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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너무 내성적이에요.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싶어요”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와 하소연한다. 김새는 소리지만 “그렇게 변할 수는 없어요”라고 나는 말한다. 모든 인간은 신이 만들어낸 완성품이자 완성체다. 이미 완제품인데 뭘 바꾼다는 말인가!
인간을 이루는 모든 특성에는 양면이 있다.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쁜 건 없다. 내향적인 사람은 세심하게 숙고하며 신중하게 행동한다. 사색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걸 좋아한다. 혼자서도 잘 놀고 일도 독립적으로 척척 해낸다. 이런 장점들을 포기하고 싶은가!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성분에는 허투루 된 것이 하나도 없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형처럼 행동할 수는 있다. 사교적인 내향형 인간은 자신의 특성을 속이고 살 수 있다. 잠깐 동안 그렇게 할 수 있어도 오래 하면 탈이 난다. 대가를 치르게 된다. 꾸며낸 외향성은 탈진을 부른다. 남들이 뭐라 하건 본성에 어울리게 사는 것이 최고다.
“마음의 상처를 없애고 싶어요!”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수술하는 외과 의사처럼 정신과 의사도 마음에 곪은 부위를 제거해줄 거라 믿는 듯하다. 애석하게도 이미 받은 트라우마(사고 후유 장애)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 나무 기둥의 옹이가 보기 싫다고 도려내면 빈 구멍이 생기고 성글어진다. 마음에 난 생채기도 그것만 없애려고 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상처를 없애는 일에만 매달리면 마음은 더 약해진다.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신의 성향을 고치거나 삭제하고 아니면 아예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고유한 본성은 편집이 불가능하다. 자기 안에 있는 작은 하나까지 다 받아들여야 한다. 거부하면 진짜를 잃는다. 흠결이 있어야 자기만의 고유한 울림이 생기는 법이다.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 “나는 누구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 사랑받지 못한 상처는 사랑받기 위해 나를 움직이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고 타인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우리를 성장시킨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다.
마음을 치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울과 불안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신과 의사의 일이다. 그러니 정신건강을 돌본다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행동으로 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명이 던져준 목표를 향해 헌신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자기를 알게 된다.
본성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행동으로 자신을 세상에 펼쳐 보여라. “내게 없는 장점을 만들어낼 거야!”라고 하지 말고 자기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강점을 드러내며 살면 된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는 여전히 나이면서 다른 존재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김병수 의사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몇 권의 책을 쓴 저자.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교대역 작은 의원에서 사람들의 상처 난 마음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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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