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새로운 미래’가 평양에서 펼쳐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8~20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봄에 이뤄진 1·2차 정상회담이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면 3차 정상회담은 ‘평화가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월 18일 오전 평양으로 향하며 “남북이 자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정례화를 넘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만나는 관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로 발전하는 것은 한반도가 전쟁 공포의 일상화에서 평화의 제도화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 문 대통령은 “비행기에서 육지가 보일 때부터 내릴 때까지 북한 산천과 평양 시내를 쭉 봤다”며 “보기에는 갈라진 땅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방북 소감을 전했다.
남북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은 한결 여유로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전용기를 타고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직접 공항에 나와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이는 국제 외교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환대다. 4개월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은 포옹과 악수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국빈급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스물한 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방송됐다. 대부분의 행사를 녹화 중계하는 북한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이 공항부터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환영 인파가 끝없이 이어졌다. 평양 시민들은 연신 ‘조국 통일’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잠시 내려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평양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김 위원장과 차량에 동승해 카퍼레이드를 했다. 본격적인 회담이 이뤄지기 전부터 두 정상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환영 인파가 없는 곳에서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흡사 1차 남북정상회담 도보다리 대화를 연상케 했다. 두 정상이 백화원 영빈관으로 들어서는 장면 역시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이 열렬히 환영해주셔서 가슴이 벅찼다”며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로 이렇게 이어졌으니 이제는 정말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는 것은 11년 만이다. 2000년, 2007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첫째 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둘째 날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이 벌써 세 번째인 만큼 일체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다. 두 정상은 첫날부터 바로 회담에 들어가며 실질적인 대화에 무게를 뒀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이뤄진 첫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우리 측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다. 북측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자리했다.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켜가는 데 있었다. 또한 비핵화를 위해 북미 대화를 중재하고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전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비핵화와 평화 정착, 북미의 새로운 평화관계 설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와 별도의 일정을 가졌다. 북한 최대 어린이 종합병원인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고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참관했다. 두 여사가 음악을 공부한 공통점이 십분 발휘된 일정이었다. 여기에는 작곡가 김형석, 가수 에일리, 지코 등이 동행했다. 특별수행원들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경제인들은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대담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 일반수행원, 기자단 등 200명 규모의 수행원이 동행했다. 특별수행원은 정치, 경제, 문화, 시민사회, 종교 등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전국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함께했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주요 대기업 경제계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또한 1991년 남북탁구단일팀을 이뤄 감동을 선사한 현정화 감독,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주장 박종아 선수도 평양을 찾았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문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평양대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의 환영예술공연을 관람했으며 주요 인사 전용 연회장인 목란관에서 환영만찬을 가졌다.
▶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가 9월 17일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개소하며 남북정상회담 상황을 전세계에 알렸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를 돕기 위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했다. 9월 17일 기준 28개국 해외언론 기자 451명을 포함해 총 2690명이 신청하여 1차 남북정상회담 못지않은 취재 열기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