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티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유전자 서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큐라티스
신기술 mRNA 백신 국내 개발 현황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서 세상에 처음 등장한 mRNA 백신은 감염병 말고도 암 등 다른 만성병 영역으로 확장할 기술이기에 정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백신 기술로 꼽힌다.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은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대표적이다.
mRNA는 세포에서 유전자(DNA)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 항체를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 일부를 항원으로 직접 체내에 주입하고 이에 저항하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소량의 바이러스를 투입해 면역 체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항체 생성으로 이어지게 한다.
mRNA 백신으론 국내 첫 임상 승인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 가운데 큐라티스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7월 19일 큐라티스의 코로나19 백신 ‘QTP104’의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국내에서 임상을 승인받은 mRNA 백신은 QTP104가 처음이다.
QTP104의 임상 1상은 국내 만 19~5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2주 간격으로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한 뒤 추적 조사해 ▲백신 안전성 ▲반응 원성 ▲면역 원성 등을 평가한다. 참여 기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시험책임자 염준섭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시험책임자 송영구 교수)다. 이들 기관은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얻는 중간 분석으로 백신 안전성 데이터를 평가한 뒤 식약처에 빠르게 보고하는 것이 목표다.
큐라티스는 약 5개월 동안 1상을 진행한 뒤 신속심사를 거쳐 2022년 초 임상 2a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총괄 책임자인 최유화 전무는 “신속심사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급적 빨리 임상을 진행해 2023년에 국내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차세대 mRNA 기술… 50분의 1로 동일 효과
QTP104는 차세대 mRNA인 ‘자가 증폭 mRNA’(repRNA)를 활용한다. 항원의 유전 물질을 주입해 인체가 항원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에 따른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점은 기존 mRNA 백신과 같지만 repRNA에 자가 증폭에 관여하는 복제 유전자가 삽입돼 기존 mRNA보다 항원 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최유화 전무는 “repRNA는 세포 내로 들어가서 자기 복제를 하기 때문에 훨씬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모더나 백신의 5분의 1~50분의 1만 투여해도 비슷한 수준의 항원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적은 양의 백신이 투여되면 부작용 우려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기존 mRNA 백신처럼 여러 변이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면서 더 적은 양으로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PEG 알레르기 부작용이 없는 점도 장점이다.
앞서 큐라티스는 쥐, 토끼, 원숭이 등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비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최유화 전무는 “특히 원숭이 모델의 공격접종시험(Challenge Test)에서 높은 용량군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백신을 한 차례 투여한 것만으로 50%가 넘는 방어 효과를 보였고 두 차례 투여했을 때 백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면역 원성 분석에서 한 차례 투여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확인했다.
정부, 국산 백신 개발 상용화 총력 지원
정부는 2020년 4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 민간의 역량을 모아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신속 개발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범정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지원 태스크포스(TF·특별팀)를 운영 중이다. 특별팀은 매주 부처별 지원 사항에 대해 점검하고 기업 애로사항 해소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 문제를 수시로 접수하고 신속히 해결하도록 지원한다.
현재 큐라티스 등 국내 일곱 개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8월 10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이 승인되는 등 기업이 단계적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별 기업이 신속하게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임상 1/2상 종료 이전부터 개발기업과 일대일 맞춤 상담·사전 검토를 해 임상 3상 설계를 지원하고 중앙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비교임상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와 협력했다. 이로써 필수 대조 백신을 확보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 지원했고 표준 물질과 표준시험법 등 을 확립해 비교임상에 필수적인 검체 분석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진행했다.
미국 HDT바이오와 지역·업무 나눠 개발
기업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mRNA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큐라티스는 QTP104의 개발사인 미국 HDT바이오에서 기술을 도입해 지역과 업무를 나눠 공동 개발하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HDT바이오와 동물실험 비용을 분담하는 등 협업했다. 큐라티스는 우리나라, 일본, 러시아 등 13개 나라에서 임상·상용화·생산·판매까지 독점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HDT바이오는 자체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을 신청해 2021년 6월 승인받았다.
큐라티스와 HDT바이오의 인연은 결핵백신 연구에서 시작됐다. 결핵백신(QTP101)을 발명한 스티브 리드 박사와 초창기부터 mRNA 개발 논의를 진행했다. 그가 HDT바이오를 설립한 뒤 항암제 분야의 맞춤형 치료제를 구상하다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자 백신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2016년 설립된 큐라티스는 결핵백신 등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풍부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하는 유전자 서열 연구를 진행 중이다. repRNA를 활용하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큐라티스는 2020년 8월 충북 오송에 mRNA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오송바이오플랜트’를 구축했다. |큐라티스
mRNA 백신 생산설비까지 구축 완료
큐라티스는 mRNA 백신을 개발하면 자체 생산설비로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큐라티스는 2020년 8월 충북 오송에 mRNA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여러 백신의 원액과 mRNA 전달 물질인 지질나노입자(LNP) 생산 시설인 오송바이오플랜트를 구축했다. 오송바이오플랜트에는 탱크류, 생물 반응기, 배양기, 정제 장비, 고압 균질기 등 기본 설비에 다양한 무균 주사제 바이알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충전 라인, 자동 이물 검사기 등 완제 생산설비까지 갖춰 mRNA 백신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한곳에서 일괄 수행할 수 있다. 필요하면 이른 시간에 mRNA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한 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
큐라티스는 일반적 제조 수율, 반응기 규모, 일회 투여량, 바이알 규격, 공정 수율, 원활한 원자재 수급 등을 가정할 때 mRNA 코로나19 백신은 원액 생산 기준으로 연간 20억 도즈를, 완제품 생산 기준으로 연간 최대 7억 5000만 도즈까지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유화 전무는 “QTP104의 차세대 mRNA 코로나19 백신 임상 개발로 코로나19 백신 주권과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종식에 이바지하는 토대를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2차 추경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 조기 구축
앞으로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 180억 원을 확보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조기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원부자재 시설·장비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백신과 원부자재의 위탁과 자체 생산이 가능한 제조시설과 기술을 보유하거나 백신 생산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업이다. 특히 시설·장비 투자 여력이 낮은 중견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당 최대 30억 원까지 신청할 수 있고 선정된 기업은 정부지원금 100% 이상의 현금출자, 위탁 생산 등 정부 요청 적극 협조, 지원받은 시설·설비의 백신 생산 목적 이외 사용 제한 등에 동의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9월까지 최종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10월 안에 본격적으로 시설·장비 구축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복지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코로나19 백신과 원부자재 생산설비 지원사업이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고 기업 투자에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낙연 기자
▶큐라티스 연구원이 ‘오송바이오플랜트’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큐라티스
mRNA 기술, 바이오벤처가 만들어간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연구개발 컨소시움이 최근 출범하며 국내 mRNA 백신 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mRNA 벤처 컨소시엄은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이하 ‘백신센터’)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바이오벤처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과 백신 생산업체인 보령바이오파마가 참여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하고 바이오벤처 간 기술협력 등을 통한 mRNA 백신 개발 가속화를 위해 결성됐다.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은 mRNA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로서 지난 9월 15일 기업 간 기술 협력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 mRNA 기술 국산화를 도모한다.
큐라티스는 국내 최초 repRNA(self-replicating mRNA) 코로나19 백신 ‘QTP104’의 국내 임상 1상 계획승인을 지난 7월 획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격 수준의 mRNA DS(원액), LNP(지질나노입자)와 DP(완제)까지 전 공정 수행 가능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아이진은 mRNA 백신 ’EG-COVID‘의 국내 임상 1/2a상 계획승인을 지난달에 획득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mRNA 백신 개발에 필요한 양이온성리포좀 전달체 기술을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mRNA 백신 원액 cGMP 생산 기술과 플라스미드 cGMP 대량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범용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