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함성은 없지만 ‘치맥’이 돌아왔다

2021.11.15 최신호 보기
▶11월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치맥’을 먹으며 경기를 즐기고 있다.│연합

‘일상회복’ 야구장 가보니
11월 2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앞.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1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야구팬들이 하나둘씩 야구장으로 모여들었다. 경기가 열리는 오후 6시 30분이 다가올수록 관중이 늘어났고 편의점·김밥집 등이 점차 인파로 북적댔다. 잠실운동장 주차장은 평소 후불제(5분당 100원)로 운영되지만 야구가 있을 때면 선불제(5000원) 선택이 가능하고 차량을 안내하는 주차요원들의 등장도 새삼스럽다.
잠실야구장은 수도권의 4단계 거리두기 영향으로 이틀 전인 10월만 해도 관중의 경기장 입장이 제한됐다.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되면서 사람이 몰려들고 야구장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잠실야구장은 1일 1만 2422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데 이어 2일에도 9525명의 관중이 운동장을 찾았다.
잠실야구장 주변 지하철역 인근에서 오징어 등 먹거리를 판매하는 70대 노점상은 “지난 2년 동안 정말 힘들어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며 “코로나19 이전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관중이 몰려들며 운동장 정원의 절반 이상 들어차면서 이제야 코로나19도 끝나가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11월 1일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구단 관계자가 병역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큰 목소리 자제하고 박수로만 응원
야구장에 들어가려면 엄격한 입장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인은 코로나19 접종완료 증명서나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하고 만 18세 미만은 제한 없이 입장은 가능하지만 18세 미만임을 증명해야 한다. 학생증이나 주민등록등본 등이 필요하다. 입장 때 관련 증명서와 예매 내역 등을 보여준 뒤 체온에 따라 색이 바뀌는 붙이는 체온계를 몸에 부착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보니 입장이 더디게 이뤄졌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치킨 냄새가 반겼다. 맥주와 치킨을 사려는 인파가 줄을 잇고 있고 관람석에서 가족과 함께 치킨과 떡볶이, 만두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2020년 6월 야구장에서 취식이 금지된 지 약 1년 5개월 만에 ‘치맥(치킨+맥주)’이 돌아온 것이다.
야구장을 찾은 서혜영(20) 씨는 “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게 된 게 가장 좋다”며 “하지만 아직 큰 소리로 응원이 안 되는 건 많이 아쉽다. 2022년에는 예방접종도 다 하고 치료제도 나와서 응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 조애리(20) 씨는 “텔레비전 중계로만 보는 거랑 실제로 야구장에서 보는 거랑 체감이 다르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육성 응원도 가능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성 응원은 할 수 없지만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의 동작에는 평소보다 힘이 실렸다. 음악 소리와 응원단장의 선창 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수많은 관중이 관람석을 채운 채 율동으로 이들과 함께했다. 관중은 막대풍선으로 치는 박수와 깃발, 율동으로 육성 응원을 대신했다.
두산과 키움 양쪽 응원단은 팬들이 육성 응원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모두 박수로 하는 응원만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야구장에서 음식 섭취가 가능하다 보니 마스크를 벗은 채 구호를 외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 즉흥적 육성 응원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에 대해 득점 상황에서는 응원가를 내보내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

▶11월 1일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야구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선수들 “에너지 같은 게 솟아난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모처럼 경기장을 찾았다는 오경탁(21) 씨는 “올해 수도권은 4단계 시행 탓에 못 오고 지방 경기를 보러 몇 차례 야구장에 갔다”며 “텅 비고 자리 띄어 앉다가 관중이 들어차 다 같이 응원하면서 보니 좋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이었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고 마음속으로 울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자녀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러 온 가족도 많이 눈에 띄었다. 세 아들과 함께 온 이강재(38) 씨는 “지금 가장 좋은 건 단계적 일상회복이 돼서 애들이랑 오게 된 것이다. 취식도 가능해 아이들이랑 같이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소풍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대규모 관중 입장을 반겼다.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 선수는 11월 1일 인터뷰에서 “기분이 정말 좋다. 관중이 많은 데서 경기를 하면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 같은 게 솟아난다. 좋은 에너지를 갖고 경기를 펼치면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BO는 이번 포스트시즌 전 경기의 모든 좌석을 100% 코로나19 예방접종완료자 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외 경기장이 100% 접종완료자 전용 구역으로 운영될 경우 음식 섭취가 허용되며 관중 입장 비율은 제한 없이 100% 입장이 가능하다. 야구장 전 좌석이 관중에 개방되는 것은 2019년 10월 한국시리즈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무관중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일부 관중만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예방접종완료 후 2주가 경과한 접종완료자, 48시간 내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자, 18세 이하, 불가피한 사유의 접종 불가자(의사 소견서 필요)의 입장이 가능하다.
KBO 관계자는 “전 구역을 접종완료자 등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딱히 다툼이나 갈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접종완료자가 아닌 사람의 경우 48시간 안에 PCR 검사를 해서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못 받으면 들어올 수 없다. 일부 관람객의 경우 음성 확인을 못 받아 예매하고도 입장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 둘째날인 11월 2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접종 증명·음성확인제(방역 패스)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

실내 돔구장에서는 취식 금지
다만 11월 14일부터 열린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서는 ‘치맥’을 즐길 수 없다. KBO는 쌀쌀한 날씨를 감안해 한국시리즈는 모두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하기로 결정했는데 정부 규정에 따라 지붕이 덮인 돔구장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이찬영 기자

문화·체육시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는?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행되면서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이용 제한도 상당 부분 풀렸다.? 영화 관람은 접종완료자만 이용 시 24시간 관람이 가능하며 팝콘·음료 등도 허용되고 좌석 띄워 앉기도 사라졌다. 노래연습장과 헬스장도 접종완료·음성확인제(방역 패스)를 적용해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헬스장 러닝 머신 속도 시속 6㎞ 이하, 줌바·에어로빅 같은 그룹 운동의 음악 세기 100~120BPM 등 격렬한 운동을 막기 위해 마련했던 규정도 해제됐다. 코로나19 감염 전파 위험으로 이용이 제한됐던 샤워실 이용도 가능해졌다.
실내 체육시설은 접종완료자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미접종자 중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자, 만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완치자, 의학적 사유로 인한 예방접종예외자 등도 이용이 가능하다. 미접종자의 이용권 환불 문제나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1월 14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지정됐다. 계도기간이 지난 뒤에도 방역 패스 없이 시설을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형 콘서트나 팬 사인회는 접종완료자 등만 참여 시 500명 미만까지 가능하며 그 이상 규모의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포츠 경기장도 관중석을 50% 개방했다. 스포츠 경기장은 그동안 거리두기 단계와 실·내외 여부 등에 따라 무관중, 관중석의 30%, 50% 등 다양하게 제한됐다. 실외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접종완료자전용 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접종 완료자 전용구역에 한해 취식을 허용하고 있다. 접종완료자 전용 구역은 방역 패스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일부터 시작한 KBO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관중석 100%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전 관중석을 접종완료자전용 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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