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18일 열린 강원대학교 축제 공연 모습 | 강원대학교
전면 대면수업 준비하는 대학교
“광장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이제야 진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어요. 학습 능률도 훨씬 높아졌고요. 또 ‘학식’은 어쩜 그렇게 맛날까요.”
한국외국어대 1학년 김한나 씨는 캠퍼스 곳곳이 마냥 신난다. ‘방구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김 씨는 이제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학교에서 먹고 놀고 공부한다. 학교가 11월 1일부터 40명 이하 기준 대면수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상이다. 김 씨의 들뜬 목소리에서 코로나19와 함께 신입생이 된 이른바 ‘코로나 학번’들은 미뤄온 대학 생활을 조금씩 실감하는 모습이다.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서울대학교 가을 축제 공식 포스터 | 서울대학교
겨울 계절학기 대면수업 운영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얼굴을 잃어버린 대학 캠퍼스에 활기가 돌고 있다. 대면수업의 비중이 점차 늘고 코로나19 이후 사라졌던 대학 축제가 돌아오고 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맞물려 상당수 대학들은 11월부터 학기말까지를 대면수업의 전반적 확대 기간으로 지정하고 소규모 수업과 실험·실습·실기 수업은 대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외의 수업도 철저한 방역 관리를 전제로 가급적 대면으로 바꿔가고 있다. 단, 원격수업도 병행하도록 해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도 시행 중이다.
서울대와 한양대, 중앙대 등은 2학기 종강 이후 12월 말에 시작되는 겨울 계절학기를 대면수업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지난 10월부터 전체 강의의 절반에 가까운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일부 대면수업을 도입한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은 겨울 계절학기까지는 대면과 비대면수업을 혼합해 운영하고 이후 전면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의실 방역 관리 기준도 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완화됐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구분이 없어지고 좌석이 있는 강의실은 한 칸씩 띄어 앉되 칸막이가 있다면 띄어 앉지 않아도 된다. 체육관·무용실 등 좌석이 없는 수업은 강의실 면적 4㎡당 1명 기준을 지키면 된다. 학내 시설 이용 등에는 이른바 접종증명서·음성확인제(방역 패스) 적용을 권고한다. 단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업을 제한하지는 않도록 원칙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대면수업 확대를 반겼다. 2021년 지방 소재 한 대학에 입학한 권혁재 씨는 대면수업의 장점을 이렇게 짚었다.
“비대면 강의로 하숙을 하지 않고 서울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몸은 편했어요. 하지만 강의 전달력이나 수업 참여 측면에선 대면수업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큰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어보는 경험도 해보고 싶고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덕성여대 1학년 유혜림 씨는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대학 생활에 허탈감을 전했다.
“캠퍼스에 있는 시설은 모두 둘러보지도 못하고 학교에 뭐가 있는지도 아직 낯설어요. 분명 이 학교 재학생인데 학교가 제공하는 혜택을 하나도 못 누리는 느낌도 들고요.”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김승환 씨는 비대면수업이 가져온 취업 준비생의 고단함을 말했다.
“취업 문턱은 더욱 높고 좁아졌어요. 대외 활동도 줄줄이 취소되고요. 이런 시기일수록 사람들과 교감하고 교류하는 것도 중요한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비대면수업을 들으며 그런 것들을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앞으로 대면수업이 확대된다고 하니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기대가 큽니다.”
변화하는 수업 분위기에서 정민아 성결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 교육의 모습을 예상했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대학 교육은 종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의 장점을 섞은 ‘혼합형 학습’이 대세를 이룰 겁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맞춰 여러 대학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년 만에 대면 축제도 재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대학가는 2년 만에 대면 축제도 재개됐다. 2020년 대학들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진행하거나 아예 취소했다. 신입생들은 엠티(MT)나 오리엔테이션, 축제와 같은 단체 모임이나 행사는커녕 계속되는 비대면수업으로 서로 친분을 쌓을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잠시 멈췄던 대학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선배와 후배 모두가 즐겁게 어울리는 자리가 다시 마련됐다.
먼저 서울대학교가 가을 축제 ‘관악의 밤’을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대면 형식으로 열었다. 감염 상황이 심각한 만큼 입장 인원은 70명으로 제한했고 체온 확인 등 방역 관리도 철저히 이뤄졌다. 배재대학교는 11월 10일과 11일에 ‘연자골 대동제’를 온오프라인으로 열었다. 강원대학교는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축제를 열었다. 들려오는 대학 축제 소식에 1학년 유혜림 씨는 “입학 전에 학교 광장에서 다 같이 축제를 즐기는 게 가장 큰 로망이었다”며 “날씨가 많이 추워지긴 했지만 늦게나마 축제가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사적 모임이 10명(수도권 기준)까지 늘어나 동아리 등 학내 소모임도 재개될 조짐을 보였다. 1학년 오범수 씨는 “모여서 동아리 회식도 할 수 있으니 이게 진짜 대학 생활인가 싶다”며 “학교 근처 식당에서 모임을 했는데 옆자리가 모두 동아리 모임이었다. 앞으로 과 모임도 재개될 듯하다”고 기뻐했다.
심은하 기자
대학생 마음건강 및 취업 역량 향상 지원정부는 장기간 대면 활동이 위축됐던 대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과 취업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지원을 비롯해 취업 지원과 현장실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해소와 소속감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등 학생 수요를 반영해 ‘마음건강 지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취업 시장으로 곧장 진입해야 하는 전문대학생의 경우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한시 지원 사업을 2022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