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비가 잦고 구름과 안개가 멈춰가는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의 눈꽃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같다. 구상나무는 나무초리에서 모든 방향으로 빽빽하게 잎이 뻗어나와 사방에서 태양에너지를 얻고 물방울을 채취하며 자신을 보호한다. 화산석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게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도 살아남은 구상나무가 기후위기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어쩌다 세계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됐을까? 20세기 초 제주에 밀감을 들여왔던 에밀 조제프 타케(1873~1952) 신부가 구상나무 표본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바깥 세상에 알려졌다. 요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구상나무 묘목을 사기 위해 ‘Abies koreana’ 혹은 ‘the Korean fir’라는 키워드로 검색한다. 지구 전체에서도 가장 희귀한 나무 중 하나로 제주어로는 ‘구상낭’으로도 불린다. 구상은 성게, 낭은 나무를 뜻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종갑 연구관은 “구상나무는 설악산, 지리산 등에서도 분비나무로 서식하는데 식물분류학에서는 구상나무, 푸른 구상나무, 붉은 구상나무, 검은 구상나무 등 네 개로 구분돼 있다”고 전한다.
한라산 오르는 길, 7부 능선 위로 구상나무들이 혹독한 한라산의 겨울을 견디며 꿋꿋하게 서 있다.

강형원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했다. UCLA를 졸업한 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에서 33년간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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