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가 5월 15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 8초0 4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신기록을 세운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우리나라 수영이 오랜만에 올림픽 메달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대형 신인 황선우(18·서울체고) 덕분이다. 고교생인 황선우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올림픽 메달권에 해당하는 기록을 써냈다. 키 186cm에 몸무게 72kg으로 신체 조건도 좋다. 무엇보다 빠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대회 출전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내며 스스로 세운 국내외 신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우고 있다. 현장에서는 “박태환을 넘어설 것이다.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세의 ‘기록 제조기’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황선우는 5월 16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1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 출전해 1분44초96으로 세계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2016 리우올림픽 기준으로 은메달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종전 세계주니어 신기록은 자신이 2020년 11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세웠던 기록(1분45초92)이다. 6개월 만에 0.96초를 단축한 것이다. 앞서 2020년 10월 김천에서 열린 전국수영대회에서 1분46초31를 기록했던 황선우는 매 대회 기록을 단축하며 어느새 박태환이 2010년 세운 자유형 200m 우리나라 최고 기록(1분44초80)에도 0.16초 차이까지 따라붙었다.
자유형 100m에서도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황선우는 5월 15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8초04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신기록을 세웠다. 2020년 11월 대회에서 박태환이 2014년 세웠던 우리나라 최고 기록(48초42)를 깨고 신기록을 작성한 뒤 6개월 만에 다시 0.21초를 앞당기며 자신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런 기세라면 황선우가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유형 100m는 그간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극복 불가능한 영역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최고 수영 선수였던 박태환도 올림픽에서 100m 결승 무대에는 선 적이 없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황선우가 세운 이번 기록은 2016 리우올림픽 기준 자유형 100m 결승 7위의 기록이다. 도쿄올림픽에서 8명까지 결승에 진출하는 만큼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100m 결승 진출도 가능하다. 황선우도 100m 신기록 작성 뒤 “47초대도 생각했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이번 대회로 황선우는 우리나라의 수영 유망주로 우뚝 섰다. 자유형 100m와 200m 올림픽 자격 기록도 모두 넘어서며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애초 이정훈 경영대표팀 감독은 황선우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야 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황선우는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주며 두 종목에서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췄다. 우리나라 선수가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모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건 박태환 이후 처음이다.
▶4월 14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G-100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황선우│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국제 무대 경험 부족 극복이 과제
다만 황선우에게도 약점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대회가 대부분 취소되며 국제 무대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 선수들과 맞붙어야 하는 올림픽은 심리적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황선우가 올림픽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올림픽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자신이 매번 1위를 차지했던 국내 무대와 달리 세계 수준의 경쟁자들이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록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간 황선우는 자유형 200m 경기 중 100∼150m 구간에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여 왔는데 올림픽에선 수준 높은 경쟁자의 존재 덕분에 이 구간 기록에서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도쿄올림픽 결과에 상관없이 올림픽 참가 경험은 앞으로 황선우에게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직 18세. 그는 이제 막 출발선 앞에 섰다. 이번 대회로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거듭날 수 있다. 수영계에서는 황선우가 2032년 올림픽까지 출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메달과 기록을 성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새로운 스타 등장에 우리나라 수영도 활력을 찾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팀 분위기도 좋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계영 800m 남자부와 여자부 출전권을 모두 확보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계영 800m에 나서는 건 남녀 모두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이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건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불었던 수영 열풍 속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다시금 우리나라 수영의 전성기를 이끄는 모양새다. 이들이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올림픽을 꿈꿨듯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꿈을 심어줄 수 있을까? 오늘도 충북 진천선수촌의 국가대표 훈련장에는 푸른 물보라가 일고 있다.
이준희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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