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 하면 불국사와 석굴암이 먼저 떠오른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태백산맥 동쪽 줄기에 있는 토함산 자락에 터 잡고 있다. 토함산은 경주에서 가장 큰 산이다. 천년왕조 신라는 매일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토함산에서 맞았다. 신라인에게 토함산은 그만큼 신성한 공간이었다. 토함산이 신라 불교예술의 정수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는 이유다.
경주 여행객에게 불국사와 석굴암은 한 코스로 묶인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2차선 포장도로가 개통돼 불국사를 쓱 둘러본 뒤 관광버스를 타고 석굴암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투어는 정석처럼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길 말고도 불국사와 석굴암을 잇는 2㎞ 남짓 비밀의 숲길이 있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만 허용된다. 고운 단풍을 눈으로 담으며 옛 선조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으니 시간과 체력이 되는 관광객은 이 코스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지난 9월 초 태풍 힌남노 피해로 현재는 출입이 임시로 통제된 상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삼국유사>는 김대성이 전생의 부모를 생각하며 석굴암을, 현생의 부모를 생각하며 불국사를 지은 것으로 전한다.
신라인이 꿈꾼 이상적 ‘불국’의 세계
우선 불국사는 한자로 부처 불(佛), 나라 국(國)을 써서 ‘부처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사찰이다. 751년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때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창건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김대성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완성하지 못해 그의 사후 30여 년 더 공사를 진행해 마무리됐다. 불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신라는 부국강병과 평화의 염원을 담아 불국사에 부처의 나라를 만들었다. 불국사 건축물과 공간 배치 하나하나에는 신라인이 꿈꿨던 이상적인 불국의 세계가 숨겨져 있다.
불국사는 하늘을 지키는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악인이 있을 경우 벌을 내려 마음을 바로 다스리도록 하고 사천왕이 죄나 허물을 용서한 뒤에야 부처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천왕문을 지나면 하늘로 향하는 계단, 불국의 나라로 가는 계단을 만나게 된다. 바로 연화교와 칠보교다. 아래 10계단이 연꽃을 새겨 넣은 연화교, 위 8계단이 7가지 아름다운 보물로 장식한 칠보교다.
계단을 다 오르면 세상 모든 것이 풍족하게 있다는 극락세계의 관문인 안양문에 이른다. 안양문을 지나면 눈앞에 아미타불이 거주하고 있는 극락전이 나타난다. 이곳은 극락이 연화와 칠보로 장식돼 있다는 불경 내용을 건축물로 표현한 것이다.
연화교와 칠보교 옆에는 인간 세상을 극락세계로 연결하는 백운교와 청운교가 있다. 아래 백운교 18계단에 이어 청운교 16계단을 오르면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자하문이 나온다. 자하는 부처님 몸에서 나오는 자줏빛 금색 안개다. 계단을 오르며 속세의 때를 벗어 몸을 정화하면 구름을 지나 푸른 하늘로 도달하듯 부처의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동양에서 비교할 작품이 없는 석굴암
불국사 오른편으로 토함산을 오르면 석굴암을 만나게 된다.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이 아니라 석불사로 기록돼 있다. 인공적으로 석굴을 파서 만든 절이다. 석굴암은 불교예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설계와 공간 배치의 구조적 특수성 때문에 건축과 수리, 기하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동양무비, 즉 동양에서는 비교할 작품이 없다고도 한다.
석굴암 구조는 독특하다. 입구인 직사각형의 전실(前室)로 들어서서 복도를 지나면 지붕이 돔으로 돼 있는 원형의 주실(主室)이 있다. 주실 지붕은 무거운 화강암 360개를 사용해 돔으로 구축했는데 넓적한 화강암 사이사이에 돌못을 끼워 넣어 안쪽으로 떨어지려는 중력을 바깥쪽으로 잡아당겨주도록 했다. 그리고 맨 꼭대기엔 덮개돌을 얹어 서로 물려 있는 돌들이 빠져나오지 않게 눌러줬다.
석굴암 주실 중심에는 본존불인 석가여래불상이 있다. 높이 약 3.4m의 대형 불상으로 연꽃 모양의 불상 자리 위에 부좌로 앉아 있다.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은 모습을 표현한 석가여래불상은 화강석을 조각했음에도 옷 주름에 생동감이 넘치는 등 정교하면서도 장중한 기운이 넘친다. 유네스코는 석가여래불상을 ‘석굴암의 본존불상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는 걸작’이라고 표현했다.
김정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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