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보성여관은 ‘태백산맥 문학거리’의 중심이자 문학·역사적으로 주요한 거점이다.│보성여관 누리집
관광 분야_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 조성
정부가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을 조성해 숙소 자체를 지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육성한다. 폐교나 폐업한 여관 등 유휴시설을 재활용한 뒤, 지역 고유의 이야기 등 관광자원과 연계해 중저가 숙박시설로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을 만드는 사업에 2021년도 예산 20억 원을 새롭게 배정했다고 밝혔다. 2020년 수립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2021년 지역 선정 및 설계를 거쳐 2022년, 2023년에 시행, 개관할 예정이다.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 한 곳당 총 사업비는 40억 원 이내로 잡고 있다. 설계비 3억 원, 시설 개조 36억 원, 홍보·마케팅 1억 원 등이다. 국비와 지방비를 5대 5로 맞춰 예산을 책정하고 민간투자까지 더하게 된다.
사업 대상은 여관, 폐교, 노후 관광시설, 빈집 등 지역의 유휴시설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건축물 용도를 숙박시설로 변경하는 것까지 포함해 추진할 예정이라 유휴시설을 활용하더라도 법적 요건은 충족하게 된다.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의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다.
문체부가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호캉스’ ‘한 달 살기’ ‘나 홀로 여행’ 등 여행 흐름(트렌드)에 맞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으로 내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을 국내 여행으로 전환,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숙박시설이 부족한 중소 도시를 대상으로 공공이 선제적으로 투자해 한 달 살기 등 지역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체류형 관광숙박시설을 마련하면 지역 경제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2018년 조사한 지역별 관광숙박업 객실 수 비중을 보면 서울(29%)·제주(16%)·강원(14%)에 몰려 있고, 경기(8%)·부산(7%)·인천(5%)을 뺀 나머지 지역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2017년 익스피디아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숙박요금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6.8%나 될 정도로 중저가 숙박시설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트렁크 호텔은 지역에 사는 누구나 들러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교류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했다.│트렁크 호텔 누리집
투숙객과 주민이 함께 교류하는 지역공헌형
문체부는 숙박시설 자체만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공헌형, 문화예술형, 융합형 등 특색 있는 숙박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먼저 지역사회 공헌형 숙박시설의 대표적 사례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트렁크 호텔’이다. 지역 주민이 모여 교류하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 호텔’을 일본 최초로 표방하며 2017년 문을 열었다. 투숙객은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투숙객을 위한 프런트 데스크(현관 접수)를 입구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두는 일반 호텔과 달리 트렁크 호텔은 들어가자마자 바(bar)가 보이고, 편안한 좌석에서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지역에 사는 누구나 들러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교류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밤에는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모이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시부야 거리에는 낡은 자전거들이 방치돼 지역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트렁크 호텔은 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깨끗하게 수리하거나 부품을 이용해 새롭게 만든 자전거를 투숙객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객실 등에 있는 소품도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이나 폐자재를 재활용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실내용 슬리퍼는 한 번 쓰고 버리지 않도록 재활용 비치 샌들을 구비해 숙박객들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목시 호텔에는 프런트 데스크가 없다. 모바일 앱을 통해 바로 객실로 들어가거나 바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체크인할 수 있다. │목시 호텔 인사동점 누리집
▶목시 호텔의 객실은 불필요한 가구를 없애고 접이식 탁자를 벽에 걸어놓는 식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목시 호텔 인사동점 누리집
전시장, 카페, 소극장 등 다목적 문화예술형
문화예술형 숙박시설로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 잡은 ‘보성여관’을 꼽을 수 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등장한 곳이다. 벌교는 벌교우체국, 벌교읍사무소, 금융조합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설물이 현존하고 있어 문학인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특히 일제강점기 벌교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 있는 보성여관은 홍교다리, 소화의 집, 죽도방죽을 잇는 ‘태백산맥 문학거리’의 중심이자 문학·역사적으로 주요한 거점이다.
1935년 문을 연 보성여관은 2004년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됐고 2012년 복원작업 끝에 재개관했다. 판자벽에 함석지붕을 올린 일본식 목조건물로 전시장이자 카페, 문화체험 공간이면서 숙박업소인 다목적 문화체험 숙박시설이다.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흑백텔레비전, 재봉틀 등 다양한 소품이 있는 아담한 카페가 나온다.
한쪽 공간에는 벌교와 보성여관의 세월을 정리한 작은 전시장이 있다.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2층에선 판소리 공연, 실내악, 인문학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보성여관은 방문객들이 지역의 유무형 문화유산과 친숙할 수 있도록 녹차·떡차 만들기, 설장구 공연 등 문화 체험과 공연으로 이뤄진 ‘생생문화재 사업-문화의 가치를 더하는 보성여관’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가구 디자인과 글로벌 호텔 경영의 융합형
융합형 숙박시설로는 30개가 넘는 호텔 브랜드로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3400개의 호텔 체인점을 운영하는 메리어트가 세계 최대 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와 손잡고 만든 ‘목시(Moxy) 호텔’이 대표적이다.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목시 호텔에는 프런트 데스크가 없다.
이동통신(모바일) 앱을 통해 바로 객실로 들어가거나 바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체크인할 수 있다. 호텔 로비와 라운지 등 공용 공간에는 형광색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강렬한 색상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객실은 이케아의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맞게 불필요한 가구를 없애고 접이식 탁자를 벽에 걸어놓는 식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호텔 전체 관리는 메리어트가 책임지고, 이케아는 호텔 시공에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공사 기술을 도입했다. 구조를 단순화해 모듈 형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이케아 가구처럼 객실 하나하나를 반조립 형태로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 시공하는 ‘모듈 방식’으로 공사비를 절감했다.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처음 문을 연 목시 호텔은 현재 서울 인사동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93곳으로 늘어났다. 이케아의 실용적 설계·디자인 방식이 오랜 기간 호텔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메리어트와 만나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를 추구하는 젊은 여행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원낙연 기자
▶보성여관 정원│보성여관 누리집
디지털 혁신 예산 크게 늘리고 관광거점도시 기반 구축 본격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관광 분야 예산으로 2020년보다 1507억 원 늘어난 1조 4956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관광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지역관광 기반 구축 사업 본격화 등이 특징이다.
2021년 관광 분야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업계가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희망을 가지고 버텨왔던 여행업계, 호텔업계 등의 어려운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상황을 잘 극복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투·융자를 확대하고, 관광기업 육성 및 창업 지원을 위한 예산을 증액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피해가 심한 여행업계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상담(컨설팅)과 종사자 교육을 위한 예산(50억 원)을 별도로 편성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업계 지원 관련 주요 예산은 2020년 6265억 원에서 2021년 7603억 원으로 1338억 원(21.4%) 늘어났다. 특히 ▲관광기금 융자(5450억 원→5940억 원) ▲관광기업 육성펀드 출자금 확대(300억 원→450억 원) ▲창업 지원 및 벤처기업 육성(515억 원→745억 원) ▲여행업계 생태계 전환(신규 50억 원) ▲숙박 할인권 제공(신규 418억 원) 등에 중점을 뒀다.
코로나19는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관광 흐름(트렌드)의 변화를 급격히 가속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안전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으며, 전통적인 관광에서 진일보한 ‘관광과 기술의 융·복합’ ‘디지털 관광 뉴딜’의 필요성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안전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예산을 179억 원에서 389억 원으로 210억 원(117.2%) 증액했다. 안전한 숙박환경 조성을 위한 안전진단 상담 지원 예산을 새롭게 반영하고(신규 36억 원), 관광 분야 거대자료 구축·활용 및 스마트 관광도시 등 스마트 관광 활성화 예산을 두 배가량 증액했다. 관광 분야 연구개발(22억 원→39억 원), 관광한국 실감콘텐츠 제작(신규 12억 원) 예산 등도 디지털 혁신을 위해 편성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방한 관광객 수요를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5개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이 2021년부터 본격화되면서 관련 예산을 늘렸다. 관광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관광 기반시설이 취약한 중부, 서부 내륙권, 충청유교문화권 지역에 대한 관광개발 예산도 증액했다.
특히 ▲관광거점도시(159억 원→383억 원) ▲중부내륙권 관광개발(58억 원→88억 원) ▲서부내륙권 관광개발(199억 원→411억 원) ▲충청유교문화권 관광개발(119억 원→241억 원) 등 관광개발 사업 예산을 크게 확충했다. 쇼핑, 교통, 안내 등 지역관광 서비스 혁신을 위한 관광 편의성을 높이는 예산도 28억 원에서 54억 원으로 확대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