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의 ‘방역수칙 준수 모범사례’로 뽑힌 평창알펜시아리조트 내 거리두기 표시
일상회복 현장을 가다_ 평창군보건의료원
단계적 일상회복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일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의 성공 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의 생활밀착 방역 관리와 이에 따른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강원도 평창군보건의료원과 지역 주민, 리조트업계 등 민관이 힘을 합쳐 철저한 방역 관리를 하고 있는 사례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 우수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외부 유입 많아 확산 막으려 동분서주
강원도 평창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는 도시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는 점과 농가로 일하러 오는 외국인노동자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시·도 간 이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러스가 평창 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으로도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평창군은 확산세가 주춤합니다.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게 노력해야죠. 단계적 일상회복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문태 평창군보건의료원 감염병관리팀장의 목소리에선 비장함이 느껴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며 평창군 방역 현장은 더욱 동분서주하는 분위기다.
읍·면 단위 지역사회 누리소통망(SNS)에 방역 수칙 홍보를 하는 건 기본이고 지역 대표자들과는 전화, 누리소통망 등을 통해 상황을 공유한다. 평창군 내 대형 리조트 5곳을 직접 방문해 방역 수칙 준수를 확인하고 당부하는 업무도 계속하고 있다.
“직원분들 항상 조심해주세요.” “식사 시간에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게 해주세요.” “마스크 착용 수칙 잊지 말아주세요.”
정문태 팀장이 현장에 갔을 때 반복해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엔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늘어나게 될 재택치료에 대한 대응에도 힘쓰고 있다. 이 지역에선 이 같은 평창군보건의료원의 관리 아래 지역사회 다양한 구성원이 방역에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칸막이를 설치한 평창알펜시아리조트 내 식당
▶직원들이 칸막이가 있는 지정된 좌석에서 한 방향을 보고 식사하는 모습│평창알펜시아리조트
리조트 5곳 통근버스 좌석 기록 등 철저한 방역
평창군 관내 리조트 직원 가운데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버스를 탈 때 체온 측정 및 자신이 몇 시, 어느 좌석에 앉았는지를 적어야 한다. 리조트 내 환자 발생 시 자가격리 대상자, 능동감시자 등을 발 빠르게 추적 및 분류하기 위해 마련한 방침이다. 관내 모든 리조트가 이를 따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평창알펜시아리조트는 최근 질병관리청의 ‘방역수칙 준수 모범사례’(이하 모범사례)로 뽑힐 만큼 방역 협조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설이다. 이곳은 2020년 초, 국내에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자체 코로나19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며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꼼꼼하게 대처했다. 2021년 8월엔 골프장 조경 관리 용역업체 직원 6명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았지만 철저한 방역 조치로 추가 환자 발생을 막았다. 비결은 기본 수칙 준수에 더한 추가적인 자체 수칙 마련, 평창군보건의료원과 적극적인 협업 등에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식사 시 인원 조정 등 거리두기 준수, 주기적인 실내 환기 등은 당연히 기본으로 지키는 한편, 이에 더해 전 직원 KF94 마스크 착용, 직원 식당 시간별 이용 인원 조정 및 지정 좌석제 마련 등의 방역 수칙도 추가로 마련했다.
하루 두 차례씩 직원 건강 상태도 반드시 점검했다. 조진상 평창알펜시아리조트 운영지원팀장은 “불특정 다수가 찾는 리조트 특성상 방역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객에게 방역 수칙을 강조해야 하는 입장인데 이를 위해선 직원들부터 먼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칙을 잘 지키는 등 솔선수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군보건의료원과 협업도 중요한 대목이었다. 평창알펜시아리조트 측은 평창군보건의료원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더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계절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롭게 필요한 건 없는지 등을 수시로 문의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조진상 팀장은 “평창군보건의료원 정문태 팀장과 협의하고 조언 등을 구하는 과정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관계자들과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근 평창알펜시아리조트는 평창군보건의료원 등을 통해 직원 대상 코로나19 심리 상담에도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의 정신적 방역도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 마련된 방역소독 시스템│평창알펜시아리조트
집단감염 교훈 삼아 민관 공조 구축
평창군보건의료원과 민간의 협업은 2021년 5월 농가에서 발생한 외국인노동자 집단감염 발생 시에도 빛을 발했다. 이 역시 질병청의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지난 5월 1일 평창군 방림2리. 배추밭에서 일하는 한 외국인노동자가 코로나19에 최초 감염된 이후 2~3일 외국인노동자 10명, 내국인 4명, 내국인 가족 5명 등이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평창군보건의료원 측은 방림2리 김남진 이장과 신속하게 소통, 현장 임시검사소를 설치한 뒤 곧바로 주민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김 이장은 마을 주민 한 명도 빠짐없이 선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검사 독려와 주민 관리에 발 벗고 나섰다. 다행히 주민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 있는 이들까지 선제 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환자 가운데 외국인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 큰 부담이었다. 추방 등을 우려한 외국인노동자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여기엔 관내 경찰서가 큰 도움이 됐다. 이탈 방지를 위해 경찰서 신속대응반 30여 명이 배치되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추방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14일간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게 돕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각종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외국인노동자와 언어소통 문제는 지역 다문화센터 언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평창군보건의료원 측은 외국인노동자가 머무는 1인 1실 격리 공간에 수시로 방문, 물품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도왔다.
이런 경험을 쌓은 덕에 평창군보건의료원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유사 사례 발생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곳이 있을 경우 선별검사소를 즉시 설치하고 경찰, 소방서, 군청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발 빠른 대응을 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5월 평창군 방림2리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자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선제 검사에 참여했다.
▶외국인노동자와 언어소통 문제는 지역 다문화센터 언어 자원봉사자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평창군보건의료원 측은 외국인노동자가 머무는 1인 1실 격리 공간에 수시로 방문, 물품 지원 등을 도왔다.│평창군보건의료원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됐지만 공동체 배려 마음 잊지 말아야
한편 리조트 등에선 요즘 겨울철 스키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리조트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은 채용 과정에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또한 평창군보건의료원 측은 사람이 몰리는 스키 시즌에 감염이 확산하지 않도록 시설 운영과 점검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리조트 측에 당부하고 있다. 한편 지역사회에는 연말연시 각종 모임과 행사 시 방역 수칙 등을 준수할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중이다.
또한 재택치료자 이탈에 따른 즉각 대응 시스템도 마련해두고 있다. 관내 읍·면사무소 직원 등을 중심으로 비상 연락망을 구축했고 군청 재난관리팀, 경찰서 정보팀, 소방서 구조팀 등과 이송 관련 대비 상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평창군 지역 사람들이 말하는 단계적 일상회복 성공의 열쇠는 뭘까? 정문태 팀장은 “읍·면 누리소통망에 마스크 착용 생활화, 주기적 환기와 소독,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검사 받기 등을 계속 홍보한다”며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좋은 겨울이 오는데 다소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모두의 건강을 함께 지킨다는 생각을 갖는 것과 환자가 발생하면 밤낮 가리지 않고 관계자, 시민이 협업해 즉각 대응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상 팀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일상은 유지하되 방역은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방역 지침보다 더 강화한 기준으로 방역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10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고 하면 8명까지만 모이는 등 우리 나름대로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겁니다. 코로나19 상황실장을 약 2년간 해오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사람인지라 방역 지침이 조금만 풀어지면 상황을 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게 아니기 때문에 느슨해지면 안 된다는 걸 계속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방림2리 김남진 이장은 “제일 중요한 게 ‘신뢰’와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침에 따라 이동제한이 필요하면 이를 따라야 하고 모이지 말라고 하면 모이지 않아야 한다”며 “내 행동이 나 하나만이 아닌, 가족, 이웃 등 공동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시기를 잘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