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 씨는 국립서울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우울증 진료를 받고 있다. 병이 오래되면서 마음에도 우울증이 찾아온 것. 그런데 고혈압, 당뇨 치료를 받는 병원과 우울증 치료를 받는 병원이 다르다 보니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됐다.
그러나 국립서울병원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바뀌면서 김 씨의 고민도 덜 수 있게 됐다. 새롭게 문을 여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정신질환뿐 아니라 신체질환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진료과목이 개설되어 내과 등의 협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우울증뿐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를 동시에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되어 한결 편리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3월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여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행정자치부·보건복지부,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 개편
국가 정신보건사업 지원·수행 총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정신적으로 다양한 질환을 앓는 이로 넘쳐나고 있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현대적 질환이 늘면서 정신건강과 밀접한 자살, 중독, 폭력, 학대 등 사회문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8세 이상 성인 27.6%, 즉 4명 중 1명꼴로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와 정신질환 예방 및 치료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진단을 거쳐 국립서울병원을 포함한 5개 국립정신병원을 개편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2월 2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개정안'과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1일부터 국립서울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되고, 국립서울병원을 포함한 국립나주·부곡·춘천·공주병원에는 정신보건사업을 수행하는 전담 조직이 신설된다.
우선 국립서울병원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명칭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변경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료뿐 아니라 국민 정신건강 증진·연구 기능을 포괄하고, 국가 정신보건사업 지원과 수행을 총괄하는 국립서울병원의 명칭을 기능과 역할에 부합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또한 정신·신체 복합질환에 대한 진료를 강화한다. 그동안 국립정신병원은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이 복합된 환자들에 대한 치료 시설과 인력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했다.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 정신질환자 중 86.8%가 2개 이상의 질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내 정신의료기관 중 복합질환자에 대한 협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20% 안팎에 그친다.
이에 따라 국립서울병원은 2010년부터 2016년 3월 개원을 목표로 992억 원을 투입해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의 협진을 위한 의료시설과 의료장비 등을 교체하는 등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또 복합질환자에 대한 협진 수요가 많은 소화기, 호흡기, 신경, 소아청소년, 재활의학 등 5개 진료과를 신설하고 관련 전문의 등 의료인력을 보강한다. 아울러 정신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 전담 기구가 신설된다.
그동안 국립정신병원은 우울, 스트레스 등이 정신병으로 이환되는 것을 예방하는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립서울병원에 정신건강사업부(정신건강사업과·정신건강교육과)를 신설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표준 서비스 모델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전문 인력을 양성·교육하는 등 정신보건사업 수행을 총괄 지원한다.
한편 정신질환이 유발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신건강 연구 전담 기구도 신설된다. 이를 위해 국립서울병원에 정신건강연구소(연구기획과·정신보건연구과)를 설치하고, 임상과 연계한 진단·치료법 연구 및 정신건강 서비스 모델 개발 등 응용 연구를 고도화한다.
▶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되는 국립서울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의 모습. 앞으로는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정신·신체 복합질환 진료가 가능해진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도 적극 지원
"국민 맞춤형 정신보건 서비스 강화 기대"
정부는 국립서울병원과 함께 국립나주병원(전라권), 국립부곡병원(경상권), 국립춘천병원(강원권), 국립공주병원(충청권) 등 4개 지방 국립정신병원도 개편한다. 각 병원에 정신건강증진사업 전담 부서(정신건강사업과)를 신설해 권역별 거점기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지자체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 전문적 치료·상담기법을 개발·보급하는 등 현장 애로사항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특히 이번 조직 개편은 공무원 증원 없이 행정 수요 변화를 고려해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직렬 등을 조정·활용해 인력 운영을 효율화했다. 또한 센터 운영에 필요한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정신건강사업부장, 정신건강연구소장, 신체질환 진료 전문의 등 8개 주요 직위는 임기제 등 개방형으로 운영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번 국립정신건강센터 출범에 대해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번 개편으로 국립정신병원의 공공성과 전문성이 강화되어 우울증, 중독 등 새로운 정신건강 수요에 대응하는 국민 맞춤형 정신보건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출범은 반세기에 걸친 국가 정신보건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며, 국민 누구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국민 정신건강의 컨트롤 타워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 · 정혜연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