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에 자리한 사회복지법인 정다운마을. 여섯 동의 건물로 이루어진 정다운마을은 교직원 60여 명이 중증장애인 100여 명을 돌보고 있다.
일상회복 현장을 가다_ 중증장애인시설 정다운마을
“다른 동의 거주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누고 외부인과 접촉 면회도 가능해졌어요.”
중증장애인시설인 ‘사회복지법인 정다운복지재단 정다운마을’에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비록 울타리 안에서 누리는 자유지만 오랜만에 식구들의 왕래를 지켜보는 정의택 원장은 감사했다.
11월 둘째 주, 강원도 양양군에 자리한 정다운마을의 일상회복 과정은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건물 여섯 동에 나눠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100여 명은 거리두기로 하지 못했던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살지만 거주하는 건물이 달라 한동안 못 만났던 이웃과 다시 교류했다.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방역이 완화되면서 울타리 안에서 산책과 이동이 자유로워진 덕분이다.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면회도 조금 편해졌다. 사이를 가로막았던 칸막이는 사라지고 인원수 제한은 완화됐다. 음식물 반입은 여전히 안 되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지참하면 면회가 가능해졌다.
▶전신 소독 기능을 갖춘 게이트를 통과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머리부터 손바닥, 신발 바닥, 등까지 전신이 소독된다.│정다운마을
일상회복 시기 방역의 생활화 강조
그러나 변화는 조심스럽다. 불편한 마스크 착용도 여전히 필수적인 상황이다. 생활관별 소규모 프로그램 말고는 여러 사람과 동선이 겹치는 단체 프로그램과 외부 재활 프로그램은 제한돼 있다. 식사할 때와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활동의 폭이 조금은 넓어진 거주인과 달리 이들을 돌보는 60여 명의 종사자는 더 긴장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시설은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위험성이 아주 높은 곳입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밀착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일상회복을 안전하게 누리려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의택 원장은 무엇보다 방역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기본에 충실한 방역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다운마을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일과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과 똑같다. 일하는 생활관으로 바로 출근하고 입구에서 체온 재기와 전신 소독을 거친다. 몸에 이상 증세가 조금이라도 보일 경우엔 출근하지 않는다. 업무 외에 타 생활관으로 방문은 금지돼 있다. 식사는 개별적으로 먹는다. 일터 밖의 개인 생활도 일부 제약이 따른다.
“직원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특히 휴가 사용 시에는 방역 수칙 준수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설이 양양 관광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의 방역을 늦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정 원장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모든 방문객은 각각 1명씩 출입자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외 n명’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안된다. 출입자 명부 작성 시 휴대전화 번호 대신 ‘개인 안심번호’를 쓰면 개인정보를 지킬 수 있다.
기본 충실한 방역 관리로 감염 확산 막아
몸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인 만큼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도 신중을 기한다. 물리치료는 생활관별로 시간을 정해 진행한다. 다른 생활관의 거주인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한 조치다. 외부 병원 치료는 최소한의 인원만 이용하고 가능하면 대리 약 처방을 받고 있다.
중증장애인 100여 명이 거주하는 여섯 동의 생활관 방역 관리는 꼼꼼하다. 매일 2회 이상 거주인들의 체온을 재고 생활관 내부를 소독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방역 내용은 일지로 기록해 관리하고 있다. 식사도 개별적으로 제공한다.
반복되는 유행 속에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는 거주인과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선제검사를 했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진단 정확도가 높은 PCR 검사를 매주 1회 실시했다. 감염 상황을 대비해 별도 격리 공간도 내부에 마련돼 있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들은 감염 취약시설에 해당하는 방역 지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켰을 때 방역에 취약한 시설에서도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을까? 정다운마을은 기본에 충실한 방역 관리의 면모를 보여줬다.
2021년 3월 정다운마을에서 3명의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같은 생활관에서 활동하는 종사자 2명과 거주 장애인 1명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서 현장을 방문해 환자가 생활하는 1개 동의 거주인과 종사자들의 PCR 검사, 생활관 내외 검체 채취가 이루어졌다. 동일집단(코호트)격리에 들어간 2주일 동안 해당 생활관의 거주인은 이동이 금지됐고 종사자는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24시간 2교대로 근무했다. 그러면서 3~4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다. 추가 환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5월 중순에 한 차례 환자가 더 발생했다. 이번에도 진단받은 종사자가 담당하는 생활관에 동일집단격리가 취해졌다. 역학조사 결과 다른 거주 장애인과 종사자에게 추가 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록 두 번의 감염으로 거주 장애인과 종사자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다운마을은 감염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는 마스크 쓰기와 환기, 소독, 거리두기 등 일상의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킨 결과였다.
▶생활관 내 소독과 환기는 1일 2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소독할 때 손잡이, 팔걸이, 의자, 바닥 등 신체 접촉이 많은 곳은 더 꼼꼼히 닦는다.│정다운마을
12월 중순까지 추가접종 마칠 계획
정 원장은 추가접종에 대한 계획도 들려줬다. “7월에 전원 예방접종을 완료했어요. 12월 중순까지 추가접종을 마칠 계획입니다.”
최근 고령층이 많은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요양병원·시설, 주간보호센터 등의 집단감염은 8~10월 총 101건이 발생했다. 월별로 8월 13건(344명), 9월 25건(458명), 10월 63건(1733명)으로 늘어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감염 취약시설의 집단감염은 주로 외부 종사자나 이용자가 감염된 후 시설 내에서 추가 전파가 이뤄지면서 발생했다.
감염 취약시설 등을 포함해 고령층 환자가 증가하면서 60대 이상 위중·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11월 9일 기준 일주일간 60대 이상 신규 환자는 2027명→2020명→2944명→4416명으로 늘었다. 11월 1주 차 위중·중증 환자는 60대 이상이 79.2%인 289명을 차지했다. 사망자도 60대 이상이 122명(96.8%)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예방접종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예방접종 효과 감소로 60대 이상 환자의 치명률과 중증화율은 각각 2.79%, 8.24%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감염 취약시설 예방접종 대상자의 건강 악화 등을 고려해 추가접종 간격을 기본접종 5개월 후로 4주 단축했다.
힘든 시기 도움 준 지역사회에 감사
정다운마을에는 현재 만 18세 이상의 중증장애인 103명이 거주하고 있다. 남자 70%, 여자 30%이며 지적장애 80%, 지체장애 20%의 비율이다. 거주 장애인의 평균 나이는 50세에 가깝다.
정 원장은 코로나19가 장애인에게는 ‘잠시 멈춤’이 아니라고 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장애 특성에 맞춰 일상생활서비스와 개별적 재활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예를 들면 개인위생, 사회적응 등 장애인에게 필요한 재활을 반복학습을 하면서 능력치를 끌어올려요.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은 이런 학습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듭니다. 일부 중증 지적발달장애인의 경우 장기적 발전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도에 일정 기간 잠시 멈춘 뒤에는 대부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거나 연속해 서비스 진행을 할 때 낯설어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장 어려워요.”
22년 경력의 정 원장이 말하는 코로나19 시대의 현장에서 겪는 애로점이다. 정 원장은 이런 힘든 시기에 따가운 시선보다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기관과 지역사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환자 발생 시 빠른 대처로 함께한 양양군과 보건소, 후원 단체 그리고 강원도사회서비스원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아직 코로나19는 종식된 게 아니다. 지금 우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새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좀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는 물론 실내 환기도 수시로 해야 한다. 체온이 오르는 등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 즉시 거리두기를 하고 검사를 받는 게 기본이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소홀히 할 때 코로나19는 언제든 빈틈을 노리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멈추게 할 수 있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정다운마을의 방역 지침 준수 사례는 우리에게 다시금 그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