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꽃게
▶목포장터본가 게살비빔밥
꽃/게/요/리
‘국민 갑각류’ 꽃게가 한창 제철이다. 까먹기엔 다소 번거롭지만 그 진한 맛이 좋다. 꽃처럼 빨갛지만 꽃게는 사실 ‘곶(串)게’에서 나온 말이다. 등딱지의 끄트머리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돋아났다. 뾰족하고 딱딱한 껍데기 안에는 희고 부드러운 살이 꽉 찼다. 늦으면 후회한다. 지금에 한정한 행복이다.
대게와는 달리 꽃게는 알까지 먹을 수 있는 데다 향까지 진해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쪄먹기도 하고 국물을 낼 때도 이용된다. 된장국에 넣으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아예 꽃게만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는 꽃게탕도 있다.
꽃게 제철은 조금 헷갈린다. 봄·가을 둘 전부 얘기가 나온다. 사실 꽃게는 제철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산란기인 6월 중순부터 8월 말, 그러니까 제철이 아닌 때란 꽃게 금어기를 뜻한다.
알배기 암꽃게는 봄, 수꽃게는 가을에 먹는다. 게장에는 알배기가 좋아 보통 게장 전문식당은 봄에 잡은 오월 꽃게를 잔뜩 사다가 얼려 놓고 1년 내내 쓴다.
또 그믐 꽃게가 좋다. 꽃게는 달빛에 민감하다. 보름에 살이 빠지고 그믐에 살이 가득 차 그때 잡은 꽃게로 게장을 담그면 훨씬 맛있다고 한다.
간장게장은 역사가 오랜 음식으로 원래는 게젓 또는 동난지라 불렀다. <청구영언>에는 게장을 파는 장사꾼을 다룬 시가 등장한다. “겉은 뼈요, 속은 고기. 두 눈은 하늘을 향하고,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작은 다리 여덟 큰 다리 둘, 간장 맛이 아스슥한 동난지 사시오.”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이 시는 게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시에 등장하는 게는 꽃게는 아니다. 옛날에는 게장을 참게로 담갔다. 한자로 해(蟹)라고 하면 대부분 참게를 지칭했다. 요즘 유명한 <자산어보>에 ‘참궤’가 등장한다. 여러 고서에 참게 요리법이 소개될 정도로 진귀한 음식이었다.
게장이란 복합 양념으로 달인 간장에 산 채로 게를 담가 절인 음식이다. 충남 태안, 서산 등 서해안 지방에서 참게보다 살이 푸짐하고 달달한 꽃게로 장을 담가 지역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졌다. 충남 서해안에는 소금게장, 된장게장도 있는데 간장게장이 가장 대중적이다.
남해안에서는 돌게, 동해안에선 홍게로 게장을 담그기도 한다. 신안 섬마을이나 전남 남해안에선 칠게나 방게, 벌떡게 등으로 담근 게장도 반찬으로 상식한다. 원래는 그냥 게장이라 불렀는데 빨간 고추 양념에 재운 양념게장이 나오면서 이와 구별하기 위해 사족이 붙었다. 고추 양념 꽃게장 역시 밥에 비벼먹기에 딱이다. 매콤달콤하며 부드러운 그 맛에 당장 입맛이 살아난다.
간장게장은 간장도 중요하지만 꽃게의 선도가 핵심이다. 선도가 떨어져 내장이 녹아버린 게로 담근 게장은 맛이 없고 비리다.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간장에 양파나 파뿌리, 마늘, 고추 등을 넣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과일을 넣기도 한다. 게를 발라 먹은 뒤 감칠맛이 진하게 밴 간장을 떠서 먹으면 그 맛이 퍽 좋다. 밥을 비벼도 먹고 나물을 무칠 때 조미료 대신 넣기도 한다. 생선회 간장으로도 쓴다. 남은 간장에 묵은 김장김치를 넣고 끓여낸 것이 충남 향토음식인 게국지다.
게장을 두고 밥도둑이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짭짤하고 달달하니 밥 한두 공기는 그냥 들어간다. 게다가 게딱지에 든 내장은 어떤 젓갈보다 감칠맛이 뛰어나다. 게장 내장을 싹싹 긁어 밥을 비비면 다시 밥 한 공기가 절실해진다.
이제 봄이 떠나고 나면 활꽃게는 먹지 못한다. 꽃구경 아닌 꽃게 구경 삼아 풍년 든 바다로 한 번 나가봄직도 좋을 듯하다.
전국의 꽃게 맛집
★서울 마포 서산꽃게
살이 꽉 찬 싱싱한 암게와 화려하게 깔리는 반찬으로 유명한 집. 한정식을 방불케 하는 반찬의 진용이 가히 역대급이다. 먹기 좋게 손질한 게장에 참깨와 청양고추채를 올려 정갈하게 담아낸다. 김과 감태에 밥을 올리고 게장 속살을 얹어 싸먹으면 좋다. 게딱지는 하나씩 주니 성급하게 굴지 말고 마지막에 비벼 먹는 것이 좋다.
★충남 태안 솔밭가든
꽃게장의 본향을 자처하는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게장 잘하기로 소문난 집. 달달한 게향을 오롯이 간직한 봄철 암꽃게를 사다 1년 내내 쓴다. 그리 짜지 않아 실컷 먹을 수 있다. 게장백반을 주문하면 게장 한 마리와 갖은 반찬을 깔아준다. 꽃게탕과 게국지, 우럭젓국도 파는데 게장을 함께 주는 세트가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다.
★전남 목포 장터본가
꽃게의 유일한 단점인 ‘귀찮이즘’을 극복해낸 집이다. 게장의 살을 미리 빼놓아 매콤한 양념을 해 접시에 담아낸다. 사발에 밥을 담아 쓱쓱 비벼 먹으면 끝이다. 달달한 게살에 칼칼한 양념이 버무려져 있어 바로 밥에 스며든다. 3만∼4만 원쯤 하는 간장게장보다 가격도 헐하다. 껍데기째 버무려낸 것도 있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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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