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안보+전세계 백신 불평등 해소 기여”

2021.08.16 최신호 보기
▶경기 성남시 소재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모습│청와대사진기자단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정부가 2025년까지 백신 세계 5대 강국 달성을 목표로 한 것은 국내의 우수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백신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전 세계 백신 생산 기지로 발돋음하고 나아가 국내 공급을 넘어 전 세계 백신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신종 감염병의 출현이 잦아지는 등 글로벌 백신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자국 내 백신 생산 여부는 보건 안보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8월 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백신 5대 강국 도약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2조 2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영국·러시아·중국에 이어 5번째로 코로나19 상용 백신 개발국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2020년 세계 9위에 머물고 있는 백신시장 점유율을 2025년에는 세계 5위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전세계 코로나19 대유행 종식에 기여하고 의약품 수출도 2025년 364억 달러(2020년 84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대량자료(빅데이터) 기업인 ‘아이큐비아’는 2015년 167억 달러였던 글로벌 백신시장 규모가 2019년 228억 달러로 8.1% 성장했고 2028년에는 10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대회에서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은 백신이지만 세계적인 백신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백신 보급의 국가별 격차가 심각하다”며 “문제의 근본 해법은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대한민국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숙련된 인적자원 보유, 개발역량 높아
우리나라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역량은 높다. 국내 백신 생산능력은 2021년 12억 회 접종분(회분)에 이르며 2022년에는 17억 회분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숙련된 노동자가 있고 원부자재 개발역량도 높다. 반면 바이오 기술력은 미국의 75% 수준으로 여전히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미국이 58.5%인 데 반해 1.5%에 그친다. 국내 예방접종 백신 28종 중 14종 만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해외의존이 높은 것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도 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화이자 등 다양한 백신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제약사의 사정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최소 11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백신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미국·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 집단면역을 앞당기기 위해 백신 추가접종을 추진하는 등 국가 이기주의도 배제할 수 없다.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호흡기 질환인 사스가 2002년 발병한 이후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이 백신이 연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2022년 상반기 개발 완료와 상용화’라는 수정된 목표를 제시했다. 이강호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장은 “백신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정부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지만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으로 일정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GBP510의 임상 3상 승인과 관련해 “국산 1호 백신이 탄생해 상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임상 시험이 신속하게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2차 추경 720억 원 활용 백신 선구매
국내에는 현재 7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실험을 진행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합성항원 방식으로 임상 2상 중이며 12월에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DNA 기반 백신 임상을 진행중이며 셀리드·큐라티스·HK이노엔도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 기업들은 국내에선 코로나19 환자가 적어 3상 시험을 외국에서 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을 어려움으로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1667억 원을 임상 3상에 지원하고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720억 원을 활용해 개발 성공이 예상되는 백신을 선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1조 원 규모의 임상시험 정책 펀드도 2022년에 조성된다.
정부는 국산 1호 백신개발을 위해 임상 3상 전에는 승인기간을 단축하는 등 신속 진입을 지원하고 임상 3상 후에는 조기 마무리할 수 있도록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임상 승인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절반으로 단축하고 그동안 기관별로 임상시험심사를 받던 것을 다기관통합심사로 개선함으로써 심사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또 국가 주도의 검체분석 지원을 통해 민간의 부족한 검체 분석 역량을 보완한다. 일반 참여자 모집 지원을 위해 온·오프라인 홍보를 확대하고 임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문화시설 관람료 할인 등 각종 참여유인도 제공하고 있다.
백신 원부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한미간 수요-공급 기업 연계 등 협력을 추진하고 글로벌 백신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기업간 접촉·협력을 지원한다. 미국 외 영국·독일·캐나다·호주 등과 협력도 강화해 국가간 협력파트너십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은 국내 기술력이 부족해 이른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선 큐라티스가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은 6월 mRNA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과 특허 분석과 회피 전략 수립을 함께하고 세제 혜택 강화, 원부자재 국산화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월 말부터 모더나 엠아르엔에이 백신의 완제품 시생산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번 기회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백신 허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민관합동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를 충실히 뒷받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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