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집중됐나
국회는 12월 2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정부 예산안보다 2조 2000억 원 늘어난 558조 원 규모의 2021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예산안에서 7조 5000억 원을 증액했고 5조 3000억 원을 감액했다. 국회 단계에서 총지출이 순증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 원안보다 증액된 예산은 코로나19 피해 맞춤형 지원과 백신 물량 확보, 탄소 중립을 위한 선제 투자, 취약계층 지원 등에 집중됐다.
6년만 법정시한 준수… 72.4% 상반기 배정
국회가 법정시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국회 선진화법을 시행한 2014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2일 누리소통망(SNS)에 올린 글에서 “새해가 시작되면 차질 없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국가 재정은 그 무엇보다 국민 일상과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21년 예산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았고, 민생경제 회복과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중점을 뒀다”며 “한국판 뉴딜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치의 결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예산 3조 원, 코로나 백신 구입을 위한 예산 9000억 원을 포함할 수 있었다”면서 “국민께 희망을 준 여야 의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월 2일 누리소통망에 “회계연도 개시 약 1개월 전에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예산집행 준비를 거쳐 2021년 1월 1일부터 코로나 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한 재정이 즉시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경제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체 세출예산의 72.4%를 상반기에 배정했다. 특히 경제회복 지원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중소기업,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중점을 뒀다. 배정된 예산은 앞으로 자금 배정 절차를 걸쳐 연초부터 조기에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성장동력 확보 ‘한국판 뉴딜’에 20조 원
2021년 예산의 중심에는 한국판 뉴딜이 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데이터 댐과 인공지능(AI) 정부, SOC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와 그린 리모델링 등이 중심이 되는 ‘그린 뉴딜’, 국가 균형발전을 이끄는 ‘지역균형 뉴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4차 산업혁명 후유증 등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을 위한 ‘고용·사회안전망’ 사업이다.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 포용적 고용·사회안전망을 공고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20조 원대 규모인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을 부처별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2020년 1조 2226억 원보다 36% 증가한 1조 6710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 ▲농·축산·어민들의 태양광 설비 융자 ▲산업단지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 융자 ▲지역 주민들의 인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금 융자 예산(주민참여 자금) 등을 크게 늘렸다. 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과 수소경제 조기 구현을 위한 관련 예산도 각각 2839억 원, 802억여 원으로 책정했다. 주력산업 제조 현장 디지털화를 위한 디지털 뉴딜 관련 예산도 증액했다.
환경부는 4조 5000억 원을 그린 뉴딜 재정사업에 투입한다. 전기차 보급·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을 2020년 8002억 원에서 1조 1226억 원으로 늘렸다. 수소차 보급도 2020년 3495억 원에서 4416억 원으로 증액했다. 지역이 주도해 도시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에도 526억 원을 투자한다.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로는 3111억 원, 녹색 융합기술 인재 양성에는 396억 원을 배정했다. 또 지자체 탄소중립 지원사업에는 34억 3000만 원, 기후변화대응 국제 환경협력 등에는 26억 원을 책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조 9366억 원을 한국판 뉴딜에 사용한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일자리 창출에 대응하는 디지털 뉴딜에 1조 5315억 원, 탄소 자원화와 미세먼지 저감, 수소 기술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그린 뉴딜에는 61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빅3 육성에는 2020년보다 36.6% 증가한 7104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의료기기와 신약 등 신기술 지원을 늘리고 신개념 반도체(PIM)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디지털 격차 해소 등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예산에는 1조 5179억 원을 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으로 2967억 원을 확정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실감·융복합 콘텐츠를 육성하는 디지털 뉴딜 분야에 2536억 원, 문화기반시설 친환경 재구조화를 위한 그린 뉴딜 분야에 356억 원, 장애인 도서 대체자료 제작 등 안전망 강화 분야에 75억 원 등을 반영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 지원 3조 원
국회에서 증액한 7조 5000억 원 가운데 3조 원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 지원에 쓴다. 정부는 3조 원을 목적예비비 형태로 반영해 코로나 3차 확산 피해를 받는 업종·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자금으로 설정했다. 지원 대상이나 규모, 방식 등은 빈칸으로 뒀다. 3차 확산이 얼마나 길게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자금만 배정하고 세부 내용을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3차 확산 피해를 받은 업종·계층으로 지원금 지급 대상을 특정했으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영업상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우선지원 대상이 된다. 지원 방안이 확정되는 시기는 2021년 초, 지원금 지급 시기는 설 연휴 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코로나19 전개 양상을 고려해 앞으로 지원 대상과 규모, 방식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4400만 명분 백신 확보 위해 9000억 원
감염병 대응 예산으로는 4400만 명분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한 예산 9000억 원도 2021년 예산에 최종 포함됐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접종 목표 대상으로 설정했던 3000만 명을 4400만 명으로 늘린다는 의미다. 4400만 명은 우리 국민의 85%에 해당한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도 504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조선대병원(호남)과 양산부산대병원(영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중부) 등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3개를 조기 완공하고 신규로 1개를 추가 건립하기 위해 158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감염자 선별·격리를 위해 임시생활·격리치료비 예산도 254억 원을 늘렸다.
전세난 등 주거문제 해결 위한 예산 증액
전세난 해결을 위해 3조 2000억 원의 부동산 예산도 추가 반영했다. 2021년 임대주택 공급 호수를 1만 9000호 늘리면서 이에 드는 예산을 반영한 것이다. 임대주택은 매입약정과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공공 전세, 준주택 전세 전환, 중산층 임대주택 등 형태로 공급할 예정이다. 신축 매입약정 확대 예산은 1조 6245억 원에서 2조 2990억 원으로 6745억 원 확대했으며,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예산도 4475억 원에서 9250억 원으로 4775억 원 증액했다. 공공 전세형 주택 도입을 위한 예산은 1조 8563억 원 신규 반영했다. 이로써 정부가 2021~2022년 공공 전세주택 등 전국 11만 4000호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은 모두 10조 8613억 원으로 정부안 7조 6222억 원보다 3조 2391억 원 증액됐다.
유아보육비, 한부모·장애부모 돌봄지원 확대
유아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어린이집 이용 0∼2세 영유아 보육료 인상률은 정부안 3%에서 4%로 확대하고 관련 예산을 264억 원 늘렸다. 만 3~5세 유아에 지원하는 누리과정비는 24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확대하면서 예산 2621억 원을 늘렸다. 필수 노동자인 택배기사, 미화원 등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과로사 고위험군 대상 뇌심혈관 심층검진·관리(33억 원), 직종별 맞춤형 건강검진(34억 원) 예산도 증액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노동자 고용유지 지원금은 10만 명분을 확대해 1814억 원을 늘려 잡았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보훈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도 1000억 원 확대했다.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고 한부모 가족의 양육비는 441억 원 증액했다. 만 65세 이상 중증 장애인에 대한 활동 지원 서비스 시범사업도 실시된다. 참전 유공자·무공 수훈자와 4·19혁명 참여 공로자에 대한 공로 수당은 월 2만 원씩 인상된다. 독립유공자 자녀·손자녀에게 지급하는 독립유공자 생활지원금도 월 1만 원씩 올린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