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물량 공세 주택시장 안정화 이끈다

2021.02.22 최신호 보기

▶2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의미는?
정부가 2월 4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서울 등 대도시권에 주택공급을 ‘쇼크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정부·지방자치단체·공기업이 주도해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 6000호(서울 32만 3000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안이다.
이번 대책안대로 주택공급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주거복지로드맵’과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호 공급계획과 합쳐 약 200만 호 이상이 공급된다. 서울에만 분당 신도시 3배 수준, 강남 3구의 아파트를 합친 것과 맞먹는 32만 3000호가 확대된다. 인천·경기에는 29만 3000호, 5대 광역시에는 22만 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예상을 웃도는 주택 물량을 쏟아부어 “공급이 부족하다”는 여론을 잠재우고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심리를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의 공급물량 83만 호는 연간 전국 주택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며, 서울시에 공급하는 32만 호는 서울시 주택 재고량의 10%에 달하는 소위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막대한 수준의 주택공급 확대는 주택시장의 확고한 안정세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불안심리 해소를 위해 추가적인 주택공급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도심 내 충분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을 발표한 2월 4일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 단독주택 밀집지역 모습│한겨레

“부동산시장 빠른 안정 및 집값 하락 전망”
이번 공급 대책을 통해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주택시장이 안정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교보증권 백광제 수석연구원은 분석 보고서에서 “발표 수치상으로는 공급불안 해소 수준이 아니라 일시에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 발표”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토지수용이 필요하고, 멸실 및 이주 수요 발생이 불가피하며, 5년 내 입주한다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성공적인 정비사업과 역세권 복합사업 토지확보를 이끌어낸다면 이번 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올라 시장심리가 반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백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의구심만 해소된다면 기존 대책을 통한 고가주택 수익률 악화, 공급과잉 가능성 증가, 장기 금리인상 가능성 증가 등으로 부동산시장은 빠른 안정 혹은 가격 하락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4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재개발·재건축,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도시재생 등으로 이뤄진다. 새로운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보다는 도심 내 토지를 수용하고 신규 사업(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 토지 소유주와 합의, 세입자·영세상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토지주에게는 기존에 생각했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인허가·개발비용·주택경기 변동 등 모든 위험을 공공이 부담한다. 개발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토지주에게는 분담금 없는 주택을, 오랜 기간 같은 장소에서 장사해온 상인에게는 새 건물로 재정착할 기회를, 다가구주택 월세 수입에 의존하는 어르신에게는 매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리츠 주식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새로 도입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3년 한시)은 노후·슬럼화, 비효율적 부지이용 등에도 불구하고 적정 개발수단 없이 방치 중인 역세권·준공업지·저층주거지 등을 정비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주민 동의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분양계획 등을 주도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는 제도다. 민간이 주도하는 기존 정비사업의 사업기간이 평균 13년 이상이었다면, 공공이 주도해 사업기간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토지주 참여 위해 규제 완화 및 개발이익 공유
정부는 토지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개발이익 공유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용적률과 층수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과 함께한다면 과도한 기부채납을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받지 않는다. 국토부는 조합원에게 기존 정비계획 대비 10~30%포인트의 추가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발생하는 수입을 모두 공익상 목적으로만 사용하므로 과감한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규제 완화와 사업기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토지주에 대한 충분한 수익, 세입자·영세상인의 안정된 삶, 생활인프라 확충, 지역사회 정주여건 개선 등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고령 다가구 임대인, 실경영 상가주·공장주 등이 개발사업으로 생계수단을 상실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별도의 생계대책을 지원하고, 세입자 이주비 지급 및 이주공간을 안내한다. 영세상인에겐 건설 기간에 임시 영업시설을 지원하고, 신축 아파트·상가 재정착도 지원한다.
개발이익 공유비율 등은 사업장 여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지만 공익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업장의 총 사업수익이 1000억 원인 경우를 예로 든다면 토지소유자 추가수익 보장에 300억 원, 생활인프라 확충에 200억 원을 지출한다. 개발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거주자 등 특수상황 토지소유자 지원에도 250억 원이 쓰인다. 세입자 및 영세상인 지원에 150억 원, 공공자가·임대 등에 100억 원이 투입되는 등 사업장 수익 1000억 원이 전부 공익 목적으로 사용된다.



강력한 대책으로 투기 거래 원천적 차단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역의 투기를 막기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경우 2월 4일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취득한 사람에게는 주택 등 우선공급권(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다. 대책발표 이후 지분 변동, 다세대 신축 등을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때도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다. 또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10~20% 이상 상승한 곳은 공공개발 대상지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을 호재로 삼아 공공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성행할 수 있는 투기성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정부의 현금청산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사업 예정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제한을 두면 집주인들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매수자들이 도심권 노후 주택·상가 등의 매수를 꺼리면, 이사 가려는 집주인들이 거래 실종으로 처분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개발지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일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위헌성이 없으며, 주택 관련 보상실무나 법원의 판례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금청산에 대해 강행 의지를 보이는 것은 도심 공공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상 지역의 집값과 땅값 안정이 필수기 때문이다. 도심 공공개발 사업은 토지 소유자가 장래 부담할 신축 아파트·상가 값을 기존 자산(집·땅)으로 현물 선납하며 정산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토지 소유자 부담은 줄고 공공사업자의 사업비 부담은 커진다.

“주거 불안 없게 매입임대주택 사업 발전시킬것”
부동산 업계에서는 도심 공공개발 지역에서 주택 등을 매입한 사람이 나중에 현금청산을 받는다고 해도 재산권 침해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현금청산 기준이 통상 시세의 90% 안팎인 감정가지만, 매입가격보다 공공개발이 확정된 시점의 감정가격이 높아질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입법과정에서 공공개발 사업 예정지역 내 부동산을 상속받아 취득하는 등 일부 선의의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예외규정이 도입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2·4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초점을 분양주택 공급에 맞추면서 서민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주택은 주거취약계층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2021년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의 주거안정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을 역대 최대 규모인 4만 5000호 공급할 예정이다. 2020년 공급 실적인 2만 8000호 대비 60% 이상 증가한 물량이다.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기존 주택 등을 매입해 개·보수 또는 리모델링한 뒤 입주자에게 싸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정수호 국토부 공공주택지원과장은 “주거가 불안해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고, 신혼부부가 출산을 포기하고, 어르신이 이사를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지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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