 얼라이언스(GIA)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520억 달러(약 156조 원)에서 2027년 5080억 달러(약 588조 원)로 커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맞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규모를 2019년 기준 약 6조 4200억 원으로 추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2월 25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디지털헬스케어 보안리빙랩을 방문해 의료기기 협회 관계자들과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
디지털 헬스케어는 높은 부가가치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유망 산업인 데다 국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진단, 감염 의심자 추적과 격리, 체계적인 환자 분류와 치료 등을 특징으로 하는 K-방역도 넓게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한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부터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대표 사업이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이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로 불리는 마이 헬스웨이는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 의료정보를 스마트 기기로 확인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의 일부인 애플리케이션(앱) ‘나의 건강기록’은 2021년 2월 24일 선보여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보급되고 있다.
나의 건강기록을 통해 개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구축된 자기 의료정보를 통합 조회·저장·관리할 수 있고 복잡한 진료 기록과 검사 결과를 쉽게 시각화하거나 해석한 자료도 받아볼 수 있다.
또 새로 진료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모든 데이터를 바로 확인함으로써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개인 질환의 정밀 진단과 진료 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전체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을 완성해 다양한 종류의 건강정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9월부터 시작한 스마트병원 선도모형 지원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5세대(5G) 통신 기반의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병원 현장에 적용해 환자 안전 관리, 진단과 치료 등 의료서비스 전반의 개선 모델을 개발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스마트병원 선도모형의 취지다.
1차로 선정된 선도모형 지원 대상은 ‘중환자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과 진료’ ‘신속·정확한 감염병 대응’ ‘의료 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 3개 분야에서 주요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 수행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10곳과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한 비의료 기업 8곳이 참여한다. 복지부는 2025년까지 매년 세 개씩 새로운 분야를 정해 스마트병원 선도모형을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며 효과가 확인된 선도모형을 다른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청사진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양한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 보급
의료 분야 디지털 뉴딜의 주요 사업인 ‘닥터앤서’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 ‘인공지능(AI) 앰뷸런스’ 개발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산업통상자원부,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방청 등이 공동 특별팀(TF)을 구성하고 의료계와 소프트웨어(SW)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실행에 들어간다.
25개 병원과 21개 기업의 협력 컨소시엄인 닥터앤서는 의료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융합으로 제공하는 한국형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의료 솔루션 서비스다. 닥터앤서를 활용하면 8대 주요 질환에 들어가는 연간 진료비 7조 2000억 원의 8.7% 수준인 627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과기정통부는 추정한다.
우선 전국 8개 주요 거점 지역 상급종합병원 또는 건강검진센터를 중심으로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닥터앤서 클리닉'을 지정해 다양한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를 보급한다. 또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복지부)과 소방정보시스템(소방청)을 연계해 AI앰뷸런스의 전국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공모를 통해 초기 도입비(구급차 15대와 의료기관 4곳 설치 장비 예산)를 지원하는 등 단계적인 전국 확산을 추진한다.
또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소아희귀질환에 대해 ‘닥터앤서 소아과’ 적용 범위를 현재 2종에서 8종으로 늘려 소아희귀질환에서도 인공지능 진단·치료 기반을 확대한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데이터(D), 네트워크(N), 인공지능(A) 기술 역량을 결집하고 널리 확산하면 국민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산업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되는 의료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디지털 뉴딜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