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생활문화 작은 축제인 경북 영덕5일장의 문화난장 ‘영덕쿵덕’
경북 영덕 생활문화 활성화 성공 이야기
산골짜기 시골 주민들도 연극과 난타공연을 즐기고 대형 스크린에서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주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의 생활문화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은 ‘지역형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생활문화를 발굴, 확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사업은 2021년 전국 5개(서울 은평, 강원 영월, 경북 영덕, 경남 김해, 경남 창원) 지역에서 처음 시범 운영됐으며 2022년에는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년 연속 생활문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경북 영덕군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들어봤다.

▶영덕군 주민들이 찾아가는 마을극장 ‘희로애락’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영덕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생활문화 활동이 적은 지역이었다. 영덕군 내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센터 두 곳이 있지만 강습 위주의 수동적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을 원하는 생활문화 동호회 및 주민들의 수요가 반영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2020년 영덕문화관광재단이 설립된 이후 지역의 생활문화 분위기는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덕군이 ‘2021년 지역형 생활문화 지원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문화 활동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영덕문화관광재단 최성우 대리는 “영덕은 생활문화 활동이 동호회 강습 중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재단이 설립된 이후 동호회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지역의 생활문화 수요 등을 파악한 후 생활문화 동호회 및 공동체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모 사업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단은 지역형 생활문화 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되고 난 후 다양한 동호회들과 10개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10개의 사업은 영덕5일장이 열리는 날 다양한 동호회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문화난장 ‘영덕쿵덕’, 영덕 생활문화 갤러리 ‘시선집중’, 폐컨테이너를 활용한 ‘영덕 복숭아 마을 카페만들기’, 고택마을 벽화 ‘인량팔팔가드닝’, 찾아가는 마을극장 ‘희로애락’, 영덕생활 문화리포터 ‘고래고래’, 영덕 가로수 패션쇼 ‘덕스트릿’, 마을 동제 재현과 미니다큐 제작 ‘온고지신’, 영덕생활 문화방송 ‘생생TV’, 생활문화협력프로젝트지원 ‘이심전심’ 등이다.
10개 사업 중 7개는 영덕군에서 처음 시도했으며 2022년 2월 현재 누적 참여 동호회 수는 약 865개, 누적 참여자 수는 3000여 명, 총 활동했던 건수는 264회에 이른다.

▶가로수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는 영덕가로수패션쇼 ‘덕스트릿’

▶마을 동제 재현 프로젝트 ‘온고지신’
주민들 적극적인 참여가 지역문화 살려
사업 진행과 추진은 재단에서 맡았지만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킨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었다. 5일장 길거리 공연 사업인 ‘영덕쿵덕’은 기획 단계부터 동호회들이 직접 회의에 참여해 공연 아이디어를 냈다.
최 대리는 “재래시장 공연은 주민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높았다. 60개의 동아리가 3개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다”며 “유명 가수 공연이 아니라 동네 이웃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에 더욱 신기해 하고 즐거워했다”고 설명했다.
그림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시선집중’ 역시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인접한 전시장이 없어 전시를 볼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고 이에 재단 측이 이동식 간이 전시장 ‘시선집중’을 만들게 된 것. 이 간이 전시장은 5일장이 열리는 전통시장에 설치되면서 전시를 좋아하는 동호회와 주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됐다.
10개의 사업 중에 가장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은 가로수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는 ‘덕스트릿’이다. 최 대리는 “주민 60여 명이 직접 손뜨개질 한 옷을 나무에 입혔더니 가로수 거리가 확 살아났다. 거리가 예쁘게 변신하니까 지역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며 “처음에 뜨개질을 힘들어하던 주민들도 완성된 가로수길을 보고 굉장히 뿌듯해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마을극장 ‘희로애락’ 역시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영덕 오지마을에는 문화생활을 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빔 프로젝트와 스피커를 설치해 찾아가는 마을극장을 만든 것. 마을극장이 찾아가는 날에는 어르신들이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해 그들만의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

▶오지마을을 찾아가는 공연 ‘이심전심’
“코로나19로 우울했던 기분 싹 날아가”
“코로나19 때문에 2년 동안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생활문화 동호회 활동 덕분에 오랜만에 기분이 좋고 행복했어요.”
영덕군에 살고 있는 직장인 안경희 씨(52)는 2021년 가을을 생각하면 즐거웠던 흥이 되살아난다. 영덕군이 지역형 생활문화 활성화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조용하고 한적했던 이곳이 갑자기 다양한 문화 이벤트들로 떠들썩해졌기 때문이다. 난타 동호회 활동을 해오던 안 씨는 이번 사업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 서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난타 동호회를 하면서 매년 작은 공연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렸는데 최근에는 거의 활동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영덕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되니까 저희 동호회 회원 모두 얼마나 신나고 좋아했는지 몰라요. 무대 위의 공연과 관객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안 씨가 난타공연으로 참여했던 생활문화 사업은 영덕5일장에서 열리는 ‘영덕쿵덕’이다. ‘영덕쿵덕’은 전통시장 길거리에서 다양한 동호회들이 모여 공연과 전시 등 문화난장을 펼치는 활동으로 60개의 동호회에서 돌아가며 무대에 올랐다. 난타공연 이외에도 장구, 색소폰, 합창 등의 동호회가 나와 무대를 꾸몄는데 오랜만에 펼쳐지는 길거리 공연이라 전통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3·18독립만세운동이 있었던 ‘만세시장’에서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뮤지컬이 열렸는데 독립운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서 공연을 하니까 가슴도 뭉클하고 의미가 컸어요. 관객 분들도 엄청 좋아하면서 박수를 쳐주시더라고요.”
안 씨는 생활문화협력프로젝트 사업인 ‘이심전심’에도 참여했다. ‘이심전심’은 2개 이상의 동아리가 서로 협력하는 사업으로 총 20여 개의 동아리에서 160명이 참여했다. ‘이심전심’을 통해 안 씨는 생전 처음 산골짜기 오지에 있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공연도 해봤다.
“공연을 하러 간 곳이 산자락 끝에 있는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동네였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까지 문을 닫아서 어르신들이 매일 집에만 있었데요. 공연을 하러 가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대로 나와서 춤도 추고 아이처럼 좋아했어요. ‘난타 공연도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런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죠.”
또한 안 씨는 영덕의 가로수에 옷을 입히는 ‘덕스트릿’ 활동에도 참여했다. 총 60여 명의 주민들이 한 달 보름 동안 뜨개질을 해서 가로수에 예쁜 옷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직접 나무 크기를 잰 다음 거기에 맞게 뜨개질을 했어요. 각자 색깔을 정해서 밑판을 짜고 그 위에 예쁜 모양으로 꾸미기를 했죠. 그리고 마지막 날 나무에 옷을 입히면서 마무리 작업을 했어요. 가로수를 보는 사람들마다 지나가면서 ‘너무 예쁘다’, ‘좋은 일 한다’라고 칭찬해주니 감격스럽고 기쁘더라고요.”
2022년에도 다양한 지역 생활문화 사업 진행
2021년 생활문화 사업으로 오랜만에 살맛이 난 안씨는 2022년에도 적극적인 생활문화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안 씨는 “공연을 하고 사람들도 만나니 삶에 활기가 생겼다”며 “2022년에도 열심히 활동해서 지역 문화가 활성화 되고 주민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덕군은 2022년에도 협력형 생활문화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양한 지역 생활문화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2021년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던 ‘영덕쿵덕’, ‘시선집중’, ‘희로애락’, ‘덕스트릿‘ 네 개 프로그램은 2022년에도 재단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덕군은 이같은 성과들이 지역 생활문화로 안착될 수 있도록 생활문화 동호회들의 공론장인 ‘영덕생활문화다모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영덕의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온 최 대리는 “지금까지 영덕 생활문화는 주민들의 소극적인 참여와 단순한 동호회 활동이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생활문화에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생활문화에 참여하고 마음 공동체들이 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영덕문화관광재단
2022년도 ‘생활문화 지원사업’으로
지역 중심 생활문화 활성화 이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역의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2021년 지역형 생활문화 지원시범 사업’이 2022년에는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추진된다. 이 사업은 지역의 생활문화공동체, 생활문화동호회, 생활문화시설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의 주체들이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지역과 주민들이 스스로 활동을 주도하고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1년 5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된 이 사업은 2022년에는 경북 영덕, 경북 군위, 전북 전주, 경기 용인, 전남 담양, 강원 영월, 경남 하동, 서울 중구, 경북 영천, 경북 성주 10개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11월까지 약 10개월이며 10개 지역에 지역당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의 금액이 지원된다.
지역문화진흥원 생활문화팀 관계자는 “이 사업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생활문화 주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생활문화를 위한 환경조성 및 활동이 확산돼 지역과 주민들의 생활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바란다”며 “이를 통해 국민 모두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생활문화가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