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 주민과 어린이들이 단지 내 화단에 모를 심고 있다.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 실천 사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중립’은 시대적 과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새로운 에너지정책과 자원재활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 국민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재활용률이 전 세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고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과 우유팩 등 분리배출을 더욱 세분화해 시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의례적 분리배출인 경우도 많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는 주민들에게 적절한 혜택(인센티브)을 제공함으로써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환경친화적 행사와 홍보로 자원절약과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한 주민 의식을 높여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공동대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은희 서울여대 교수)가 선정하는 2021년 탄소중립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민관협력을 통해 비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구로 공공기관, 기업, 민간단체 등 5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245개 지역 연계망이 구성돼 있으며 2021년 대회에는 전국에서 109개 공공기관·기업·단체가 참여했다.

▶단지 내 화단에 벼가 익은 모습
우유팩 씻어 배출하면 종량제봉투 제공
1034세대 3100여 명이 거주하는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는 주민 편의를 위해 분리배출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분리수거장 6개 장소에 재활용 분리배출 시설을 운영하면서 우유팩은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수거해 종량제봉투로 바꿔준다. 예를 들어 작은 우유팩은 40장당 종량제봉투 1장을 주고 1000㎖ 우유팩은 20장당 종량제봉투 1장을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재열 관리사무소장은 “우유팩을 깨끗이 씻어 말려 가져오면 종량제봉투로 바꿔주는데 주민들이 꼭 종량제봉투를 받아서가 아니라 재미있다고 생각해 우유팩 모으기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팩 반납은 관리사무소 업무시간 내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아이스팩 분리배출 역시 수거함을 상시 배치해 주민들의 분리배출을 이끌고 있다. 아이스팩 분리수거함은 잘 사용하지 않는 폐식용유 수거함을 재활용했으며 24시간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또 폐건전지는 각 동의 우편함에 수거함을 마련해 주민들이 24시간 편리하게 자율적으로 모을 수 있다.
공구도서관 역시 이 아파트만이 시행하는 특별한 곳이다. 관리사무소에 공구도서관을 만들어 주민들이 무료로 생활 공구를 빌려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나눠 쓰는 공유문화를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 주민들이 가끔 관리사무소에서 공구를 빌리는 모습에서 착안해 만든 공구도서관은 관리사무소에서 사용하지 않는 욕실장을 도서관으로 제공하고 주민들이 자신에게 불필요한 공구를 기증해 만들었다.

▶분리수거장 6개 장소에 재활용 분리배출 시설을 운영하면서 우유팩은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수거해 종량제봉투로 바꿔준다.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공구도서관을 만들어 주민들이 무료로 생활 공구를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정책이 계기
2018년 11월에 준공된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정부의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정책이 계기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공동주택 공동체 문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을 각 지자체와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배포했으며 각 지자체는 매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 선정 등을 통해 이를 장려하고 있다.
유재열 소장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등 이웃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임도 좋지만 환경을 위한 활동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꽃 심기, 지방 하천 청소, 과학 프로그램 실시 등 저탄소 초록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들과 함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아이디어가 모이고 실행됐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생각보다 쉽게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록마을 만들기는 청주시가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줄이기와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관협력 시민실천 프로그램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 주민들은 해마다 꽃 심기 행사 등을 통해 생태계 보전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인근 지방하천인 무심천 청소 행사를 열고 2021년에는 아파트 화단에 논을 만들고 모심기 행사를 벌여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화단을 유기농 논 습지로 만들자 새들이 찾아와 물을 마시거나 목욕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고 가을에는 벼가 익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의 자연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버려지는 지하수를 이용하기 위한 연결 공사

▶버려지는 지하수를 이용하기 위한 연결 공사
탄소중립 중요성 알리는 행사도 열어
아파트 지하에 흐르는 물을 이용함으로써 매년 800여만 원의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준공 당시부터 지하주차장에 영구적으로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동안 버려지던 이 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다가 잘 쓰지 않는 빗물저장탱크(우수조)와 연결해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빗물저장탱크는 빗물의 유입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아 잘 사용하지 않았다. 빗물저장탱크로 모인 물은 아파트 단지 내 연못이나 조경의 관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연결 공사비가 150여만 원 들었는데 매년 5000여 톤의 수돗물을 절약함으로써 해마다 810여만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조명 역시 태양광 등을 이용해 전기 사용량을 줄였다. 주차장의 경우 차량의 이동에 따라 밝기가 조절되는 자동조명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했고 전기 가로등 대신 태양광 정원등을 사용하고 있다. 부속건물 옥상 등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는 초록마을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각종 행사를 시행하며 실천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청주시에서 주최하는 재활용품 수집 경진대회에 참가해 주민들의 재활용 분리배출 습관을 이끌고 아파트 내에서 자체적으로 절약왕 대회를 열어 재미도 제공한다.
절약왕 선발대회는 에너지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전기, 수도, 가스, 음식물 쓰레기 등 각 분야에서 경진대회를 시행하고 있다. 절약왕 선발대회에 참가할 30세대를 지원받아 세대별로 전년보다 사용량 등을 줄이는 데 성공했을 경우 상품을 증정한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6월 말까지 30세대가 참가해 7~9월 3개월 동안 각 세대가 전년도 3개월 평균 사용한 전기, 수도, 가스, 음식물 쓰레기보다 5% 이상 줄였을 경우 보상을 받는다. 관련 데이터는 관리사무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순위를 다투는 경진대회는 아니지만 자기 자신과 싸움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단지 내 화단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도록 홍보
초록마을추진위원회는 월별로 실천 사항을 정해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자율적으로 에너지절약을 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바구니 이용하기’ 운동은 시장을 볼 때마다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면 연간 2.5㎏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물티슈 사용 줄이기’ 운동을 통해 물티슈도 분해 시간이 무려 1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임을 알렸다.
또 에어컨 사용을 하루 1시간 줄이고 냉방 온도를 2℃ 높이며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는 것만으로 연간 20.6㎏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전기 사용량이 적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며 전기, 수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도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코로나19 극복과 저탄소생활 포스터 대회를 열어 에너지절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저탄소생활 실천 의지를 다졌다. 대회에서 제작된 포스터는 전시 및 누리집에 공유해 주민 홍보 자료로 활용했다.
탄소포인트제를 홍보하고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탄소포인트제 가입 양식을 인쇄해 전체 세대 우편함에 배부했고 탄소포인트제 가입 인증 행사를 추진했다. 탄소포인트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가정, 상업시설,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전기·상수도·도시가스의 사용량을 줄이고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주는 제도다.
유재열 소장은 “입주민이 자율적으로 동참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재활용 활성화, 에너지절약 실천 등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찬영 기자, 사진 청주테크노폴리스푸르지오아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