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 열린 고궁음악회 특별공연 <고궁의 숲, 무용을 만나다>에서 한국의집 예술단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한겨레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부가 상반기 목표로 삼았던 1300만 명 접종을 조기 달성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6월 1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2시 30분 현재 예방접종 1차 접종자가 13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이 1회 이상 접종을 하는 25% 접종률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접종 목표를 보름 앞당겨 달성한 것으로 2021년 초 높았던 불안감으로 나온 백신 관련 논란이 무색할 만한 성과다. 7월 1일 0시 현재 1차 접종 완료자는 1533만 명으로 전 국민의 30%에 달한다. 실제 접종을 마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접종에 참여했고 접종 이후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앞으로 어떤 기대를 할까? 접종을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자들 목소리
“순리라 생각해서” “집단면역 앞당기고자”
“접종을 받고 나니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다. 무증상 감염자가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늘 조마조마했는데 1차 백신을 맞으니 안심이다.”
60대 이재형 씨는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가!”라며 1차 예방접종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6월 8일 접종한 그는 “고령층에게 코로나19 감염은 특히 치명적이라고 들었다”며 “100세 시대에 내가 고령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접종 순서가 왔으니 열 일 제쳐놓고 접종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접종계획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임해야 11월 이전으로 집단면역을 앞당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이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이뤄 하루빨리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바람으로 적극적으로 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그 마음엔 가깝게는 가족과 이웃, 넓게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뜻도 담겨 있다.
50대 최병용 씨는 얼마 전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소식에 동네 5개 병원에 대기자로 등록하고 네이버와 카카오에 뜨는 잔여백신 알림에 이른바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해 접종을 마쳤다. 그 역시 “‘가장 좋은 백신은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이라는 마음으로 백신을 맞아야 정부의 목표대로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백신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말했다.
30대 박하나 씨도 잔여백신을 접종했다. 그는 “자영업을 하는 직계가족들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하루빨리 백신을 맞아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병원으로 향했다”며 “다음 주 가족들이 예방접종을 시작하면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모일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된다”고 전했다.
80대 이태균 씨는 “접종하면 자식·손주들 보는 데 부담이 줄어들 것 아닌가. 이제 마음 놓고 손주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맞았다”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6월 18일 서울시립성북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마친 어르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면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국민과 의료진 덕분에” 목표 조기 달성
정부는 상반기 접종 목표 조기 달성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국민을 비롯해 현장의 방역요원, 의료진 등의 공을 꼽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상반기 목표 달성은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국민과 보건의료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국민 여러분과 방역요원, 공무원, 의료진 등 관계자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에 따른 예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75세 이상 어르신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는 6월 넷째 주 2.3명까지 줄어들었다. 3차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다섯째 주에 10만 명당 1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략 반년 만에 감염 수준이 85%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예방접종은 2월 26일 처음 시작돼 6월 넷째 주까지 1차 예방접종률이 90%에 이른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예방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감염 발생이 감소하는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 예방접종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백신 혜택 추진 보며 “보람 느껴요”
상반기 예방접종 목표 조기 달성 등 소식과 함께 백신 효과가 나오면서 시민들은 보람을 느끼는 분위기다. 접종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발맞춰 정부가 접종자에 대한 방역수칙을 완화하고 각종 혜택까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고무되고 있다. 특히 6월부터 노인복지관, 경로당, 지역주민센터 등이 프로그램 운영을 재개하자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은 활기를 찾고 있다. 조소영 씨는 “가족 내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분들을 만나지 못하고 노인복지관도 잠정 중단됨에 따라 이웃들과 수다 떠는 시간조차 사라졌다고 우울해하셨다”며 “6월 초 드디어 접종을 받으셨고 이후 이웃 주민들과도 훨씬 편하게 만나고 계신다”고 말했다.
정부가 7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접종자 사이에선 가족 간 만남 등 일상 회복을 향한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 지침에 따라 7월부터 5단계로 운영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조정돼 1단계에서는 사적 모임에 인원 제한이 없어졌다. 접종을 마친 72세 이정화 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는 걸 보고 내가 접종에 참여한 것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보람차다”고 말했다.
성과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방역수칙 강조
과거 어머니 생신 때 형제들과 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던 최병용 씨는 가족들을 다시 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는 “우리 식구는 올여름에 다시 모일 기쁨에 들떠 있다”며 “60대인 형과 형수는 1차 접종을 완료했고 50대인 우리 부부까지 접종을 완료하면 7월 이후부터 직계가족 모임 혜택을 받는다”며 기뻐했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접종에 참여한 덕분에 함께 이룰 수 있었던 지금의 성과가 한순간 무너질까 싶어 방역수칙 등을 강조하는 시민들도 있다. 박하나 씨는 “접종 후에도 감염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실내 마스크 착용은 미접종자에 대한 최후의 보호 수단이므로 국민 70%가 예방접종을 마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 다 같이 접종에 동참해 하루빨리 그리웠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7월부터 50대 이하 청장년층에 대한 접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7월에는 50대 장년층과 대입 수험생 및 교직원, 60~74세 미접종자 등에게 우선 접종하되 18~49세는 8월부터 사전예약 순서에 따라 접종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6월 17일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 3분기 중 2200만 명 접종으로 9월 말까지 전 국민 70% 이상인 3600만 명의 1차 접종을 신속히 완료해 10월 집단면역 형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
접종 받으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접종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혜택도 다양하다. 우선 정부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1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7월엔 좀 더 진일보한 방역완화 조치를 시행한다. 예방접종 완료자라면 사적 모임 인원 기준(5명 또는 9명 등)에서 제외돼 소모임이나 추석 명절의 가족 모임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1차 접종자와 예방접종 완료자 경우에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공원,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서는 마스크 없이 산책이나 운동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단 실외라 하더라도 다수가 모이는 집회·행사의 경우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유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예방접종자를 대상으로 템플스테이(사찰 체험) 이용 할인,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등 문화재 특별 관람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기업과 노동자가 휴가비를 적립하면 정부가 국내 여행 경비를 추가 지원하는 사업인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참여자 가운데 예방접종자에 대해 추가 포인트, 상품권, 경품 등의 이벤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진행하는 할인 혜택도 있다. 음식점, 이·미용실, 목욕탕 등을 운영하는 경기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에게 자발적으로 음식값·이용요금을 할인해주는 ‘민간 주도 수원형 인센티브 사업’을 7~8월 두 달 동안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 업소는 입구에 ‘수원시민 만 60세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신 분께 요금을 할인해드린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게시한다.
전남 여수시는 접종(1차 포함)을 마친 시민을 대상으로 농기계 임대료 추가 할인, 도서대출 반납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9월 30일까지 여천전남병원, 여수전남병원, 여수제일병원, 여수한국병원 등에서 종합건강검진을 할 때 30만 원 이상 결제하면 10% 할인도 해준다. 한편 해남군은 7∼8월을 코로나프리 여행 특별주간으로 정하고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관광객들에게 1명당 5만 원의 특별 혜택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