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고 영양 많은 ‘바다의 우유’

2021.12.27 최신호 보기
▶서산 굴영양밥

▶굴찜

굴요리
“오직 바다의 맛과 즙이 풍부한 식감만 입 안에 남았을 때 나는 껍데기에 남은 차가운 바닷물을 마신 후 입 안을 화이트와인의 청량함으로 또 한 번 씻어낸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공허한 기분을 털어내고 행복에 젖어 다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행복 무량한 글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 굴은 굉장히 고급 음식이다. 보편적으로 생식을 즐기지 않지만 굴만큼은 로마시대부터 인기가 있었다. 귀족 연회에 단골로 올라왔다.
철학자 세네카는 매주 굴 1200개를 먹었고 카이사르는 굴이 많이 나는 갈리아를 정복했다. 동시대를 살았던 클레오파트라도 미용식으로 굴을 즐겼으며 프랑스 앙리 4세도 전채로 굴 300개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은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주는 굴 한 접시를 보면 반색한다. 알굴을 고추장에 찍어 소주와 한잔 들이켜기 좋다. 반찬으로 서비스로 나오고 때론 굴을 한 양동이씩 구워 먹는다. 김장 재료나 국밥을 끓일 때도 쓴다.
세계에서 신선한 굴이 가장 싼 곳이 우리나라다. 세계 양식 굴 생산량 2위다. 우리나라의 굴은 저렴하고 싱싱하다.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호사는 없다.
석화라면 레몬즙을 살짝 뿌린 굴을 그대로 입 안에 꿀꺽 넣어 이리저리 돌린다. 혀로도 으깰 수 있을 만큼 보드라운 그 살을 씹으면 바닷물과 섞인 짭조름하고 청량한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진한 육즙에는 뭔가 비교하기도 어려운 진한 풍미가 배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감칠맛이다. 찬물에서 자란 제철 굴 맛이다.
동장군이 몰아치는 요즘 딱 좋은 굴국밥이며 굴칼국수를 끓이면 제격이다. 솥에 쌀과 함께 넣고 굴밥을 하기도 한다. 굴에 달걀옷을 입혀 지지면 굴전이 된다. 작은 굴에 빨갛게 양념을 해 재워두면 굴젓이 돼 밥을 도둑질한다.
전남 장흥과 여수 등 산지에는 장작불을 때고 석화를 올려 굴을 구워 먹는 집도 여럿 있다. 중국음식점에서도 일제히 굴짬뽕을 낸다. 같은 제철인 매생이와도 딱 어울린다. 겨울 동기(?)인 매생이굴국이다.
맛도 좋지만 영양가가 많기로도 소문났다. 무기질이 많아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풍부한 아연과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바닷물 속 아연을 섭취하면 내보내지 않는 까닭이다. 아연 성분은 정자 생성과 왕성한 활동을 돕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졌다.
카사노바가 엄청난 양의 굴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됐다. 또 굴에는 멜라닌색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고 해서 여성들도 좋아한다. 이 밖에도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D 등을 많이 함유했다고 한다.
굴을 좋아한다면 가끔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지독히 감사해야 한다. 맛이 들대로 든 굴이 나는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굴이 많이 나는 서해와 남해, 그리고 서울에서 굴을 맛볼 수 있는 집을 소개한다. 

전국의 굴 맛집

★서울 중구 충무집
세계적 굴 산지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이름을 딴 충무집이다. 서울 중구 다동에서 통영 향토음식을 내는 노포인데 겨울이면 통영에서 직송한 신선한 굴을 식탁에 올린다. 종갓집 전통 솜씨로 부쳐낸 굴전이 맛있다. 제철 굴은 달고 진하다. 굳이 다른 감칠맛(간장)에 찍지 않아도 맛이 충분히 혀를 적신다. 굴은 본래 짭조름한 바다 맛을 품어 간도 적당하다. 고소한 기름 맛을 더하고 싱그러운 파 맛까지 얹어준다.


★광화문 조선기술
서울에도 굴을 낱개로 시켜 먹는 전문 식당 ‘오이스터 바(oyster bar)’가 생겼다. 광화문 조선기술에서 맛보는 굴은 유럽 스타일이다. 커다란 삼배체 등 통영, 고성, 고흥에서 직접 주문한 귀하고 다채로운 굴을 신선한 석화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얼음 위에 올린 신선한 굴을 눈으로 확인 후 선택하고 전통 고추장을 첨가한 특제 소스와 서양식 식초 소스 등 두 종의 소스를 곁들여 샴페인이나 와인과 함께 즐기면 된다.









★서울 망원동
용머리숯불꼼장어굴찜 서울 망원동에서 굴찜으로 유명한 가게 용머리숯불꼼장어굴찜이다. 커다란 사각형 스테인리스 찜기에 석화를 잔뜩 얹고 중탕으로 팔팔 끓여내면 향긋한 굴찜이 완성된다. 뚜껑을 열면 석화가 입을 벌리고 김을 모락모락 피운다. 양도 꽤 많다. 소주 몇 병이 그냥 달아난다. 곰장어 메뉴도 있다.


★전남 장흥 사계절굴구이
전남 장흥엔 굴구이 마을이 둘이나 있다.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이다. 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둘러앉아 구워 먹는 형식이다. 바닷가에서 배 터지게 먹는 굴구이, 푸짐하고도 맛깔난다. 관산 사계절굴구이는 석화를 푸짐히 구워 먹고 난 뒤, 짜장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원래 중국집을 운영했던 이곳 사장이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준다. 모자란 기름기를 채워준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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