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입장 풍경. 마스크 착용과 체온 검사, 손 소독, 출입명부 작성은 기본이다.
코로나19 시대 떠나는 안전한 문화산책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여름휴가철이 왔다. 2020년에는 엄두도 못냈지만 2021년에는 집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해본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거리두기가 발표되면서 엉덩이가 들썩였다. 다만 여전히 엄중한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성수기가 오기 전에 주말을 이용해 문화산책을 떠났다. 박물관과 영화관, 그리고 문학관 나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입장 풍경. 마스크 착용과 체온 검사, 손 소독, 출입명부 작성은 기본이다.
# 박물관에서 안전하게
‘국보급 수준’ 방역 시스템으로 마음도 편안히
첫날인 6월 18일 금요일은 오전엔 한동안 찾지 못했던 박물관을, 오후엔 극장을 찾았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날 전시 두 개를 보기로 했다. 여유롭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택했다. 문 여는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출입구 바깥부터 거리두기 발자국 표시가 그려져 있다. “한분씩 들어오세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열화상카메라 앞에 섰다. 체온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자 손 소독기가 보인다. 다시 거리두기 발자국 표시에 맞춰 줄을 서야 한다. 이번엔 출입명부 작성이다. 휴대전화로 정보무늬(QR코드)를 활성화해 명부를 작성했다. 다음은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를 통과한다. 왠지 여행가는 기분이다. 널찍한 복도를 지나면 전시장 중 한 곳인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민국 박물관의 맏이답게 ‘국보급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철저한 방역으로 박물관에 도착해 전시장 입구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하지만 번거롭다는 생각보다 안심이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와 밀접 접촉한 관람객이 방문할 경우 곳곳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 감염 경로를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복도에서는 박물관 구석구석을 안내해주는 로봇도 만났다. 말로 물어도 척척 안내한다.
드디어 도착한 특별전시실. 대규모 초상화 전시인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이하 <시대의 얼굴>)가 진행 중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화 전문 미술관인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의 소장품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영국에 가지 않고도 미술관 대표 초상화를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어 입소문이 났다. 온라인 예약제와 30분에 50명까지로 입장을 제한한 효과 때문일까? 입구에서 봤던 관람객 수에 비해 전시장 내부는 붐비지 않았다. 500여 년의 세계사를 수놓은 76명의 초상화를 천천히 살피며 그들의 삶을 그리고 시대를 탐독할 수 있었다. <시대의 얼굴> 전시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다음은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이하 <호모 사피엔스>) 전시를 볼 차례다. <호모 사피엔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은 <시대의 얼굴> 전시장 맞은편 건물에 있다.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가야 한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했던 방역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했다. 거리두기 발자국 표시에 맞춰 줄을 서고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하고 손 소독을 하고 출입명부를 작성한 뒤 검색대를 통과했다.
<호모 사피엔스> 전시장은 거리두기로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대다수의 유물을 직접 만지며 몸으로 체험할 수 있지만 타인과 부딪히는 일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마스크를 쓰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방해받지 않고 전시 관람이 가능했다. 700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여정을 담은 <호모 사피엔스> 전시는 9월 26일까지 한다.
▶온라인 예약제와 입장 인원 제한으로 안전한 관람 환경이 마련된 <시대의 얼굴> <호모 사피엔스> 전시실 내부
▶온라인 예약제와 입장 인원 제한으로 안전한 관람 환경이 마련된 <시대의 얼굴> <호모 사피엔스> 전시실 내부
▶6월 한 달간 극장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자에게 6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인을 적용했다.
▶극장 입구. 여전히 방역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영화관에서 안전하게
음식물 섭취 금지 온전히 영화에만 몰입
박물관을 벗어난 발걸음은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 1시 즈음 찾아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극장 로비에서 만난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5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등 외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7월 초엔 마블 영화인 <블랙 위도우>와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한국·태국 합작 <랑종>이 개봉하고 그 뒤를 한국영화 대작인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이어간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극장이 방역에 대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극장 안에서 추가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시간대별 소독과 일과 후 꼼꼼한 방역은 기본이다. 황 팀장이 무인정보 단말기로 가서 직접 영화티켓 예매 버튼을 눌렀다. 상영관 내 거리두기의 기본인 ‘띄어 앉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재는 전국에서 동행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를 시행 중이다. 두 자리 옆에 한 자리를 띄우는 구조로 전체 좌석의 70%를 판매하고 있다. 동반자는 최대 3인까지 붙어 앉을 수 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려면 꼼꼼한 입장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구 안내판에 적힌 고유번호로 전화를 걸어 출입명부를 간편하게 남긴다. ‘안심콜’이다. 앞사람과 거리를 두고 열화상카메라 앞에 선다.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하고 입장한다. 좌석에 앉고 나서도 지켜야 할 방역수칙이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음식물 섭취도 금지돼 있다. 온전히 두 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
▶이효석문학관 외관
▶효석달빛언덕 뒤편│심은하 기자
# 문학관에서 안전하게
달의 숨소리도 손에 잡힐 듯이 한적해
이번엔 1박 2일로 짧게 떠날 수 있는 좀 더 색다른 여행지를 찾아 봤다.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강원도 평창이다. 때마침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세에서도 철저한 방역으로 안전하게 영화제를 치뤄낸 곳이다. 소도시의 조용함과 영화의 활력이 더해졌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발걸음을 인근 봉평으로 옮겼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현대문학의 백미인 <메밀꽃 필 무렵>의 대표 구절이다.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의 풍경은 아직이지만 이효석 작가의 향기가 있는 봉평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으로 향했다. 봉평은 이효석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이 5분 거리에 있다.
먼저 효석달빛언덕부터 보기로 했다. 입구 안내판에 ‘안심콜’이 적혀 있다. 표시된 고유번호로 전화를 걸어 출입명부를 간편하게 남기고 들어갔다. 입구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손부터 씻었다. 벽면에는 방역수칙 안내 문구가 촘촘히 적혀 있었다. 마스크 착용과 함께 손씻기 방법 등이 설명돼 있었다.
효석달빛언덕은 마치 소설 속 ‘나귀를 몰고 가는 허생원’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모형이지만 나귀 두 마리가 언덕에 서 있다. 주변에는 이효석의 생가와 평양에서 거주하던 집이 재현돼 있고 선생의 하루를 담은 영상과 그가 기억하는 고향 풍경, 그리고 둥근 보름달 모형이 푸른 초원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즐기려면 벼가 익고 들깨 향기가 살까지 스며들 정도로 무르익은 계절이라야 가능하다. 작품 속 메밀밭의 흐드러진 풍경은 영상으로 재현해놓은 것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5분 거리의 이효석문학관에선 선생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 원고, 유품 등을 한눈에 볼수 있다. 마당 한가운데에 선생의 글쓰는 모습을 본뜬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고요했다. 관람하면서 서너 팀 정도 만났을 뿐이었다. 이번에 보지 못한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 피어 있는 달밤의 모습도, 달의 숨소리도 메밀꽃이 한창일 9월을 기약해본다. 곳곳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 설명이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음을 환기시켜주었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방역 모습│한화이글스
관중 늘어난 야구장 “안전, 또 안전”?
야구장의 입장 관중 수가 늘어난다. 정부는 거리두기 개편안에 따라 2단계 지역의 야구장 등 실외 스포츠 경기장은 전체 좌석수의 30%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1단계 지역은 50%까지 입장할 수 있다. 야구장 문턱이 한결 낮아진 것이다.
또 현행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수에 맞춰 일행 간 4연석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야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이 동행한 가족, 지인들과 최대 4명까지 좌석 연석 운영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좌석 변경 운영은 실내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실외 경기장에서만 시행된다.
KBO리그는 2021 정규시즌부터 제한된 수의 관중을 받았지만 관중석에선 띄어 앉기를 해야 했다. 연석 운영 여부와 일정은 팬 선호도와 상황에 따라 구단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각 구단의 좌석 예매처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KBO 관계자는 “연석 운영에 따라 팬들의 안전한 관람 및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더 철저히 방역 지침 준수와 관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잠실을 안방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구단은 관중 입장 확대로 구장 운영 요원을 5∼10명 더 투입한다.
구장별 홈경기 일정에 맞춰 입장 인원을 늘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프로스포츠 연맹은 안전요원과 개방 출입문 수를 늘리고 미판매 좌석에 착석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는 등 현재보다 방역조치 수준을 높이고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또한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관중석 내 취식과 육성 응원은 현재와 같이 금지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자리 이동도 금한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 퇴장 시 선수단과 접촉하거나 사인 요청을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