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 | 한겨레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 등으로 장기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도 촉진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재개발 사업은 여러 가지 도시계획 규제 아래 조합(주민)에 의한 자체 자금조달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돼 어려움이 많았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가장 현실적인 공급 대안인 재개발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수급 불균형에 의한 주택 가격 오름세가 확대돼왔다.
이제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통해 도심 주택공급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상업지역과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도심권 재개발 사업은 그동안 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장애 요인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재개발 도입을 발표한 이후 관심이 증가해 2020년도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70곳이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서울 흑석2구역 등 8곳이 선정됐다.
시장에서는 공공재개발 방식이 기존 조합 방식과 비교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공공이 사업에 개입해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하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하고, 공공성만 강조해 사업성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고민이 된다.
사업성과 분양성 확보로 재개발 사업 활력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재개발 사업은 일반 재개발 사업보다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도시 규제를 완화해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이고,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기부채납비율도 50%에서 20~50%로 조정했다. 둘째,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완화해 사업성을 보장한다. 셋째, 기금으로 사업비와 이주비를 저리로 융자하고 기반 시설과 생활사회간접자본(SOC) 조성 비용도 지원한다. 넷째,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위해 사업 관련 심의 절차도 간소화한다.
이러한 혜택은 기존 조합 방식에 의한 일반 재개발 사업에서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 했던 내용이다. 실제로 서울 모 재개발 구역을 대상으로 공공재개발 조건을 부여해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일반 재개발 사업으로 추진할 때보다 사업성이 두 배 이상 향상돼, 조합원 평균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오히려 환급받을 수 있는 사업 여건으로 바뀐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사업지별로 다르게 나올 수 있으나 사업성과 분양성뿐 아니라 공공성도 확보돼 여러 면에서 정책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은 주민 분담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이다.
사업성이 안 좋은 구역은 주민 분담금이 수억 원씩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공공재개발 사업 방식은 그동안 도시 내 주택공급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사업 장애 요인으로 정체됐던 재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이드라인 마련해 주민 기대 저버리지 말아야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에도 최근 가장 관심 지역이었던 흑석2구역에서 공공재개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된 이유는 정부 발표와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용적률 혜택과 층고 제한 강화, 분양가 제한 등으로 일반 재개발 사업보다 사업성이 그다지 낫지 않다는 얘기다.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초기 단계의 진통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갈등 양산으로 공공재개발 사업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아무리 공공이 개입해 사업을 촉진한다고 해도 조합원의 결의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
사전에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재개발 사업 결정 단계에서 일반 재개발로 추진했을 때와 공공재개발로 추진할 경우를 비교해 모의실험이 이뤄져야 하며, 혜택의 기준과 공공성 확보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공재개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구역을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공재개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구역의 특성에 따라 일부 조건을 조정해 상호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의 기대 수준을 저버리는 지원 조건의 질적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
자료: 정책브리핑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