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김치
▶김치삼겹살
김치
한식 대표 식문화 아이콘은 김치다. 김치야 사철 맛있다지만 특히 김장김치가 곰삭은 요즘 김치찌개 맛이 가장 좋을 때다. 김칫국물에 맛이 드니 당연히 응용 요리도 맛좋다. 김칫국도 김치전도 김치만두까지 요즘 것이 제대로다.
김치는 한식의 필수 구성요소다. 밥, 국과 함께 상차림의 반찬 가짓수 ‘첩’에도 들지 않는다. 그만큼 기본으로 여겼다. 중국이 주장하는 김치공정, 파오차이(泡菜)야 어쨌든 관심없고 우리는 김치를 상고 시대부터 먹어왔다. 김치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 나온다. 채소를 절여 만든 침채(沈菜)가 딤최(딤채)를 거쳐 김치가 됐고 동침(冬沈)은 동치미가 됐다. 한자로는 장아찌를 총칭하는 지(漬)로 썼다가 김치만 따로 저로 독립했다.
김장은 예전부터 담갔지만 처음에는 무가 기본이었다. 먼 훗날인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배추김치가 추가됐다. 임진왜란 이후 들어온 고춧가루도 그때야 대중화돼 배추와 함께 김장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김치의 주재료는 다양하다. 배추와 무는 물론이며 대파, 쪽파, 오이, 열무, 알타리, 순무, 갓(겨자잎), 고들빼기(고채), 고수, 고구마순 등 다양한 채소가 김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과일도 김치가 된다. 한식재단 전통식품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 실제로 존재하며 전수되고 있는 김치 가짓수가 1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고춧가루와 젓갈을 넣고 담근 배추김치는 순식간에 한식 밥상을 지배했지만 불과 100여 년이 지난 후 생산원가 불균형과 쌀 섭취량 감소, 육류 반찬 공급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독보적인 반찬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등재)으로서 유산균 발효식품이자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여전히 세계적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국내 섭취량은 감소해도 오히려 해외에서 김치 소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김치는 저장 음식으로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이 건강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 역시 염도가 문제이긴 하지만 요거트와 치즈 등의 유산균보다 김치 유산균은 장내 생존력이 더 길어 장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김치는 밥 뿐 아니라 고기와 라면, 국수 등 웬만한 한식 ‘주식’에 모두 어울린다. 적당히 맛이 든 김치를 쭉쭉 찢어 밥술 위에 올리면 한 그릇이 뚝딱이다. 맨밥이 그러할진대 국밥이나 누룽지, 칼국수는 더하다. 김칫국물은 어디에 넣어도 기본은 한다. 감칠맛을 내는 다양한 재료가 든 복합 양념이라 최고의 조미료 구실을 한다.
살짝만 닿아도 혀끝이 찌르르한 붉은 김치를 보기만 하면 당장 식욕이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볶아먹어도 지져먹어도 끓여도 맛좋은 봄날의 김치 음식 잘하는 집을 몇 곳 찾아봤다.
전국의 김치 맛집
★굴다리식당
집에서처럼 한 번에 끓이다가 사발에 담아주는 가정식 김치찌개 집이다. 비계가 붙은 큼지막한 돼지고기를 뭉텅뭉텅 썰어넣고 오래 끓였다. 만화 심야식당에 나오는 ‘어제의 카레’처럼 맛이 제대로 들어 고깃덩이를 씹을 때도 김치찌개 특유의 새콤한 맛이 배어난다.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
★장호왕곱창
일명 ‘짤라’집으로 통하는 이 집은 시원한 전골식 김치찌개 맛집이다. 육수에 고기를 충분히 넣고 통배추 김치찌개를 올려 팔팔 끓여낸다. 한소끔 끓고 나면 라면사리를 넣고 다시 한번 끓여낸다. 큼지막한 돼지고기 한 점에 김치를 둘둘 말아먹으면 더욱 좋다. 서울 중구 순화동 6-16.
★솔밭가든
게국지는 충청도 해안가의 김장김치 활용 요리다. 태안은 김장김치가 곰삭은 겨울부터 게장국물로 맛을 낸 김치찌개를 집에서 끓이는데 그게 게국지다. 푹 익은 김치에 게국(게장국물)의 맛까지 들어 감칠맛이 최고다. 솔밭가든은 가정식 게국지보다 꽃게와 새우 등 건더기를 통째로 넉넉히 넣고 끓여낸 게국지 전골이 맛있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장터로 176-5.
★신라초밥
1977년 개업한 마산의 초밥 노포다. 코스 메뉴 중 독창적으로 개발한 ‘김치초밥’을 시그니처로 올린다. 김치를 초밥에 싸 썰어낸 김치초밥은 코스 메뉴 마지막 쯤에 등장하는데 그간 먹었던 생선회와 조림, 튀김 등의 마무리로 썩 훌륭하다. 젓갈을 많이 쓰지 않아 시원한 ‘경상도식’ 김치가 달콤한 초밥과 잘 어울린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1길 8.
★천이오겹살
합정동에서 김치삼겹살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 새로운 점포가 명멸하는 홍대-합정 라인에서 무려 19년 째 영업중이다. 냉동삼겹살과 오겹살을 번철에 올리고 그 기름에 새큼한 김치를 지져먹는다. 잘 익은 김치를 지지면 기름진 삼겹살과 궁합이 아주 좋다는 것은 한국인 누구도 안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12.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