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래홍 삼선우동
▶우동카덴 명란우동
우/동/
추위와 눈발이 세상을 꽁꽁 지배한지도 어언 두 달이 넘었다. 추위엔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제격이고 또 후루룩 삼켜 온기를 채우기 좋은 데는 매끄러운 ‘우동’만한 것도 없다.
우동은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지만 지금 우리나라엔 우동 이름의 음식이 세 가지나 있다. 중화요리 우동과 일본요리 우동(うどん) 그리고 우리나라의 분식 우동(가락국수)이다.
‘같은 이름의 다른 음식’ 우동이 한반도의 지루한 겨울에 ‘핫팩’처럼 따뜻하게 채워주니 든든하다. 그 유래나 이름이야 어쨌든 이 세 가지 맛좋은 국수는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어 먹는 이로썬 썩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 우동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육수에 굵다란 면을 말아낸 음식이다. 여러 우동 중 값이 가장 저렴한 축에 든다. 간식의 이미지도 있다. 포장마차나 분식집에서 출출할 때 허기를 때우던 서민 음식이 바로 가락국수, 즉 한국식 우동이다. 일제가 물러난 후 우동은 남았지만 이름은 사라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동을 ‘가락국수’로 순화했다.
1970년대 정부의 혼분식(混粉食) 장려 운동에 힘입어 값싸고 배불리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가락국수는 널리 퍼져갔다. 기차를 탈 때 대전역에 5분 정차하면 얼른 뛰어내려가 사 먹던 음식도 바로 가락국수다.
주로 마른 멸치와 어묵꼬치를 넣고 끓여낸 시원한 국물에 통통한 우동을 말아낸다. 그 위에 고춧가루, 쑥갓, 유부, 김가루를 뿌리면 조리가 끝났다. 반찬도 고명도 필요 없었다. 특별한 우동을 원하면 어묵꼬치를 하나 찔러넣고 단무지 몇 개를 얹어주면 됐다. 먹는 이도 편했다. 후후 불어 후루룩 가락을 집어 입안에 욱여넣고 훌훌 국물을 마시면 끝이다.
처음엔 포장마차나 시장통, 분식점 모두 맛이 비슷했다. 나중엔 계란 하나를 깨 넣어주는 곳도 생겨나고 꽤 괜찮은 어묵을 올리는 집도 인기를 모았다. 김치를 썰어넣고 처음부터 전골식으로 끓이는 집도 있고 보글보글 끓는 돌냄비에 담아낸 우동도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
탱탱한 씹는 맛이 좋은 덕에 우동은 ‘사리’로도 인기를 모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고 값까지 부담없으니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라면 중에도 ‘우동맛’이 끊이지 않았다.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우동 국물에 밥을 마는 일도 예사다. ‘우동 정식’이라니 중국이나 일본 어디에도 없는 엄연히 독자적 식문화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중국 우동은 푸짐한 식재료와 고명을 올렸다. 오랜 시절부터 중국집에서 주요 메뉴로 올렸다. 일제강점기 근대소설에도 등장할 만큼 일찍이 대중화된 메뉴였다. 짜장면과 함께 식사부(중국집 메뉴판에는 요리부와 식사부가 있다)의 ‘투톱’이었다. 당시 중국집 주력 메뉴엔 감히 짬뽕이 끼지 못했다.
우동이라 쓰지만 따루미엔이라 읽는다. ‘소금 간을 한 국수’란 뜻이다. 청요릿집 시절부터 우동의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든든한 고명에다 달걀을 풀어 부드럽고 고소한 육수가 강점이다.
일본 음식 중 가장 우리의 입맛에 친숙한 음식이 우동이다. 일본에선 그 원류를 중국의 훈툰에서 찾고 우동(うどん)으로 전해왔다. 일본 우동은 종류가 많은데 맑은 장국에 두꺼운 삭면(削麵)을 쓴 국물 우동(가케우동)이 국내에선 가장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 사람은 우동을 먹을 때 국물 맛을 제일로 치고 일본인들은 면의 맛(매끈함과 쫄깃함)을 우동의 본 맛으로 해석한다.
전국의 우동 맛집
★창원 만미정
창원시 마산 구도심에서 돌냄비우동으로 오랜 시간 인기를 끌어온 집이다. 허름한 분식점 분위기지만 곳곳에 노포의 기품이 서려있다. 보글보글 끓는 돌우동은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면, 그리고 쫀쫀한 어묵에 대추, 맛살, 밤까지 든 고급 우동이다. 달걀을 풀어 고소한 맛을 내는 국물을 싹 비우고 나면 추위가 두렵지 않다.
★서울 종로 안래홍
서울 종로에서 오래 영업한 화상 중화요리집. 부드럽고 푸짐한 우동을 판다. 해물을 우려낸 새하얀 국물은 담백하지만 그안에 뭔가 입맛을 끌어낸다. 양파도 아삭하고 오징어도 질기지 않다. 탱탱한 목이 버섯과 졸깃한 홍합살, 부드러운 애호박이 먹는 재미를 더한다. 국물을 주욱 들이켜고 나면 왠지 속이 편해지는 것이 왠지 하얀색 국물의 매력같다.
★서울 합정동 우동카덴
여러가지 정통 일본식 우동을 맛볼 수 있다. 저염 명란을 쓰고 청어조림, 모시조개 등을 올리는 등 방문하는 순간, 우동의 신세계가 열린다. 고명과 면발은 우동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른 조합이다. 고명과 국물의 유무에 따라 이에 어울리는 면 두께가 있다. 국물도 제각각이다. 과연 전문점이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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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