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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 “자, 그럼 우리 신문사가 왜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지 말씀해보세요. 특별히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또 뭘까요?”
#지원자: “네, 저는 누구보다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체력도 좋고 다양한 사회경험으로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도 키웠습니다. 몇몇 언론사에서 인턴기자 생활을 하면서 현장 경험을 했고 당시 현직 기자 선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입사한다면 누구보다 뛰어난 기자가 될 자신이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입사 면접 상황입니다. 짧은 대화인데 읽어보니 뭔가 허전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지원자의 답변이 아쉽네요. 면접관은 1) 신문사가 왜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지 2) 다른 언론사가 아니라 왜 이 신문사에 지원했는지 두 가지를 물었는데 지원자는 1번 질문에만 답하고 있습니다. 면접시험에서는 답변 내용도 중요하지만 면접관의 질문에 모두 답했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면접관은 자신의 질문에 지원자가 어떻게 답변하느냐를 듣고 점수를 주기 때문이죠. 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 한 가지만 답했다면 시작부터 100점 만점에 50점이 깎인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당연히 합격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바로 눈앞에서 두 가지를 물었는데 누가 한 가지만 답하겠어?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요!’
듣고 이해하고 요약하는 능력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언론사에서 일할 때 기자나 프로듀서(PD)를 뽑는 면접이나 서류전형 심사위원을 자주 했는데요. 생각보다 꽤 많은 지원자가 이런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릅니다. 단순히 당황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서류전형에 빠지지 않는 자기소개서의 경우 제출할 때까지 꽤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지원 회사에서 요구한 내용을 다 넣지 않은 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전 소통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통 능력의 핵심은 글쓰기 능력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지금부터 차분히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의 면접 지원자는 면접관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고 답한 겁니다. 면접관의 질문과 소통하지 않은 채 답변한 것이죠.
그런데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잘한다는 건 단순히 글쓰기 능력의 향상만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말한 내용을 토대로 글을 씁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내용을 요약하고 이해한 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건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듣고 이해하고 요약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원활한 소통은 내가 할 말만 잘해서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왜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대답 혹은 대응해야 합니다. 결국 생각부터 말하기와 듣기, 이해하고 요약하기까지 거의 모든 외부와 소통 과정과 능력이 다 녹아 있는 정점에 글쓰기 능력이 있는 겁니다. 여기서 소통의 대상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사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면접관의 질문, 시험 문제 등이 소통 대상인 ‘사물’의 사례겠죠. 이렇게 글을 잘 쓰면 소통 능력이 높아집니다. 소통 능력이 높아지면 대화도 토론도 잘할 수 있습니다. 시험도 면접도 잘 볼 수 있고 강의나 발표도 잘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소통 능력의 핵심
기자나 PD처럼 인터뷰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직업군에 중요한 인터뷰 능력 역시 글쓰기 능력과 정비례합니다. 누군가와 인터뷰할 때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질문을 잘하려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그 핵심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머릿속에서 정리한 뒤 내용에 알맞은 호응과 질문을 던져야 순조롭고 알찬 인터뷰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종이나 노트북에 직접 적지 않더라도 제가 언급한 인터뷰 과정은 사실상 글쓰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요약하고 이해한 뒤 적절하게 대답하는 능력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글쓰기니까요.
또 하나, 글쓰기를 잘하면 누구보다 효율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 하고자 하는 말이나 메시지 등을 짧고 쉽고 명확하게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글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글쓰기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며칠씩 혹은 그 이상 걸려서 처리할 내용들을 하루나 불과 몇 시간, 더 짧게는 전화나 문자 한두 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럼 정리해볼까요? 글쓰기는 소통 능력의 핵심입니다. 소통 능력이 높아지면 말하기, 듣기, 대화, 토론, 인터뷰, 면접, 강의, 발표 등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글쓰기 능력은 꼭 필요합니다.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_ 동아일보, 한겨레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tvN에서 책임프로듀서(CP)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언론분쟁 뛰어넘기>(2011),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 하는, 글쓰기 비법>(2020)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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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