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뒤 첫 주말인 11월 7일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 안이 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한겨레
단계적 일상회복 맞은 시민들 목소리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바뀐 뒤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사적 모임이 재개되고 ‘치맥(치킨+맥주)’과 팝콘을 먹으며 스포츠·영화 관람이 가능해졌고 결혼식장의 풍경도 예전을 닮아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당과 카페 등 생업시설에 적용되던 운영시간 제한 조치가 전면 해제한 것이다. 즉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방역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방역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했다면 더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 공감했다. 그래야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고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강력한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전환된 지 보름,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은 어떻게 단계적 일상회복 시대를 맞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40대 직장인 “모두 힘내서 다시 일상으로”
서울의 대표 업무지역인 광화문 거리는 유동인구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점심 시간 대 명찰 목걸이를 걸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인근 식당과 카페를 찾아가는 직장인들이 여럿 보였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마스크도 잘 쓰고 있고 다섯 모두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어요.” 카페에서 만난 장유리(45) 씨 일행은 행여나 오해를 살까 걱정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이어 “여럿이 커피 한 잔 하는 게 별일인 시대를 지나왔다”며 웃었다. 장 씨 일행은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이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전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훌쩍 넘겼잖아요. 걱정은 안 해요.”
저녁에도 광화문 일대에 온기가 감돈다. 그동안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으로 텅 비었던 식당에 손님들이 제법 들어 차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분위기를 타고 손님들이 늘고 있어요.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11월 1일부터 제한 인원이 10명까지 완화된데다 영업시간도 제한 없이 풀리면서 그간 쪼그라들었던 매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수현(55) 씨가 단계적 일상회복에 거는 기대다.
인근 순댓국집에서 만난 직장인 양동명(49) 씨는 기업의 단계적 일상회복 대응에 대해 들려줬다.
“정부가 단계별로 일상회복에 나서듯 우리도 서서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재택근무는 당분간 유지하려고요. 근무 시스템 정상화보다도 직원들 사기 진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강제적인 관계 단절로 위축된 답답함을 날려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10명까지 모일 수 있으니 팀별로 회식을 할 계획입니다. 모두 힘내서 다시 일상으로 나아가야지요.”
20대 대학생 “강의실서 교수님과 대면수업”
대학 캠퍼스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10월 25일을 전후로 대면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상당수 대학이 소규모 이론 강좌에 대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등교확대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대면수업을 하고 동기들과 같이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학교 주변 카페에서 우르르 모여 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해봐요.” 덕성여대 1학년 유혜림(21) 씨의 말이다. 예전 같으면 너무나 당연했을 대학생활을 ‘코로나 학번’인 신입생은 설렌다고 했다.
성결대학교 정민아(51) 교수는 “거의 2년간 임시적 생활형태로 살았다”며 “많은 이들이 원래의 일상을 그리워하고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실습 수업은 거의 대면으로 전환됐고 이론 수업 역시 대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인해 학교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는 김선영(20) 씨는 “아직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았고 델타 변이 같은 이종도 많이 나오고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방역 완화가 정말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환자가 급증해서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피로가 더 누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 만큼 방역수칙 준수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보건학을 전공하는 최유경(22) 씨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고 해서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모든 국민이 책임감과 자율성을 가지고 손씻기, 실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만 꿈꿔온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50대 택시기사 “수입 증대 효과 뚜렷”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이후 택시기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택시기사 한태평(50) 씨는 “이태원 홍대 등 서울 번화가에 야간 택시 이용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한 효과가 확실히 있습니다. 근래 20~30% 정도 수입이 늘었어요. 앞으로 단계적으로 더 완화되면 그 효과는 더욱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씨는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혹 손님들 중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되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생각한 건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승차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종식된 게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정부가 방역을 완화할 수록 시민들은 더 철저하게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등 참여방역이 중요합니다.”
한 씨는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라는 어둡고 긴 터널 속에서 힘겨운 사투의 시간을 보냈다. 그 긴 시간을 지치지 않고 모두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젠가 일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일상회복을 위해 함께 조금만 더 힘내보자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