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릴 때 식생활 최고 호사 갈/비/

2021.10.18 최신호 보기
▶고덕갈비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

어감이 비슷해서일까?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니 갈비가 떠오른다. 갈비는 소나 돼지 등 포유류와 가금류의 늑골뼈를 이르는 말이다. 실상은 그 뼈와 함께 붙은 고기를 통째 지칭하는 말이다. 옛말은 ‘가리’. 등뼈를 가리키는 배골(排骨)이 변형된 말이라고도 한다.
이름이야 어쨌든 우리나라 사람이 대대로 최고로 치는 식재료는 갈비였다. 여기서 갈비는 무조건 소갈비를 의미한다. 얼마나 좋았으면 갈비는 ‘먹는다’하지 않고 따로 ‘뜯는다’라는 전유 동사를 붙였을 정도다. 주로 국을 끓이고 찜을 해먹었다. 구이로 등장한 지는 얼마 안됐다.
갈비를 사용한 음식은 귀했다. 갈비찜은 ‘있는 집’ 차례상에나 올라갔고 혼례에 손님을 대접하는 갈비탕은 가히 국탕류 중 제왕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가든’이 등장하며 널리 알려진 갈비구이는 식생활의 호사 중 최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양념한 소갈비를 통째로 숯불에 구워먹는다는 것은 부와 권력이 없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탐식가들이 늘 하는 말 중 ‘뼈에 붙은 고기가 맛있다’는 얘기는 바로 갈비를 두고 한 말이다. 달콤 짭조름한 맛에 숯불향까지 가미된 갈비는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한식 요리로 해외 한식당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선 우리말 그대로 음차한 가루비(カルビ)로 통용되며 중국에선 파이구(排骨)로 불린다. 이름은 다르지만 방식은 우리 갈비구이의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소는 총 13쌍의 갈비뼈를 품고 있는데 구이로는 3번부터 8번, 9번부터 13번은 갈비찜용으로 판다. 1번은 특수부위(살치살)로 따로 떼내어 팔고 3~5번을 구이용이 아닌 두툼한 고급 갈비찜에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LA갈비는 무엇일까? 수입육 중 6~8번 뼈를 직각으로 썰어낸 갈비를 뜻한다. LA갈비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말이 많지만 아무래도 한미 간 정형 방식이 달라 생겨난 이름이란 설이 설득력 있다.
미국에선 보통 갈빗대를 직각 방향으로 자르는 프랑켄 스타일 립(Flanken Style Ribs)이 보편적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많이 사는 교포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져 LA갈비가 됐다.
갈비라 하면 기본적으로 소갈비를 말했지만 워낙 귀하고 값비싼 까닭에 우리나라 사람은 갈비 이름을 아무 재료에나 갖다붙였다. 역설적이게도 갈비가 대중화된 계기였다. 그나마 소갈비처럼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는 그나마 낫다. 전혀 비슷해보이지도 않는 닭갈비, 심지어 고등어를 구워놓고 고갈비라 우기기도 했다.
삼겹살을 떼고 나면 정작 갈비 부위에는 살이 얼마 없어 목살이나 앞다릿살을 붙인 돼지갈비까지 등장했으며 그나마 살점이 붙은 아래쪽을 사용한 등갈비(쪽갈비)도 전문점까지 생겨나며 인기를 모았다.
떡갈비도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갈아 섞은 것이다. 고기 부위 중 하나로 정형하기엔 너무 비싼 부위 대신 잡고기를 갈아 뼈에 붙여낸 것이 떡갈비다. 햄버거 패티 같은 구성이다. 지금은 외려 맛있는 고기요리로 각광받고 있다. 광주 송정과 전남 담양이 떡갈비로 유명하다.
최고의 외식거리, 갈비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사랑받고 있다. 만산에 홍엽이요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요로운 시절, 향긋한 숯내 피어오르는 갈비구이 한 점에 가을도 미각도 한없이 깊어간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전국의 유명 갈비집
★송도갈비
인천 송도에 유원지 시절부터 유명세를 탔던 ‘송도갈비’가 있다. 손에 잡고 뜯기 좋은 크기로 뼈째 잘라낸 양념갈비다. 그리 달지않고 간장과 과일 만으로 재워낸 양념소갈비다. 숯불에 올리면 간장이 타들어가며 구수하고 달큼한 불향을 낸다. 잡채와 가지튀김, 생선 등 곁들인 찬도 어느 하나 남길게 없다. 양념육이 싫다면 생갈비와 꽃등심도 있다.
★조선옥
서울 을지로에서 60년 이상 대대로 소갈비를 구워 파는 노포. 그야말로 옛날식이다. 식탁에 불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념한 소갈비를 주방에서 구워 접시에 담아 내온다. 숯불향이 깃든 양념소갈비 맛 또한 딱 예전의 그맛이다. 곁들여내는 무국도 맛이 참 좋다.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
부산에서 갈빗집하면 늘 꼽히는 집이다. 분위기 좋은 한옥에 상태 좋은 고기를 내기로 소문났다. 칼집을 제대로 낸 갈빗살에 진간장 양념을 슬쩍 한 양념갈비 구이가 이집의 대표부위다. 숯을 가득 담은 화로 위 무쇠번철에 구워낸다. 사리와 된장도 맛있다. 사리는 갈비 국물에 익힌 감자면을 이른다.
★을지로 성원식품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에 LA갈비 골목이 있다. 조그만 가게집에서 LA갈비와 각종 안주류를 내걸고 판다. 수입육이지만 그래도 소고기인데 삼겹살 가격과 비슷하다. 양념에 재웠다 부드럽게 구워낸 LA갈비를 따로 구워 접시째 담아준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고기 맛을 살짝 살려주는 정도다.
★예산 고덕갈비
충남 예산에 갈비구이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2대째 슴슴한 양념에 재워 구워내는 커다란 한우 갈빗대가 참 맛이 좋았던지 전국적 유명세를 얻었다. 크게 도려내고 양념도 전통식이다. 수도 없이 움직인 칼이, 질긴 부위는 여들여들 씹히도록 도와주고 두꺼운 살코기 속으로 불 향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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