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 연구원이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국제백신연구소
상반기 접종 목표 조기 달성 의미와 전망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여러 외신을 종합하면 전 세계에서 6월 23일까지 30억 회분 가까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이뤄졌고 우리나라는 접종 규모에서 20위권에 진입했다. 6월 24일 0시 기준으로 1차 접종자가 1515만 121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우리나라는 6월 15일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1회 이상 접종자가 1300만 497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5.3%를 넘었다. 2월 26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원자·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처음 시작한 지 110일만으로 당초 정부가 발표한 상반기 접종계획 목표(1차 접종자 1300만 명 이상) 달성을 2주가량 앞당겼다.
4~5월까지만 해도 ‘상반기 1300만 명 접종’은 어려울 것이라는 논란과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성숙한 국민의식과 탄탄한 보건행정, 의료 인프라(기반), 발달한 정보기술(IT) 융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접종을 확대하고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고 11월에는 2차 접종까지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공감>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접종이 확대되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또 상반기에 예방접종 목표를 초과 달성하게 된 배경으로 “잔여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의 열풍과 원활한 백신 공급” 등을 꼽았다. 그는 또 “점차 국민 다수가 접종을 받음에 따라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신뢰가 증가한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송 사무차장은 “정부가 예방접종자에 대한 ‘집합금지 인원 예외 적용’ 등 각종 인센티브(보상) 제공을 구체화하고 곧바로 적용하기로 한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접종 추세를 보면 백신 공급만 계획대로 된다면 9월 말까지 3600만 명 접종 목표도 조기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 아래 1997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다. 전 세계 보건을 위해 새로운 백신 개발·보급, 예방접종에 전념한다. 설립 당시부터 우리나라가 본부를 유치해 현재 서울대학교 안에 연구소를 뒀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파견된 170여 명의 연구인력이 일한다.
상반기 예방접종 목표 초과 달성의 배경과 의미, 전망을 송만기 사무차장을 비롯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 권준욱 방대본 2부본부장,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대외협력총괄반장 등의 발언을 종합해 알아본다.
-우리나라 예방접종 속도에 대한 평가는?
=상반기에 고위험군 어르신들의 감염 발생률과 치명률이 떨어지고 요양병원이나 의료기관의 집단감염이 줄어드는 등 예방접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예방접종에 헌신하는 보건소, 예방접종센터, 위탁의료기관에 감사드린다. 9월 말까지 아직 남은 22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안전하고 신속하고 세심하게 완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50대 장년층부터 집단면역을 빠르게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2학기 전면 등교와 안전한 대학 입시에 대비해 교직원·수험생 접종에도 만전을 다하겠다. 다가오는 3분기(7~9월)의 3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현재 접종 수준은 접종자를 중심으로 감염과 사망을 줄일 수는 있으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사회 전체가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할 때까지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예방접종 효과는?
=예방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확진자 발생이 크게 줄고 있다. 4월 3주차 이후에 환자 발생이 급격히 감소했다. 예방접종률 90%에 도달한 6월 2주차에는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이 2.3명으로 줄었다. 예방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환자 발생이 감소하는 추이가 뚜렷하다. 예방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1회 이상 예방접종을 받은 분들의 감염 예방효과는 84%(아스트라제네카 78.9%, 화이자 86.6%)로 확인됐다. 사망 예방효과는 100%로 분석됐다. 위험시설인 의료기관·요양병원·요양시설·정신병원 같은 집단생활시설에 대한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돼 최근 병·의원이나 시설을 통한 집단발병은 많이 줄었고 위중·중증 사례도 150명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규모를 줄이려면 9월까지 적어도 70% 정도 1차 접종이 진행돼야 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방역 관계자들이 6월 18일 대방주공2단지 경로당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동작구는 6월 21일부터 임시 휴관 중인 경로당 140곳의 운영을 재개했다.│동작구
-‘상반기 1300만 명 접종’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접종 이상반응 및 후유증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었던 건 국민과 방역요원, 공무원, 의료진 등 관계자들의 노고 덕분이다. 우리는 성숙한 국민의식과 탄탄한 행정, 의료 인프라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접종을 확대하고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접종 후 항체 형성 등을 통해 개인별로 방어 효과가 나타나려면 2주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접종이 주는 안도감으로 개인의 방역수칙과 위생수칙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예방접종 목표 달성의 의미는?
=국가별로 보면 접종 진행 상황과 코로나19 발생이 꼭 반비례하는 모습은 아니다. 즉 접종이 빨리, 많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여전히 유행하거나 되레 증가하는 나라도 있다. 중동, 중남미,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그런 사례가 관찰된다. 우리나라는 접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고 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기초재생산지수(감염병 전파 속도로 감염자가 없는 인구집단에 처음으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첫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의 수)가 다른 나라보다 낮은 데다 국민이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이후 접종 일정은?
=3분기 중 2200만 명 접종으로 9월 말까지 누적 3600만 명의 1차 접종을 신속하게 완료하겠다. 여름방학 중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교직원 접종(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마쳐 학교를 출발점으로 일상 회복을 본격화하고 수험생 접종으로 안전한 대입준비를 지원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도를 고려해 50대는 7~8월 중 우선 접종을 추진하겠다. 거동이 불편한 재가 노인 및 재가 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 노숙인 같이 예약과 접종기관 내원이 어려운 접종 사각지대에 대한 맞춤형 계획을 마련하겠다. 예방접종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화이자·모더나의 위탁의료기관 접종 시행으로 접종 역량을 확대하겠다. 지자체 자율접종, 사업체 자체접종 등 접종 편의를 도모하겠다. 예방접종 목표와 방역조치 수준을 연계해 접종률을 높이고 접종과 방역의 선순환을 도모하겠다.
-앞으로 백신 종류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나?
=하반기에 백신 종류가 다양화되지만 원칙적으로는 본인이 특정한 백신을 선택해 접종하기보다 대상자별로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40대에서 18세까지는 8월부터 매주 또는 1~2주 단위로 들어오는 백신 종류·물량에 따라 그 기간에 예약받는 식으로 9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직접적으로 어떤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잔여백신처럼 간접적으로 또는 일부 예외적으로 백신을 선택해 접종할 방안들은 마련돼 있다. 특히 3분기에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할 백신 신청이 곧 시작된다. 예방접종추진단은 하반기 국내에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위탁의료기관을 통한 다종 백신 운영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체 위탁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등 접종하는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3분기에 신속하게 예방접종이 시행되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위협적인데 접종으로 예방되는지?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형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가 많다. 현재까지 과학적 분석 결과를 보면 2회 접종을 완료하면 이 변이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효과가 매우 높다. 1회 접종 시에는 방어 효과가 충분치 않았지만 2회 접종 시 예방효과는 60~88%로 나타났다. 입원 같은 중증의 방지 효과는 92~96%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런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격리에 중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2회 예방접종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철저히 받는 것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효과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 우려는?
=과거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예방접종 대상이다. 다만 환자가 만약 항체치료제나 혈장치료를 받았을 경우 이를 통해 투입된 항체들이 간섭효과로 백신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종료 후 90일 이후에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재감염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규모 자체가 큰 건 아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