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오징어 게임? 난 오징어 튀김!

2021.11.01 최신호 보기
▶오징어마늘칩

▶오징어데침

오징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악몽 속에서도 지구촌 사람들은 대한민국발(發) 오징어 게임이 전해준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달고나 열풍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선 식재료로써 오징어가 친숙하지만 외국에선 그 위상이 다르다. 아시아와 지중해 연안 몇몇 나라만 오징어를 먹는다. 전설에 바닷속 괴물로 등장하는 문어는 물론이고 오징엇과 연체동물(두족류) 전체를 징그러운 생물로 취급하는 문화권도 많다. 007 시리즈나 공상과학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초대형 문어나 오징어인 것도 그들이 평소 두족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대인도 계율에 따라 비늘이 없는 오징어를 먹지 않는다.
반면 우리 한식에서 오징어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오징어는 오랜 세월 우리나라 사람과 함께 한 어족 자원이다. 오징어의 길쭉한 몸통 속엔 근현대를 살아온 민초의 애환이 숨어들었다. 시원한 오징엇국으로 끼니를 챙겼고 오징어데침은 소주 한잔과 함께 대폿집을 지켰다. 오징어덮밥은 저렴한 분식집 점심 메뉴로 학생들과 함께했고 마른오징어는 사시사철 열차 안이나 영화관, 야구장 등에서 심심풀이 주전부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뿐인가. 오징어채는 도시락에서, 오징어튀김은 노점 좌판에서 학생들의 든든한 먹거리가 됐다. 집에서도 반찬으로 더없이 활용도가 높다. 볶음에 조림에 무침, 불고기까지 다양한 맛을 낸다. 국민 식생활에서 따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해산물이 오징어인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품귀 현상을 빚어 ‘금징어’라 수년간 불렸던 오징어가 2021년은 어획 사정이 대폭 나아져 서민들의 식탁에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오징어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밥상을 책임진 중요 해양 식량자원이다.
문어, 낙지, 주꾸미는 팔완목(八腕目·다리 8개)인데 반해 오징어, 한치, 꼴뚜기는 다리가 열 개인 십완목(十腕目)에 해당한다. 오징어는 세계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길이 15m에 이르는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10m가 넘는 대왕오징어, 2~3m짜리 훔볼트오징어 등 다양하다.
우리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로 피둥어꼴뚜기라 한다. 성체는 30cm에 이르며 몸통 길이 절반 정도의 다리 8개와 20cm 가까운 촉완(觸腕) 한 쌍을 지니고 있다. 보통 명태와 같은 한류성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사실 난류성 어종이다. 낮에는 수심 깊은 곳에서 유영하며 밤에는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수심 약 30m까지 올라온다. 이때 어화(漁火)를 밝혀 낚시로 잡는다. 식용 오징어 대부분이 살오징어다.
갑오징어는 갑옷처럼 두른 뼈가 외투막에 숨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원래 오징어란 이름은 서해안에서 쉽게 볼 수 있던 갑오징어에 먼저 붙였다고 한다. 두툼하고 탄력 있는 육질과 담백한 맛으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 서남해안에선 고급 어종으로 친다. 괜히 ‘갑’이 아니다. 영화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것도 갑오징어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갑오징어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 적었다. 갑오징어 뼛가루를 상처에 뿌리면 피가 멎는다고 했다. 실제 지혈제로 쓰인다.
한치는 다리가 짧아 한치다. 다리가 한 치(一寸·약 3cm)에 불과하단 말인데 괜스레 점잖게 들린다. 원래 이름은 창오징어다. 제주에선 부드러운 한치를 오징어보다 값지게 취급한다. 식감이 더 차지고 쫀쫀하니 착 달라붙는다. 제주 속담 중에 “한치가 인절미면 오징어는 개떡”이라는 말도 있다.
제주 해역에는 귀한 무늬오징어도 있다. 흰오징어가 공식 명칭인데 낚시꾼들은 무늬오징어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갓 낚으면 번질번질하고 얼룩한 무늬가 뚜렷하게 보이는데 죽고 나면 하얗게 변한다. 낚시꾼 입장에선 신선한 무늬오징어가 맞는 말이다.
오징어는 중량 대비 영양가가 우수하다. 일단 소화 흡수가 좋은 고급 단백질이 가득하며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과 비타민 E, 아연, 오메가-3 지방산(DHA, EPA)을 풍부하게 함유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점을 제외하면 고단백 식품으로 닭가슴살 못지않다. 열량이 낮아 당뇨식으로 좋다.
오징어 먹물은 곧 사라지지만 오징어의 우수한 맛과 영양은 오래간다. 다만 오징어 자체가 명태처럼 연근해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간의 욕심 탓이다. 치어를 잡고 남획하면 우리를 떠난다. 제철 오징어의 맛을 떠올려보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서울의 유명 오징엇집
★오징어풍경 서울 무교동
오징어 전문점이다. 활오징어를 채 썰지 않고 너붓너붓 잘라내 찰떡처럼 차진 식감이 좋다. 어항 속 살아 있는 오징어가 씹을수록 단맛을 낸다. 가늘게 썬 오징어 살을 마늘과 함께 튀겨낸 오징어마늘칩은 찾아보기 힘든 별미다. 촉촉한 오징어에 바삭한 마늘칩이 섞여 조화를 이룬다.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 먹는 오징어불고기도 점심 식사로 많이 찾는다.
★향미
오징어가 매운맛을 만나 입맛을 살리는 것은 한식이나 중식이나 같은 원리다. 서울 연남동 화교 노포 향미의 메뉴 중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충칭오징어튀김이다. 충칭은 쓰촨성의 대도시. 매운 고추를 가늘게 썬 오징어와 함께 튀겨낸 음식이다. 홍고추와 풋고추, 청양고추 등 여러가지 고추를 잘라 부각처럼 바싹하게 튀겨내 매운맛과 함께 달달한 맛을 낸다.
★원조 두꺼비집 불오징어
푸짐한 오징어볶음을 즐기러 찾는 곳. 서울 연신내 먹자골목에 위치한 집으로 이미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름은 불오징어지만 직화도 아니고 맵지도 않다. 미나리, 쑥갓, 부추 등 제철 채소 중 한 가지와 양배추를 철판에 가득 올려 볶아먹는다. 따로 육수를 넣지 않아도 양배추 에서 나오는 달달한 물이 양념에 배어든다. 오징어 살에서 흘러나온 풍미 좋은 육즙도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배가 불러도 밥을 아니 볶을 수 없다. 양념을 빨아들인 밥이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으면 맛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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