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대구
▶노르웨이 베르겐의 대구 조각상
대구요리
입맛도 날씨에 따라 회유한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니 바야흐로 대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뜨끈한 대구탕 국물에 허연 살 도막을 휘휘 섞어 후루룩 마시고 나면 한기란 온데간데없다.
세계적으로 대구처럼 널리 식용되는 생선은 드물다. 몰려다녀 잡기 쉽고 커다란 살집까지 품은 대구는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단백질을 공급해온 생선이다. 그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바이킹의 노략질과 유럽 제국주의 침략의 원동력이 바로 대구다. 바이킹은 말린 대구를 비상식량 삼아 배에 가득 싣고 멀리 노략질을 하러 다녔다. 스페인 바스크인들은 대구 떼를 따라가다 신대륙(북미 뉴펀들랜드 지방)을 발견하기도 했다.
서방세계에서 주장하는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 사실은 침략의 시대)도 당시 말린 대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발견’도 피해국에서 말하는 ‘침략’도 어려웠다. 식민지 지배도 노예 상인도 없었을 것이다. 풍력과 인력에 의존하던 원거리 항해에 꼭 필요한 물자는 바로 대구였다.
눈치 빠른 한자(Hansa)동맹 독일 상인들은 노르웨이 베르겐에 당시 북해의 최고 히트 상품인 대구를 서남 유럽으로 유통하는 ‘창고형 물류센터’ 브리겐(Bryggen)을 짓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해양국가에선 빵 먹듯 대구를 먹었다. 잔뜩 잡으면 덕장을 짓고 대구를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말렸다. 또 염장한 바칼라우(Bacalhau)로 사철 단백질을 공급했다.
19세기 후반 증기선 도입으로 마구 잡아 갑자기 대구가 귀해졌다. 유럽에선 어장을 둘러싼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20세기 중반 대구 어장을 놓고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벌인 대구 전쟁(cod war)은 당시의 냉전(cold war)만큼 심각했다. 전통적 어업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영국과 단교와 선전포고를 거듭하며 어장을 지켜냈다. 이때 이뤄진 협약이 지금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생대구는 최고의 값을 받았다. 연근해산 대구탕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어, 고급 어종인 복어 값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이후 거제도를 중심으로 연근해 치어 방류 사업을 꾸준히 펼친 덕에 지금 개체 수를 많이 회복했다.
대구는 대표적 한류성 어종으로 초겨울부터 잡는다. 입이 커서 대구(大口)다. 아귀만큼은 아니지만 입이 크고 몸짓이 빨라 아무거나 쓱쓱 삼킨다. 큼지막하고 살이 투실하다.
게다가 살이 담백하고 비리지 않아 국을 끓이거나 포를 떠 전을 부치는 등 요모조모 쓸모가 많다. 노르웨이나 포르투갈에서도 대구탕처럼 피시수프를 끓이고 우리 생선전과 영국의 피시앤드칩스처럼 대구로 만든 부침개가 동서양에 비슷하게 있다.
살이 많은 대가리는 따로 대구뽈찜을 하고 살덩이로는 탕을 끓인다. 대구탕은 맑은탕과 매운탕 등 양념에 따라 다르지만 누구나 선호하는 국 요리다. 경남 거제가 주산지로 유명하지만 호불호가 없어 한반도 곳곳에서 먹는다. 전국에 이름난 대구탕집이 많다.
전국의 대구 맛집
★속씨원한 대구탕
부산 해운대에 여행을 온 이들의 속을 일일이 풀어주는 집. 시원이 아니라 ‘씨원’한 국물 덕이다. 해운대에는 해장의 제왕이라는 복국집도 많지만 이들과 겨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맑은국에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고 국물부터 마신다. 뜨거운 국물에 당장 지친 몸이 살아난다. 뽀얀 살덩이도 큼지막하다.
★자원대구탕
서울 삼각지 대구탕 노포다. 커다란 대구 토막과 이리 등을 인심 좋게 넣고 미나리를 한가득 올려 먹는 전골집이다. 칼칼한 양념 육수에 팔팔 끓여낸 대구살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는다. 슈크림처럼 부드러운 대구살을 바삭하게 튀긴 대구튀김도 빼놓을 수 없다.
★광화문 몽로
이탈리아식 바칼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염장 대구살을 으깨 감자, 병아리콩과 함께 섞고 익힌 다음 치즈를 뿌린 음식이다. 원래 형태가 사라진 스프레드를 바삭한 치아바타 빵에 발라 먹으면 숨었던 대구 맛이 확 살아난다. 채소를 섞어 고소한 맛이 오래 남는다. 와인과도 궁합이 꽤 잘 맞는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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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