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구단희 양. 왼쪽 사진은 머리카락을 기르던 중(왼쪽), 오른쪽 사진은 머리카락을 자른 뒤 찍은 것이다. | 구단희
암 환우에 머리카락 기부 구단희 양
“암으로 고통받는 친구들한테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었어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 푸른초등학교에 다니는 구단희(11) 양은 1월 미용실을 찾아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1년 3개월 동안 허리까지 기른 단희 양의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됐다. 단희 양이 머리카락을 길렀던 건 엄마 영향이 컸다.
삼성디스플레이 재료연구팀에서 일하는 단희 양의 엄마 김미숙 씨는 2019년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듣고 병원 검진을 받았다. 유방암이었다. 그해 10월께 급히 수술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했다.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졌다.
“가발을 맞추려고 비용을 알아봤는데 인모 가발 가격이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그러던 중 소아암 환우에게 머리카락 나눔 운동을 하는 ‘어머나운동본부’를 알게 됐어요. 곁에 있던 단희가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엄마는 치료를 하면서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 또래 친구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참 기특했죠.”
어머나운동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로 일반인들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어린이용 항암 가발을 제작하고 소아암 어린이에게 무료로 전달하는 기부 운동이다. 기부를 하려면 머리카락을 25cm 이상 길러야 한다. 말은 쉽지만 어린이들이 허리에 닿을 정도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름철엔 땀이 나니까 힘들었어요. 머리 감고 말리는 일도 쉽지 않았고요. 기부 받을 친구를 생각하며 견뎠어요. 친구들 아픈 거 생각하면 제가 몇 달 힘든 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안 해도’ 아닌 ‘나라도 해야’ 생각으로
단희 양의 머리카락 기부는 엄마 김 씨가 다니는 회사를 통해 진행됐다. 건강을 많이 회복한 뒤 2020년 8월 복직한 김 씨는 회사에서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임직원 대상 머리카락 기부 활동을 하고 어머나운동본부 측에 기부한다는 걸 알게 됐다. “머리카락 기부에 참여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임직원 중엔 엄마와 딸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러 사람이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희 양의 모발 기부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김 씨가 소아암 환우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도 있다. “어른들도 고통스러워하는 항암 치료를 견디고 있는 어린 환우들에게 아낌없는 용기와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제가 건강을 회복하고 복직한 것처럼 어린 환우들도 곧 일상생활을 누리며 뛰어놀 날이 올 겁니다. 선한 영향력이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발걸음 아닐까요. ‘나 아니어도 돼’가 아닌 ‘나라도 해야’ 하는 생각이 뭉쳐면 영향력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단희 양은 머리카락 기부를 또 할 계획이다. “너무 뿌듯했어요. 지금은 단발이 됐는데 또 길러서 기부하고 싶어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다른 활동도 찾아 해보고 싶어요.”
김청연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