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청소년 연극 <영지>의 한 장면│ 국립극단
①문화예술 분야-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코로나19로 연극계도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기 힘든 ‘비대면’ 상황에서 공연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초등학교 연극반과 함께하는 <영지> 워크숍을 기획했던 국립극단은 코로나19로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오프라인 워크숍 대신 ‘비대면 예술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립극단이 2019년 5, 6월에 초연한 청소년 연극인 <영지>는 기발한 상상과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주인공 영지 이야기를 다뤘다. 이를 통해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는 10대 초반 아이들의 혼란스러운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영지>의 비대면 공연에 앞서 청소년 관객의 이해와 학습 활동을 돕기 위해 무대·의상 스케치, 노래 악보 등을 담은 교육자료를 만들어 공유했다.│ 국립극단
국립극단, 청소년 2.7만 명과 ‘비대면 예술교육’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4월부터 연극반원 등 청소년 9명과 유튜브를 활용해 매주 할 일과 영상을 주고받는 형태로 비대면 연극놀이 <영지를 찾아라!>를 4주 동안 진행했다. 유튜브 소통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더 다양한 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이야기책을 두 번 발송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연극 내용에 맞게 설정해 명함을 만들었고, 국립극단에서 보내준 철사, 조개껍데기 등 준비물을 이용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영상으로 올렸다.
국립극단은 5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영지>를 공연하면서 비대면 공연도 함께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청소년 관객이 극장에 오기 힘들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각 학교에서 <영지> 공연을 수업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도록 5차례의 온라인 생중계를 학교 수업시간인 평일 낮 시간에 했다. 사전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361개 초·중·고에서 2만 7000여 명의 학생이 연극을 관람했다. 등교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함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가정에서 각자 접속해 보는 방식이었다. 작품을 보면서 실시간 통신대화로 친구들과 감상평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립극단은 청소년 관객의 이해와 학습 활동을 돕기 위해 무대·의상 스케치, 노래 악보 등을 담은 관람 안내서와 워크북 등 교육자료를 만들어 학교에 보내고, 누리집에 공유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출연진, 작가, 연출 등 예술가와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실시간 통신대화도 진행했다. 온라인 공연의 단점으로 꼽히는 ‘관객과 소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예산 20억 원
정부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지리적·신체적·심리적 여건상 대면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도 예산에 온라인·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40여 개를 지원하는 데 예산 20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먼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교과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인성, 진로, 인권, 환경 등 범교과 학습 주제를 예술과 결합해 교육하는 시도를 지속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의 특성을 고려해 혼합학습(Blended Learning) 방식을 도입하고 상호 교감과 체험이 가능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콘텐츠 개발에 앞서 교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문체부·교육부 등 부처 간 연계 협력을 통해 개발된 콘텐츠를 e-학습터, 교육방송(EBS)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전국 학교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사회 수요에 대응해서는 온라인 콘텐츠 감상 교육형, 예술체험 꾸러미 활용형, 음성 기반형 등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콘텐츠 감상 교육형은 온라인 전시·공연·축제 등 콘텐츠에 감상법, 해설 등을 덧붙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술체험 꾸러미 활용형은 예술체험 꾸러미(키트)와 누리소통망(SNS)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형태다. 음성 기반형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음성 활용 교육으로 문체부는 장애 아동 등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포함해 개발할 예정이다.
▶동봉된 안내서에 따라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 꾸러미인 ‘찾아가는 예술처방전’은 모두 세 가지, 5000여 개가 집으로 배달됐다.│문화체육관광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정보 온라인 접근성 높여
2020년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배포한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 시각예술, 움직임, 조형, 드로잉, 연극 등 5개 분야에서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마이크로비트(micro:bit) 도구를 활용한 교육 모델을 개발해보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예술 꾸러미 5000여 개를 신청받아 집으로 배달하는 ‘찾아가는 예술처방전’도 진행했다. 예술 꾸러미는 호흡을 통한 명상과 휴식을 제공하고 걱정 인형 만들기로 불안 요소를 없애는 ‘와후(With Art With Heart, WAWH)’ 꾸러미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공유하는 ‘음악 충전카드’ 꾸러미, 그림 조각들을 배치해 잃어버린 일상을 표현해보는 ‘내일을 기다리는 느린 숲’ 꾸러미 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문체부는 온라인·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원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정보의 온라인 접근성도 높일 계획이다. 신규 개발한 온라인 콘텐츠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통합정보시스템과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등 평생교육 플랫폼에 연계해 제공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자원조사’에 115억 원을 투입해 2300여 명이 자원을 조사해 디지털화하고 있다. 2021년에는 데이터를 검증하고 사용자 위치 기반의 지도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3억 원을 쓸 계획이다. 2022년부터는 문화예술교육 시설, 교육·행사·단체 등 맞춤형 정보도 제공한다.
전병극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국민의 일상이 바뀌고 문화예술인의 활동이 위축되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한편, 비대면·디지털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하며 기존 문화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예술 환경 변화에 대응해 2021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문화가 개인의 삶을 돌보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안전망이 되고, 지역문화의 튼실한 토양 아래 예술의 창조역량을 키우며 새로운 문화경제를 이끌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원낙연 기자
▶청소년 연극 <영지>
문화예술 예산 1조 5081억 원 어디에 어떻게 쓰이나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도 문화예술 분야 예산이 1조 5081억 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2021년 본예산 1조 4252억 원보다 829억 원(5.8%) 늘어났다. 문화예술 분야 예산은 코로나19로 지친 삶의 활력을 찾고, 문화예술인의 문화복지와 문화예술계 현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화누리카드 지원 171만 명→177만 명 확대
경제적 사정으로 문화활동이 힘든 국민을 위해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의 지원 대상자 수를 확대(171만 명→177만 명)하고 지원 금액을 인상(9만 원→10만 원)하기 위한 예산을 대폭 증액(1033억 원→1261억 원)했다. 문화누리카드는 만 6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문화, 체육, 관광 분야 관람 등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1년 기준 10만 원을 지원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문지식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7억 원)도 새롭게 추진한다. 국립박물관, 도서관 등은 지역별로 특화하고 지능화(스마트화)한다. 경주는 신라문화, 대구는 복식문화, 청주는 금속공예 등 13개의 국립지방박물관별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고유 브랜드를 육성(97억 원)한다.
문화도시 확대,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구축
특색 있는 지역문화를 창출하고 지역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도시 예산을 증액(100억 원→184억 원)했다. 2020년 제1차 문화도시 7곳을 지정하면서 총 5년의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제2차 문화도시를 지정한다. 맞춤형 지역문화 정책을 수립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문화 관련 시설, 프로그램, 예산 등 각종 정보를 수집·공유하는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도 새롭게 구축(70억 원)한다. 이와 함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광주의 문화적 도시환경 기반 조성과 문화관광산업 육성 예산(504억 원→667억 원)을 늘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국내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콘텐츠 및 운영 예산도 증액(571억 원→680억 원)했다.
예술인 창작환경 개선… 기초예술 저변 확대
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518억 원→586억 원)을 강화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술활동이 더욱 어려워진 경력 2년 미만 신진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신진예술인 창작준비금’ 60억 원(3000명×200만 원)을 신규 편성했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융자) 예산을 증액(190억 원, 2700명→240억 원, 3400명)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생활자금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우리 문화 정체성 강화, 전략적 국제문화교류 추진
범람하는 외래어 속에서 누구나 우리말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술 분야 전문용어 정비(10억 원), 공공기관 대상 쉬운 우리말 쓰기 교육, 중앙행정기관·지자체·언론사의 외국어 사용 실태 점검 확대 등 공공언어 개선 사업(5억 원) 예산을 늘렸다.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지정과 교원 파견을 확대(367억 원→426억 원)하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특히 높은 신남방·신북방 지역 현지에서 한국어 교원과 통·번역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예산(88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