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연 기자가 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역 안에 설치된 ‘역촌역 은평 스마트도서관’ 무인단말기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눈에 띄는 도서관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이지만 코로나19로 여행을 가는 게 녹록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마음 편히 재미있는 소설 한 권 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피서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에 커진 상황에서 독서는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최근엔 사회 전반적으로 실내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대한 제약이 커지면서 ‘스마트도서관’ ‘숲속 도서관’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 시대, 안전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감>이 찾아가봤다.
서울 역촌역 은평 스마트도서관 가봤더니
“산책이나 할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7월 어느 밤. 이웃 친구의 제안에 간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었다. 밤 10시가 되자 음식점부터 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도시가 온통 캄캄해진 가운데 불 켜진 지하철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역사 도서관 구경 할래?” 친구의 말에 궁금증이 일었다. ‘지하철역에 도서관이? 이 늦은 시간에?’ 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역 안으로 들어서자 인적 드문 역사 안 3번 출구 쪽에 아담한 도서관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역촌역 은평 스마트도서관’이다. 양편에 무인단말기가 하나씩 달려 있고 가운데에 책이 꽂혀 있는 기기였다.
“출퇴근할 때 이용하니 편하더라고. 대출·반납 처리도 금방이야.” 친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비치 자료 검색 스크린’이라고 적힌 왼쪽 무인단말기를 조작했다. 제목·저자·출판사를 입력해 도서를 검색하는 방식이었다. 대출하고픈 책을 딱히 정하지 못했다면 소설·시·희곡, 에세이, 자기계발, 진로·교육, 유아·어린이 등 분야별 또는 인기, 추천, 신작 도서 목록을 눌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른 책을 책 바구니에 담은 뒤 오른쪽 ‘대출·반납 스크린’ 앞에 섰다. ‘대출 메뉴’를 선택하자 ‘회원 인증’ 안내가 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도서관 대출증 바코드를 기계에 읽힌 뒤 ‘책 바구니 확인’ 및 ‘도서 확인’까지 마치자 무인단말기 서가가 ‘윙’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자판기 같지?” 친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출 창구가 열렸다. 우리가 대출 신청한 책이 놓여 있었다. 도서 선택부터 대출까지 걸린 시간은 약 1분. “출근 시간에 이용해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갔다.
▶고른 책을 책바구니에 담고 있다.
무인 운영, 코로나19 시대 장점 손꼽혀
스마트도서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역촌역 은평 스마트도서관을 운영하는 은평구립도서관 책단비서비스팀 박치훈 팀장을 만났다. 박 팀장은 스마트도서관을 “24시간 열려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소개했다. “요즘 무인 편의점이 늘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도서관 회원증만 있으면 무인 기계로 마음에 드는 책을 대여할 수 있죠. 대여한 책을 기기에 반납하면 다른 사람이 다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대출·반납이 자연스레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은평구립도서관은 2003년 전국 최초로 무선인식기술(RFID 기술)을 도서관에 적용한 데 이어 2008년 전국 최초로 무인예약 대출반납 서비스(이하 무인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인예약 서비스란 누리집에서 도서를 예약하면 대출 기기에 책을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한때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민들의 높아진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서 예약 뒤 대출까지 2일 정도 소요되는 등 아쉬운 점도 있었다. 스마트도서관은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2019년에 도입한 시스템이다. 여건상 무인예약 서비스 기기를 설치하긴 어렵고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연신내역, 불광역, 역촌역 등에 차례로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했다.
김 팀장은 “덕분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 서비스를 더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랄까요. 아침이나 밤, 평일이나 휴일에도 도서관이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특히 비대면 서비스라는 점에서 요즘 시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출 신청한 책이 자판기처럼 대출 창구를 통해 나왔다.
지하철역사·주민센터… 지역별 스마트도서관 어디?
현재 은평 스마트도서관 기기별 소장 도서는 약 500~600권. 세 곳을 모두 합치면 약 1800권이다. 기기에 꽂힌 책들은 사서가 엄선했다. 1인당 최대 5권까지 14일간 대여할 수 있고 필요하면 1회에 한정해 7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은평구 내 스마트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은평구 공공도서관 정회원이어야 한다. 서울시민인 경우 지능형단말기(스마트폰)로 서울시민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가입한 뒤 은평구립도서관을 시설 목록에 추가하면 된다.
이 도서관 사례를 보며 ‘우리 지역엔 없는데…’라고 아쉬워하지 말자. 최근 지역별 스마트도서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이용자 접근성이 높은 지하철역을 비롯해 구청, 주민센터 등 관공서,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돼 있다. 지역 도서관 누리집에서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윤미선 씨와 아들 김서현 군이 광교푸른숲도서관에 마련된 ‘바람꽃’ 책뜰 안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광교푸른숲도서관 가봤더니
“서현아! 엄마랑 같이 책 읽어볼까? 자, ‘설레다’라는 단어는?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리다’라는 뜻이래.”
윤미선 씨와 그의 일곱 살 아들 김서현 군이 숲속 한가운데 방갈로를 닮은 아담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캠핑 의자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앞으로 초록빛 가득 찬 창밖 풍경이 펼쳐진다.
두 사람이 책을 읽는 이 공간은 수원시립 광교푸른숲도서관 내 독서 공간 ‘푸른숲 책뜰’(이하 책뜰)이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에 들어서면 한쪽 숲이 우거진 공간에 마련한 여섯 개(화장실 동 포함) 책뜰 공간이 보인다.
▶숲속에 마련된 책뜰은 쾌적한 방갈로 같다.
휴양림에서 독서·숲 체험하는 기분
금강초롱, 물봉선, 바람꽃, 산수국, 백리향. 책뜰 각각의 공간은 이름부터 풀, 꽃 등 자연과 닮았다. 2~3평 규모 아담한 책뜰 공간에는 테이블과 책장, 의자 등 독서하는 데 필요한 가구들이 비치돼 있다. 책을 갖고 오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 바로 옆 광교푸른숲도서관에서 대출하면 된다. 책뜰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고 있으면 풀 향기, 숲 향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너무 더울 땐 공간에 설치된 에어컨을 틀어놓고 창밖 초록 풍경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공간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더 울창한 숲과 만날 수도 있다. “휴양림이 따로 있나? 여기가 휴양림 속 펜션이지!” 책뜰을 이용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이날 책뜰을 이용한 윤 씨 역시 “자연이 어우러져 있고 소규모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이용하기 좋은 공간”이라며 “아이와 함께 책도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
독립된 공간으로 가족 단위 이용객 많아
책뜰은 시민들이 쉬면서 독서할 수 있는 편한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목적으로 2020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이용 인원은 최대 4~6명인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suwonlib.go.kr/gps)을 참고하면 된다. 빨리 예약이 마감되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있고 재 방문율도 높다는 게 도서관 측 설명이다.
이 공간은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광교푸른숲도서관 주보라 주무관은 “코로나19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고 도서관 안에서는 정숙해야 하니까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 읽어주는 등 독서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 독립된 공간으로 꾸려져 있는 책뜰에선 좀 더 자유롭게 독서활동을 즐길 수 있어 방문객이 많다”고 말했다. 친구나 독서 동아리원들과 함께 오거나 때론 혼자 조용히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책뜰은 경기도민으로 수원시 도서관 관외대출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오전 9~12시, 오후 2~5시까지 하루 두 번 운영하고 월요일과 금요일은 휴관이다. 매달 1일 0시에 다음 달 예약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수원시 도서관 누리집이나 앱에서 예약할 수 있다. 이용료는 1회 3시간에 만 원. 당일 현장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글 김청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