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레바논전에서 황희찬이 공격하고 있다.
두 개의 ‘한국 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떴다. 바로 황희찬(25·울버햄프턴) 효과다. 이미 EPL 무대를 점령한 손흥민(29·토트넘)의 뒤를 이어 황희찬이 힘차게 포효하면서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됐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 축구의 간판 공격수다. 황소의 저돌성과 속도는 황희찬의 최대 강점이다. 시즌 초반 이적해 정규리그 출장 횟수가 9월 말까지 3회에 불과하지만 데뷔전이었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왓퍼드전에서 교체 투입돼 데뷔골을 넣는 등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월 23일 카라바오컵 대회 32강 토트넘전(2-2)에서는 손흥민과 3년 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형제 대결’도 벌였다. 황희찬은 선발로 출장해 전 경기를 뛰면서 2-2 동점골의 연결 구실을 했고 승부차기에서는 1번 선수로 자기 몫을 다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배해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황희찬은 빠르게 잉글랜드 축구에 녹아들고 있다.
사실 황희찬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재도약해야 하는 처지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은 엘링 홀란드(도르트문트), 미나미노 다쿠미(리버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팀을 리그 최강으로 만들었다. 홀란드는 속도와 힘을 앞세워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뒤 한층 더 성장했고 미나미노도 두뇌와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했다. 미나미노는 지난 시즌 중 사우샘프턴에 임대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시즌 리버풀에 복귀해 컵대회 두 골로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9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이라크전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또 하나의 볼거리 ‘형제 대결’
황희찬의 경우 잘츠부르크 시절 분데스리가 진출 타진을 위해 2부 함부르크에서 임대 생활을 한 바 있고 2020~2021시즌 라이프치히로 옮기면서 분데스리가 1부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아래서 많은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고 코로나19까지 걸리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1년 임대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잘츠부르크 시절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통해 잠재력을 드러낸 바 있는 황희찬은 브루노 라즈 울버햄프턴 감독 아래서 많은 출장 기회를 얻었다. 9월 26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원정 사우샘프턴의 경기에서는 정규리그 첫 선발출장으로 팀 승리(1-0)를 거들었다.
프리미어리그의 한국인 맏형으로 일곱 시즌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은 변함없는 팀의 핵심 공격수다. 팀의 주포인 해리 케인이 시즌 직전 이적 의사를 표명했다가 잔류하면서 토트넘 팬들과 관계가 서먹해진 반면, 손흥민은 구단뿐 아니라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손흥민은 9월 27일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1-3패)에서 팀의 유일한 골을 넣었다. 개막 이후 득점력 빈곤을 겪고 있는 케인과 달리 손흥민은 리그 6경기에서 뽑아낸 팀의 4골 가운데 3골을 해결하면서 공격 선봉 구실을 했다.
다만 지난 시즌보다 팀 득점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케인과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부담스럽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감독은 리그 초반 3연승 뒤 3연패로 경질설에 시달리는 등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게리 네빌은 토트넘이 아스널에 진 뒤 “케인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뭔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벤투호 공격 전술의 핵심
토트넘 팬들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소집된 손흥민의 몸 상태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프리미어리그 황희찬과 손흥민은 대표팀 안에서도 벤투 공격 전술의 중추다. 황희찬은 9월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레바논과 경기에서는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벤투호의 첫 승리를 거들었다. 손흥민은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전 무승부 뒤 근육 부상으로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는데 우리나라의 월드컵 본선 여정에서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절대적이다.
벤투호는 유럽파에 많이 의존하는데 프랑스 리그1에서 뛰는 황의조(29·보르도)의 득점포가 살아난 것은 다행이다. 황의조는 9월 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경기에서 부진했고 종아리 부상까지 겪었지만 9월 19일 리그에서 생테티엔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9월 23일 몽펠리에 원정 무승부(3-3) 때도 전반에 골을 넣었다.
분데스리가 1부의 이재성(29·마인츠)이 팀 내 주전 경쟁에 가세했고 ‘괴물 수비수’ 김민재(25·페네르바체)도 터키 쉬페르리그에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붙박이 자리를 굳혔다. 이들 유럽파는 벤투호의 10월 월드컵 최종예선 3차 시리아전, 4차 이란전에서 불꽃 활약을 펼쳐야 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검증된 선수여서 프리미어리그라는 큰 무대에서도 적응하고 더 성장할 수 있다. 정점에 이른 손흥민과 패기 넘치는 황희찬의 프리미어리그 활약은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대표팀 전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