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602호> 칼럼에서 누리소통망(SNS)에서 영상이나 문자 없이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 복고 열풍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얼마 전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에 있다’고도 언급했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독자나 시청자들이 함께 웃음 짓고 때로는 눈물을 글썽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게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혹은 다큐멘터리나 예능 프로그램이든 말이죠.
저는 지금부터 몇 차례에 걸쳐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글쓰기를 잘하면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만들어 독자나 시청자가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죠. 그래서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느냐가 콘텐츠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디지털 시대건 그 이전의 콘텐츠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조금 범위를 넓혀보면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창작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요. 글쓰기를 잘하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오늘은 왜 글쓰기가 콘텐츠의 핵심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쉽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근원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볼까요?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요? 글쓰기가 중요한지 아닌지 따져보려면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왜 글을 쓰나요? 곰곰이 따져보면 글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블로그나 전자우편, 다양한 누리소통망은 물론 수많은 인터넷 콘텐츠에 다는 네티즌의 댓글도 모두 글쓰기입니다. 기사나 소설, 수필, 시, 칼럼, 손 편지 등도 전통적인 의미의 글쓰기죠.
회사의 업무 보고서나 발표 자료,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쓰는 기획서, 대학생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과제물도 모두 글쓰기입니다. 경쟁을 거쳐 사업이나 일감을 따내기 위해 광고주나 고객 등을 설득하려고 만든 프레젠테이션(시청각 설명) 자료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참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가 존재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저는 모든 글쓰기는 ‘상대방(혹은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문자로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란 내 생각이나 주장일 수도 있고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정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글쓴이의 상상이나 아이디어, 감성 등이 담긴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종류의 글이라고 해도 결국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는 게 일반적이죠. 보통 이 무언가를 우리는 ‘메시지’라고 부릅니다. 정리하자면 모든 글은 그 내용이나 형식이 어떻든 간에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 혹은 메시지를 담아 문자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쉽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면 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 볼 때 글쓴이의 메시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잘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쓰는 게 핵심이죠. 제가 좋은 콘텐츠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는데요. 결국 이런 스토리텔링 능력의 핵심은 글쓰기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연습해야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하고 싶은 내용, 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설득력 있게 쓰느냐에 따라 독자의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글쓰기 능력은 모든 콘텐츠에 필요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웹툰, 인터넷 게임까지 사실 모든 장르의 콘텐츠가 글쓰기 능력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말이 쉽지 실제로 글을 잘 쓰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직접 글을 써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토대로 말을 하고 또 말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말하기가 어렵고 말하는 것보다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글을 다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살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흥미로우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웬만한 글쓰기 실력이 아니고서는 이끌어내기 어려우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많이 읽고 생각하고 연습하고 노력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북이의 마라톤처럼 성실한 노력이 있어야 하죠. 지름길도 없습니다. 글쓰기가 그런 노력과 시간을 들여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능력이냐고요? 전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왜 그런지는 다음 칼럼에서 함께 얘기해보겠습니다.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_ <동아일보> <한겨레>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에서 책임프로듀서(CP)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언론분쟁 뛰어넘기>(2011),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못 하는, 글쓰기 비법>(2020) 등을 펴냈다.